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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Mar 23. 2021

기후위기에 맞선 '소셜벤처'에 주목하라

[탄소중립과 혁신] (5)

윤성 엔벨롭스 대표이사


2016년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를 강타한 시속 325km의 초대형 사이클론 '윈스톤' / 사진 = 위키피디아


지난 수 세기 동안 기업의 가장 큰 목표는 당연히도 수익창출이었다. 소비자의 수요에 따라 기업은 경쟁적으로 재화를 생산하고 판매하며 성장했고, 고용을 창출하며 기술을 혁신해왔다. 이로 인한 환경·사회적 부작용은 오늘날 누리고 있는 다양한 산업분야의 혜택에 비춰봤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존과 생활을 위한 불가피한 현상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최근 전세계적인 기후위기를 겪으며 기업의 영리활동과 산업의 발전이 우리 보통의 삶과 생존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서방세계에서 시작된 산업화의 물결은 방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뿜어냈고, 이로 인한 기후변화의 피해는 아이러니하게도 온실효과 기여도가 가장 적은 저개발국과 개도국 낙후지역 등 기후변화 취약국에 가장 큰 피해를 야기했다.


기후변화의 역습


일례로 온실효과는 엘니뇨 현상(동태평양 바다 온도의 비정상적 고온현상)을 심화시켰고, 이로 인해 2016년 남태평양의 작은 섬 국가 피지는 남반구에서 관측된 가장 강력한 5등급 태풍(Cyclone Winston)을 무방비로 맞이하게 됐다. 그 결과 피지는 국토 전체가 영향권에 들어 남태평양 역사상 가장 큰 태풍 피해를 입었다.


피지는 전체 전력의 50% 내외를 수력을 통해 발전하고 있고, 지난 50년간 전 세계 배출량의 10만 분의 1보다도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해왔다. 이는 고작 한국의 100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또 남태평양의 군소도서국 중 하나인 투발루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국토 전체가 60년 안에 잠길 수 있다고 예측돼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 주민 대부분은 자기가 왜 이런 일을 겪는지도 모른 채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 사진 = Climate Clock

기후 위기는 이제 기후 취약국을 벗어나 선진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큰 위험을 야기하고 있다. 2020년 지속된 가뭄으로 인한 미국과 호주의 초대형 산불, 사라져가는 북극의 빙하로 인한 유럽과 북미의 기록적 한파, 온도 변화로 인한 작물피해와 전 세계의 식량안보 위협, 한반도에 찾아온 여름의 최고기온 경신과 겨울의 기록적 한파 등 이제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후 위기가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기후 관련 전문가 집단이 만든 기후 위기 시계 'Climate Clock'에 따르면 기존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usiness-as-Usual Emission)를 유지할 경우 약 7년 이내에 파리기후협약 실행 목표인 1.5도의 제한을 넘어가게 된다. 전문가들은 지구촌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어갈 경우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환경재앙을 맞이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구는 목적, 사업은 수단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국지적 수준을 넘어 이제 전 세계적 위기로 다가오자 경제적 위기와 시장 교란을 우려한 선진국들은 앞다퉈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이에 주요 재화에 대한 탄소세 도입, 대형 금융기관의 기업투자에 대한 기업 환경·사회·지배구조(ESG, 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평가 등 탄소중립 노력이 전 세계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BlackRock)은 투자대상 기업의 기후변화 리스크를 기업의 기대이익과 연계하기 시작했고, 최고경영자들에게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이런 움직임은 기후변화가 영리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자 발현된 기존 기업들의 '수동적' 대응 방식이기에 애초에 사회적 경제, 사회적 가치를 목적으로 기업활동을 시작한 다양한 소셜벤처들의 '능동적' 대응방식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1973년 설립된 세계적 아웃도어 제품 기업인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지구는 목적, 사업은 수단' 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수없이 낭비되고 자연을 파괴하는 아웃도어 용품들의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친환경 소재를 기반으로 내구성이 높고 고쳐 쓸 수 있는 제품을 최소한으로만 판매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필요 없다면 우리 재킷을 사지마라(Don’t buy this jacket unless you need it)"라는 파타고니아의 뉴욕타임스 광고는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 사진 = 파타고니아


앞으로 일생을 기후 재난의 위기 속에서 살아가야 할 이 시대의 청소년과 청년들의 절실함은 기후변화에 대해 개인과 국가의 환경적 책임을 강조하는 기후환경 운동, 그리고 이를 능동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소셜벤처 창업이라는 수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청년들도 각자가 '문제 해결자'임을 인지하고 사회·환경적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 창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올 한 해 동안 이어질 필자의 칼럼에서는 기후 변화 최대 피해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국내 소셜벤처들의 사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대부분에게 아직은 조금 불편한 정도로만 다가오는 기후환경 위기는 남태평양 군소도서국, 동남아시아, 아프라카 등 개도국 낙후지역 주민들에게는 시급한 생존의 문제가 됐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위기를 극복할 기술과 자본 역량이 부족하며, 대기업과 대형금융은 경제성과 리스크 문제로 이곳에 기후사업 투자를 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런 사각지대의 기후환경 문제 해결에 나선 국내 그린 소셜벤처들의 노력이 어떻게 이곳의 기후변화 대응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 앞으로의 칼럼을 통해 조금이나마 대중들에게 알려지길 바라며 소셜벤처 예비창업자 분들의 사업 준비에도 작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Who is> 윤성 엔벨롭스 대표이사



윤성 대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개발 전문가로 기후변화 취약지역인 개도국 낙후지역에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소셜벤처 엔벨롭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8월 국내 최초로 녹색기후기금(GCF)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피지 오발라우섬 4MWp 영농형 태양광 사업은 엔벨롭스가 KOICA와 함께 추진한 개발 협력 사업의 성과와 환경·사회적 임팩트를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현재 신남방 국가, 남태평양 등 개도국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이모빌리티 등 다양한 민관협력 글로벌 그린 뉴딜 프로젝트 개발을 진행 및 추진 중이며, 이를 통해 기후변화 저감 및 적응이라는 낙후지역의 시급한 문제를 작게나마 해결해 나가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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