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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Feb 23. 2021

[써봤다] 누구버즈는 7만9000원이다

SKT 무선 이어폰 '누구버즈' 체험기


누구버즈 / 사진=남도영 기자


'콩나물 대가리'라 놀림 받던 무선 이어폰은 이제 대세를 넘어 표준이 됐다. 처음엔 '저걸 창피해서 어떻게 끼고 다닐까' 싶었는데, 이젠 줄이어폰을 낀 사람을 보면 '아직도?'란 생각이 든다.


무선 이어폰은 반강제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2016년 애플이 '아이폰7'을 내놓으면서 오디오 단자를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뻔뻔하게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쓰라기에 순순히 그렇게 했다. 처음엔 모두 욕하더니, 5년 만에 어느샌가 모두 그렇게 쓰고 있다.


무선 이어폰이 없었을 땐 줄이어폰이 그렇게 불편한 물건인지 몰랐다. 이젠 가방에서 꺼낼 때마다 일일이 꼬인 선을 풀 필요도 없고, 출근길 만원 지하철을 빠져나가다 다른 사람 가방에 선이 걸려 내리지 못하는 일도 없다.


이미 출근길 필수품이 됐는데, 필수품치곤 너무 비싸다는게 문제다. 출고가 기준 2세대 에어팟은 19만9900원, 에어팟 프로는 무려 32만9000원이다. 별명만 콩나물이지, 콩나물 100봉지를 사고도 남을 가격이다. 가끔 실수로 떨어뜨리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지난 15일 SK텔레콤이 내놓은 무선 이어폰 '누구버즈'를 리뷰하면서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건 '7만9000원'이란 가격. 지금 쓰는 에어팟 프로 한 대 값이면 4대를 살 수 있다. 근데 성능은 결코 4분의 1이 아니었다. 그럼 이미 충분히 살 만 한거 아닌가?


누구버즈 / 사진=남도영 기자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느낌적인 느낌


누구버즈를 처음 보면 참 친숙하다. 익숙한 콩나물이다. 디자인 때문에 일단 에어팟과 비교를 안 할 수 없다.


누구버즈는 에어팟과 에어팟 프로를 살짝 섞어 놓은 디자인이다. 줄기는 긴 에어팟 모양이고, 대가리는 에어팟 프로의 커널형을 채용했다. 충전 케이스는 약간 더 크다. 


전체적으로 이어팟을 연상시키지만, 실제 만져보면 세세한 마감이나 재질에서 저렴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비슷한게 어디인가. 가격이 4분의 1인데.

(왼쪽부터) 에어팟 1세대, 에어팟 프로, 누구버즈 /사진=남도영 기자


누구버즈는 주로 프리미엄 제품군에 탑재되는 '액티브 노이즈캔슬링'(ANC)은 지원하지 않지만, 커널형이라 밀착감과 차음성은 높은 편이다. 쉽게 말하면 귓구멍이 꽉차서 바깥 소리가 잘 안들린다.


커널형은 동굴처럼 귀가 울리는 느낌 때문에 개인적으론 선호하지 않지만, 누구버즈는 S/M/L 세 종류의 이어팁을 제공하기 때문에 편한 사이즈로 사용하면 된다. 역시나 가격 대비 알찬 구성이다.

누구버즈 / 사진=남도영 기자

어머님이 NUGU니? 아이리버?


누구버즈는 SK텔레콤이 드림어스컴퍼니와 내놓은 무선 이어폰이다. 드림어스컴퍼니는 MP3 플레이어의 조상 '아이리버'가 이름을 바꾼 회사다. 이 회사는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아스텔앤컨'도 갖고 있다. 한 마디로 음향기기 좀 만들어 본 회사란 얘기다.


아이리버 사운드 마스터가 튜닝했다는 음질은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에어팟과 유사한 느낌이다. 전문적으로 평가하긴 어렵지만 딱히 튀게 안 좋은 구석도 없고, 그렇다고 아주 뛰어나다는 생각도 안든다. 전문적인 음악감상용으로 쓰기엔 당연히 아쉬울지 모르겠지만, 출퇴근용으론 충분히 좋다.

누구버즈 / 사진=남도영 기자


스마트폰에 누구버즈 전용앱을 설치하면 저음 강조, 고음 강조, 선명한 음색 등의 이퀼라이저 설정도 가능하다. 문제는 아이폰은 누구버즈 전용앱을 지원하지 않는다. 없어도 음악 듣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왠지 섭섭하다.


사용시간은 음악감상시 6.5시간, 통화시 4시간을 지원한다. 2개의 마이크와 통화음질 최적화 기술을 탑재해 통화 품질도 나쁘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직접 통화할 때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고, 전화를 받는 상대방도 그렇다고 했다.


핵심은 인공지능 'NUGU'


누구버즈 / 사진=남도영 기자


이런 기능을 스마트폰에 전해 줄 통로가 바로 누구버즈다. 누구버즈의 압력 감지 센서를 1~2초 정도 누르면 음성이 활성화돼 AI 비서 '누구'를 부를 수 있게 된다. 이게 누구버즈의 '찐' 기능이다.


비서를 부른 뒤 "OOO한테 전화 걸어줘' '최신 음악 들려줘' '내일 날씨 어때?' '오늘 환율 알려줘' 등 명령이나 질문을 하면 척척 들어준다. AI 스피커를 귀에 꼽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된다. 생각보다 말귀를 잘 알아들어 손으로 타자를 치면서 전화를 걸거나 받을 때 특히 유용했다.


7만9000원에 무선 이어폰에다 똑똑한 AI 비서까지 얻다니, 정말 좋은 가성비다. 다만 이어폰을 터치해 AI 비서를 부르는 기능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 지원한다. 아이폰으론 아직 누구버즈의 진수를 느낄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리뷰를 위해 긴급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공수해 AI 비서 기능을 써볼 수밖에 없었다. 아이폰 이용자라면 구매 전 고민해보길 바란다. 음악만 듣기엔 좀 아쉬운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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