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지시선]
기자 중심의 뉴스를 지향하는 테크M이 한 이슈에 대해서 IT전문기자 세명이 서로 다른 시선에서 이슈를 분석하는 '세가지시선' 기획기사를 선보입니다. 이슈를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각을 독자분들께 전달하기 위해, 기자들은 사전 논의 없이, 각자의 시각에서 이슈를 분석합니다. 사안에 따라 세명의 시선이 모두 다를수도, 같을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시각이 살아있는 세가지시선에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사람들이 있다. 산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 부정적인 부분을 바로잡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무조건 안된다고, 못한다고 생떼를 부리는 것은 3살 먹은 어린애나 하는 짓이다.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게임업계가 시끌하다. 사실 항상 시끄러웠다. 법안이 발의될 때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게임업계는 우리를 죽이는 일이라고 반발한다. 게이머를 비롯한 여론은 무조건 해야한다고 찬성한다. 그저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찬성하는지, 반대하는 지만 이야기한다. 합리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확률형 아이템 규제 말고 다른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는 뒷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또 '된다, 안된다'를 놓고 싸우고 있다. 솔직히 이제는 좀 지긋지긋하다. 더 발전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은 없는걸까.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게임법 전부개정안)을 살펴보자.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진흥법이 아니라 규제법이라고 반발했는데 정말 그럴까? 그들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만 가득한 법안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뜯어보면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일부분이다.
정부로 한정했던 게임산업 전문 인력 양성 기관 설립 및 다양한 게임 산업 관련 지원 주체에 대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범위를 늘렸다. 또 진흥시설로 지정 받아 자금 및 설비 제공 등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등 다양한 지원 방법을 늘린 것도 눈에 띈다.
그러나 협의 대상자들에게 이런 부분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또다시 '확률형 아이템 규제'만을 놓고 무조건 못한다고 드러 눕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확률형 아이템을 놓고 여론과 힘겨루기만 할 것인가.
법을 발의한 이상헌 의원은 "업계 이야기를 경청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개선할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듣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젠 게임업계도 협회를 중심으로 협의에 나서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이 아닌 다른 진흥 정책도 분명히 게임업계에 필요하다. 확률형 아이템 때문에 다른 좋은 진흥 정책들을 꺼내지도 못하면 되겠나. 언제까지 정부가 해준게 뭐가 있느냐며 볼멘 소리만 쏟아낼 것인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많이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면에서 게임 기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접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소년이 무분별하게 게임 아이템을 결제하는 경우다. 개인적으로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찬성하지 않지만, 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 이야기 말고, 게임산업진흥을 위해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좀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것 못하겠다'가 아니라 '이것 해주세요'로 대화를 시도할 때도 됐다. 법안을 만드는 국회와 정부가 이야기를 들을 자세가 돼있다면 말이다.
법안을 발의하는 국회와 정부도 규제보다는 진흥에 초점을 맞춰주길 바란다. 게임 산업은 수많은 규제를 극복하고 지금까지 성장했다. 오죽하면 게임업계에서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도움을 주는 것이란 말이 나오겠는가. 알아서 큰 자식에게, 잘 컸으니 이제 네 역할을 하라고 윽박지르는 모습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게임산업 종사자들과 국회, 그리고 이용자들이 말싸움하자고 만든 법안이 아니다. 제발 그만 싸우고, 어른답게, 품위있게 이야기를 나눠보자. 분명히 타협점은 존재할 것이다. 지겹고 지루하며 답도 없는 흑백논리의 싸움. 그만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