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테크M Mar 05. 2021

21세기 형설지공, 네이버 '클로바 램프'로 책을 읽다

[써봤다]

네이버 인공지능 스마트 조명 '클로바 램프' / 사진 = 남도영 기자


소년은 밤에도 책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끝에 반디 수십 마리를 잡아 명주 주머니에 넣고 반딧불에 비춰 책을 읽었다. 또 다른 소년은 겨울밤 창문을 열고 칼바람을 견디며 밖에 쌓인 눈에 반사되는 달빛에 의지해 책을 읽었다. 훗날 두 소년 모두 크게 출세했다.


이들이 살던 진나라 시대와 달리 지금은 스위치만 켜면 밤에도 대낮같이 훤하다. 문제는 우리 집 소년은 빛이 있어도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 이래가지고 출세할 수 있겠나.


책을 읽어주고 싶지만 너무 피곤하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책을 많이 읽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형설지공의 교훈. 자기 전에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겠노라 하고 같이 누웠지만, 아무래도 내가 먼저 잠이 들 것만 같다. 퇴근하고 씻기고 먹이고 놀아주면 벌써 잘 시간이다. 가물가물한 눈을 비비며 억지로 책을 읽어보지만, 아이가 한 살 한 살 나이가 늘수록 읽는 책 길이도 함께 늘어 점점 힘이 부친다.


의식이 흐려질때마다 기억 속을 스치는 물건이 있었으니, 바로 네이버가 내놓은 책 읽어주는 인공지능(AI) 조명 '클로바 램프'다. 기사를 쓰며 눈여겨 봤었는데, 지금 그 램프가 있었더라면...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간신히 임무를 마치고 영어책을 읽어줄 엄마에게 바통을 넘긴다. 요즘 엄마는 아이보다 영어 공부에 더 열심히다. 나름 어학연수도 다녀와 영어책 담당이 됐으나, 발음이 후지면 아이가 배울까 겁나기 때문이다. 클로바 램프만 있었더라면...

네이버 인공지능 스마트 조명 '클로바 램프' / 사진 = 남도영 기자

아빠에게 찾아온 희망의 빛


책 읽어주는 밤마다 클로바 램프를 떠올리지만 아침이 되면 또 까맣게 잊어버리는 탓에 그동안 써보지 못하다가, 마침 클로바 램프가 더 똑똑해졌다는 새소식이 들려왔다. 손가락으로 단어를 가리키면 뜻을 알려주는 신박한 기능이 추가됐단다.


기억난 김에 더 똑똑해지지 않아도 좋으니 책만 잘 읽어달라는 심정으로 클로바 램프를 집에 모셔왔다. 아이에게 "이 전등 밑에 책을 놓으면 글씨를 읽어준 대"라고 소개하니 두 눈이 반짝거린다.


평소에 좋아하던 책 몇 권을 가져다 램프 밑에 펼쳐보니 정말 읽어준다. 또래 아이 목소리로 제법 술술 잘 읽어준다. 아이는 신기한지 내리 두 권의 책을 읽었다. 옆에 누워 책 읽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마음이 참 흐뭇하다.


영어 발음이 기가 막히다


사람도 그렇듯 클로바 램프도 가끔 한 두 글자를 틀리게 읽기도 한다. '들'을 '틀'로 읽는 식으로 너무 붙어있는 글자를 가끔 헷갈린다. 아마도 폰트마다 인식률에 차이가 있는듯 싶다. 또 책을 가이드에 맞춰 정면에 똑바로 놔야 하는데, 가끔 아이가 거칠게 책장을 넘기면 삐뚤어져 글을 놓치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

네이버 인공지능 스마트 조명 '클로바 램프' / 사진 = 남도영 기자


아쉽게도 아이가 요즘 빠져있는 '에그박사' 만화책은 못 읽는다. 만화나 신문처럼 컷이 나뉜 텍스트는 읽지 못한다고 한다. 대신 그림이 많은 동화책이든 글씨 크기가 작은 줄글책이든 상관없이 척척 읽어낸다.


클로바 램프는 한글보다도 영어 발음이 기가 막힌다. 아무리 엄마가 열심히 영어를 공부해도 원어민 만큼 되겠는가. 이를 본 엄마는 "잘 읽긴 하지만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내렸다. 동화책은 상황에 따른 감정 묘사가 핵심이라는 얘긴데...계속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할 모양이다.


이제 애는 인공지능이 보나요


평소 기사를 쓰며 네이버가 '광학문자판독'(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기술에 꽤 자신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OCR은 이미지나 문서의 텍스트를 인식해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시켜주는 기술이다.


클로바 램프에는 OCR을 비롯해 네이버의 컴퓨터 비전, 음성 합성, 자연어 처리 등 AI 기술이 집약돼 있다고 한다. 늘 글로만 보던 기술을 가까이서 직접 체감하니 기술의 진화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네이버 인공지능 스마트 조명 '클로바 램프' / 사진 = 남도영 기자


클로바 램프는 책 읽어주는 일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스피커 역할도 한다. 음성으로 노래를 틀거나, 질문 하거나, 알람 설정 등 다양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집에 연동되는 가전이 있다면 에어컨이나 청소기도 말로 켤 수 있다.


우리 집 아이는 '과일 초성 퀴즈'와 '동물 이름 퀴즈'에 푹 빠졌다. 비록 'ㅍㄷ'이라는데 "사과"라고 외쳐 인공지능을 당황하게 만들긴 했지만, 늘 피곤에 절어있는 아빠보단 명랑한 인공지능과 노는 게 더 즐거워 보이기도 하다.


아이는 퀴즈를 풀다 "헤이 클로바"를 부르더니 "포켓몬스터 노래 틀어줘"라고 씩씩하게 외친다. 인공지능을 대하는 데 어색함이 없다. 이 아이가 아빠가 될 미래에는 이런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들이 대신 아이를 봐 줄지도 모르겠다. 네이버는 이미 자율주행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혁신가들의 놀이터, 테크M에서 관련 정보 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과잠' 입은 아바타로 거니는 캠퍼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