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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Apr 20. 2021

[IT진맥] KT '잇섭' 사태를 보며...

통신사와 네이버-카카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비자가 스스로 확인해서 고객센터에 요청하라?


#서비스 경쟁 없었던 통신사들의 공급자 중심 

  마인드


#고객 중심 마인드 없으면 '탈통신'도 없다


KT의 10기가(Gbps) 속도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던 유명 IT유튜버 '잇섭'이 실제로 100MB 수준의 속도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실제로 속도를 측정해본 결과 10기가가 아닌 100MB 속도로 서비스되고 있었다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것입니다.


이 유튜버는 여러가지 테스트를 해봤지만 인터넷 속도가 100MB로 제한이 걸려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이를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원격으로 속도를 고쳐줬고 1~2분 내로 속도가 제대로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KT 고객센터에서는 회사가 속도를 매번 확인할 수 없고, 고객들이 알아서 속도를 측정해서 문제가 있으면 고객센터로 문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이같은 내용이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고 결국 KT는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해당 유튜버와 만나 설명할 예정이라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이른바 '잇섭' 사태에 대해 이용자들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그동안 자신들도 속도가 느린 것 같았는데, KT 측에서 제대로 대응해주지 않았다는 불만들이 쏟아졌습니다. 유명 유튜버니까 그나마 이슈가 되고 보상도 받지만, 일반 이용자들은 제대로 대응도 안해준다는 불만들이 대다수였습니다.

170만 IT유튜버 잇섭이 올린 KT 인터넷 속도결함 의혹 제기 영상. /사진=잇섭 유튜브 캡쳐

'잇섭' 논란 핵심은 '공급자 마인드'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며 통신사와 네이버, 카카오 같은 인터넷 기업간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그 차이는 바로 '고객중심의 사고'인 것 같습니다.


사실 통신 서비스는 고객들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KT 아니면, SK텔레콤이거나 LG유플러스입니다. 알뜰폰을 쓴다고 해도 결국 3사 망을 써야 합니다. 게다가 3사 서비스 품질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적어도 LTE를 쓰는 고객이라면, 한국 어디서나 비슷한 품질의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요금제도 사실 거의 비슷합니다.


그래서 통신회사를 선택할때 고객들은 서비스 품질보다 다른 가치를 추구합니다. 예를 들면 결합상품을 이어가기 위해서, 장기고객 할인을 받기 위해서 통신사를 선택하죠. 아니면, 통신 서비스 경쟁력이 아닌, 단말기 보조금을 많이 주는 통신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요금이나 품질보다는 단말기 보조금이 통신사 선택의 이유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신도림 테크노마트 내 휴대폰 판매점 /사진=이성우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대다수 인터넷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자연히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더 우리 서비스에 오래 머무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다시 우리 서비스에 방문할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자연히 '고객 중심'의 사고가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서비스와 비슷한 서비스는 주변에 차고 넘칩니다. 조금만 삐끗하면 다른 서비스로 떠나는 이용자들이 수두룩합니다.


하지만 통신사들의 서비스는 조금 다릅니다. 이미 수백만, 수천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안간힘까지는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용자인터페이스(UI)나 사용자경험(UX)이 다소 미진하더라도, 멤버십 등과 연계해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가 훨씬 용이합니다. 결합상품이나 약정 등으로 통신 서비스를 바꾸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연계 상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우리가 일일이 문제를 파악할 수는 없으며 문제가 있으면 소비자가 알아서 신고해야 고쳐준다'는 고객센터 직원의 대응 매뉴얼에 소위 '공급자 마인드'가 스며든 것은 아닐까요? 어차피 우리 통신 서비스 쓸거잖아라는 마인드가 느껴지는 것은 저 뿐인가요? 


'고객 중심' 마인드 없이 '탈통신'도 없다


조금 과장해서 얘기하면, 저는 그동안 통신사들이 수차례 '탈통신'을 외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번번이 인터넷 기업들에게 밀려난 이유 중 하나가 '공급자 마인드'와 '고객 중심 마인드'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티맵모빌리티가 티맵 서비스를 활용한 '슬로우로드' 캠페인을 제주도에서 시범적으로 진행한다. /사진=티맵모빌리티 제공


돌이켜보면 통신사가 내놓은 서비스 가운데 독립적인 서비스로 경쟁력을 갖춘 서비스는 사실 몇개 없습니다. 지금 떠오르는 서비스는 '티맵'과 '지니뮤직' 정도 일까요? 최근에는 지속적인 리뉴얼로 고객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는 U+골프 같은 스포츠 특화 서비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 서비스의 공통점은 어쩌면 고객 중심의 사고였을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시도 가운데 성공한 시도가 이 정도로 적다는 것은 분명 다시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그 옛날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고 했다고 하죠. 통신사들도 이제는 공급자 중심 마인드에서 고객 중심 마인드로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몇년째 외치는 '탈통신'을 수년 뒤에도 똑같이 외쳐야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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