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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Feb 25. 2021

확률형 아이템 규제 신중해야...

[세가지시선] "MMO 제국 한국은 달라"

기자 중심의 뉴스를 지향하는 테크M이 한 이슈에 대해서 IT전문기자 세명이 서로 다른 시선에서 이슈를 분석하는 '세가지시선' 기획기사를 선보입니다. 이슈를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각을 독자분들께 전달하기 위해, 기자들은 사전 논의 없이, 각자의 시각에서 이슈를 분석합니다. 사안에 따라 세명의 시선이 모두 다를수도, 같을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시각이 살아있는 세가지시선에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그래픽=디미닛


"한국 게임 유저는 중국과 일본, 더나아가 미국과도 확연히 달라요. 남과 나를 구별하는 과시욕, 거기서 얻어지는 자신감이 핵심이에요." (중견게임사 대표 A씨)


게임한류 육성에 팔을 걷겠다던 정치권이 여론에 밀려 '확률형 아이템 규제'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경쟁을 통해 돈을 버는 민간 기업에 영업비밀을 내놓으라니...이용자 보호라는 명분에 갇혀, 지난 20년간 쌓인 K-게임의 공든 탑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이 말이 기분 나쁘다면 한국 게임시장의 특수성부터 이해해야한다. 


25일 국회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게임법 개정안)'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한다. 게임법 개정안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바로 확률형 아이템 규제다. 게임 내에서 돈을 주고 구매하는 아이템의 퀄리티, 즉 그 가치를 확률로 보장해달라는 얘기다. 지금까지는 복불복이었다. 


수만명에 달하는 게임 이용자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연일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대형게임사에 여러모로 외면받아온 게임학회도 이같은 여론전에 합류한 상태다. 이용자 보호와 사행성 근절이라는 올바른 명분 하에 이를 반대하는 자는 말 그대로 매장될 위기다. 이제는 고사양 아이템을 일정 비율로 제한하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게임사도 문제지만, 이용자도 호응했던 방식 아니던가...


지난 20년간 이어져온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물론 게임업계가 자초한 일이다. 강해지길 원하는 유저의 미묘한 심리를 활용, 아이템으로 재구매와 접속률을 늘려왔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게 만들었다. 이런 노하우를 갖춘 게임사는 매년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려왔다. 특히 업계가 자정을 위해 내놓은 자율규제를 기업 스스로 지키지 않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에 매몰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달리보면, 이같은 상황은 유저와의 합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유저 스스로 부담이 크면 게임을 지우거나 그 아이템을 사지 않으면 그만이다. 해도해도 너무하다 싶으면 트럭을 끌어오는 시대다. 과금성향이 낮은 게임도 적지 않고, 누구도 아이템 구매를 강제하지 않았다.


게임사와 유저, 상호간의 밀고 당기기가 이같은 시장을 만들었고 여기서 파생된 비즈니스 모델로 국내 게임사는 세계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 인구 5000만명의 작은 반도국가가 게임으로 전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다른 국가와의 비교는 적절치 않다. 모바일 MMORPG 시장 점유율이 이처럼 높은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정도다. 


한국 게이머들은 경쟁을 선호한다. 남들보다 강해지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그러다 보니 더 강한 아이템을 원해 확률형 아이템에 지갑을 열었다. 게다가 우리 게임 이용자는 선불보다 후불을 선호한다. 제값을 다 받아가는 패키지 게임사가 아이템으로 장난치면 살아남을 수 없다. 하염없이 말을 타고 대지를 달리는 것으로 재미를 느끼는 이들은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 유럽에 많다.


지금 이런 게임시장을 만든건 게임사이기도 하지만, 거기에 호응한 유저이기도 하다. 유저들이 불만이 많다면, 시장에서 그 게임을 퇴출시키면 된다. 외부의 인위적인 개입은 필요없다. 시장에서 선택받느냐, 아니냐로 판가름이 날 것이다. 고용도 급한데, 기업 때려잡을 생각만 하지말고 차분하게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여론이 뭉치면 결국 게임사도 자구책을 찾기 마련이다. 인위적인 개입으로 풍선효과를 만드는건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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