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힙스터들에게...너는 진짜가 아니야. 진짜 힙스터는 네 아버지였단다. 그들은 힙스터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전에 힙스터였고, 이미 한참 전에 그런 건 또 진즉 때려치웠지."
- 브래드 게티 <아빠는 오리지널 힙스터> 中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카피라이터 브래드 게티는 아버지들의 젊고 잘나가던 시절 사진을 기부 받아 블로그에 올렸다. 스케이트 보드와 빈티지 자전거, 대자연 속 아웃도어, 뮤직 페스티벌, 스키니진과 후드티까지, 오늘날 '힙'하다는 트렌드가 이미 아버지들이 젊은 시절 다 거쳐 갔던 유행이었단 사실에 젊은 세대들은 열광했다.
나도 아들에게 얘기하고 싶다. 아버지는 진짜 '게이머'였다고. 너희들이 지금 열심히 하는 그 게임, 마리오와 소닉, 파이널 판타지와 위닝일레븐, 삼국지와 스타크래프트가 있던 그 시절엔 너희들보다 더 열성적인 '겜돌이'였다고.
지금은 비록 겉으론 게임을 너무 많이 하면 안된다고 말려야 하는 입장이 됐으나, 가슴 속 게임을 향한 열정은 여전하다. 어린이날을 맞아(?) 아버지들을 다시 열정적인 게이머로 되돌려 줄 게임 관련 디바이스들을 만나본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당시 인기 있던 '컴보이'(패미컴) 대신 삼성전자에서 나왔단 이유로 '알라딘보이'(메가드라이브)를 사주시는 바람에 얼떨결에 세가(SEGA) 팬이 됐다. 이후 당대의 라이벌 닌텐도의 유혹을 뿌리치며 끝까지 세가의 편에 섰지만, 혜성처럼 등장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앞에선 결국 변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플레이스테이션을 최강의 콘솔 자리에 올려 놓은 '파이널판타지7'은 80시간 넘게 잡고 있어도 여운이 남았다. 친구들 사이에 '위닝일레븐'은 '자존심'과 동의어였다. 지금까지도 '플스'는 신랑들의 구매 1순위 가전이다. 결혼정보업체 광고에 신혼부부가 같이 게임하는 모습이 담긴 걸 보라.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와이프는 게임보단 드라마가 우선이고, 거실에서 밀려난 남편들은 자그마한 모니터를 통해 근근이 게이머 생활을 이어가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이 마저도 영위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게이머는 포기하지 않는다. 게임은 못해도 게임기는 산다. 지난해 출시된 차세대 콘솔 '플레이스테이션5'를 드디어 손에 놓었다. 플스5는 출시 이후 품절 행진을 계속해왔고, 올해도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넉넉한 물량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구할 수 있을 때 구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플스5는 최대 8K까지 지원하는 화려한 그래픽은 물론이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탑재로 로딩시간도 쾌적해졌다. 무엇보다 새로운 '듀얼센스' 컨트롤러의 햅틱 피드백과 적응형 트리거가 전해주는 짜릿한 손맛이 백미다.
자, 이제 준비는 끝났다. 와이프가 아이와 함께 처가에 가는 날만 기다리면 된다.
초등학교 때 처음 샀던 PC는 '펜티엄'이었다. 당시 486DX 정도면 고급이었으나, 한 걸음 앞서 나갔다. 디스켓 수십 장에 담긴 게임들을 모두 저장해도 남는 무려 '1기가바이트(GB)' 하드디스크도 달았다.
PC 게임의 또 다른 전기는 '부두(Voodoo) 3Dfx'를 달았을 때였다. 당시 출시된 '하프라이프'를 처음 실행시켰을 때 벽에 적힌 글씨가 또렷하게 보이는 것을 보고 동생과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나름 '얼리어답터'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어느 순간 집에서 데스크톱 PC가 사라졌고, 일하기 편한 가벼운 노트북 PC만 쓰다보니 고사양 게임은 돌려본지가 언제인지 모를 정도가 돼버렸다.
괜히 '스팀'에서 최신 PC 게임을 기웃거려 봤으나 데스크톱 PC는 놓을 곳도 없어 포기하던 중, 신박한 제품을 보게 됐다. 바로 '게이밍 노트북'이다. 특히 '레노버 리전' 시리즈는 누가 게이밍 노트북이라고 얘기해주기 전까진 모를만한 고급스런 외관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리전 5세대 라인업 중 가장 고사양인 '레노버 리전 7i' 제품은 10세대 '인텔 코어 i9 H시리즈'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80 수퍼 맥스-Q'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데스크톱 부럽지 않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500니트 밝기와 240Hz 고주사율, 1ms의 빠른 응답속도를 제공하는 디스플레이는 노트북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런 화면을 보여준다.
리전 7i는 정숙한 외관과 달리 키보드에 1600만 가지 색상 조합이 가능한 화려한 라이트를 숨기고 있어 게임을 할 땐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여기에 게이머를 위한 스피커 JBL '퀀텀 듀오'를 더하니 금상첨화다. 마치 한 세트인 것처럼 완벽한 '조명발'을 자랑하며, 작은 크기답지 않게 빵빵한 우퍼가 뿜어내는 총성이 가슴까지 떨리게 만든다.
다시 키보드의 조명을 끄고 나면 업무 모드로 돌아간다. 레노버 제품다운 쫀득한 키감은 일하기에도 그만이다. 어른이 된 게이머를 위한 노트북이란 바로 이런 것인가.
콘솔이나 PC가 세대를 거듭하며 성능이 엄청나게 좋아지긴 했으나, 게임하는 모습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이제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음을 느낀다. 바로 이 '오큘러스 퀘스트2' 때문이다.
그동안 가상현실(VR)이란 게 많은 기대를 모으긴 했으나 한 때 유행처럼 잠시 조명을 받다 기억에서 사라지는 일이 여러번 반복됐다. PC방처럼 'VR방'이 생기기도 했으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킬러 타이틀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큘러스 퀘스트2는 이런 VR의 암흑기를 빛으로 밝히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집에서 오큘러스 퀘스트2를 써보니 조만간 VR기기가 콘솔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것이란 예감이 든다.
오큘러스 퀘스트2는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120Hz 주사율과 PC와 무선으로 연결하는 '에어링크' 기능을 추가하며 '완전체'로 거듭나고 있다. 아직 테스트 기능이긴 하지만, 선 없이도 '스팀VR'과 연결해 콘솔급 VR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출시된 지 조금 지났지만 밸브의 '하프라이프 : 알릭스'는 앞으로 게임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 같은 존재다. 시각적으로 입체적일 뿐만 아니라, 상호작용 면에서 기존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알릭스를 통해 앞으로 '레디 플레이어 원'이 현실화되는 것도 머지않았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