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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May 26. 2021

단통법 개정...차별하라고 정부가 길 터준다?

[IT진맥]

#법 취지는 좋았지만...결국 '도돌이표'


#사업자가 경쟁해야 소비자도 이익


#25% 요금할인으로 '심각한' 차별은 

  이제 없지 않나요?


"누구는 100만원에 휴대폰을 사고 누구는 10만원에 사는 현상을 바로잡겠다"


지난 2014년 만들어진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취지입니다. 심각한 이용자 차별행위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단통법인 것이죠. 하지만 국민들은 모두가 비싸게 휴대폰을 사도록 만든 법이라는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법 제정부터 잡음이 많았습니다. 시장논리에 반하는 법이라는 지적도 있었고, 사업자들의 사업전략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법이라는 지적도 있었죠. 하지만 '심각한' 이용자 차별을 막아야 한다는 큰 명분이 이겼습니다. 


법 시행 후 7년, 단통법은 시장을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처음에는 바뀐 것 같았지만, 사실 바뀐 것은 별로 없습니다. 지금도 '성지'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결국 단통법은 누구는 100만원에, 누구는 10만원에 휴대폰을 사는 현상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아, 업적이 하나 있습니다. 지원금을 안받으면 25%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 25% 요금할인 받고 계신 분들은 단통법 욕하시면 단통법이 많이 섭섭할겁니다.)


손질, 손질...법안 누더기 되면 소비자 후생 올라갈까?


결국 정부는 이런 비판 속에서 법을 손질하기로 했습니다. 지원금 공시주기를 3~4일로 개편하고 법 개정을 통해 유통망이 지급할 수 있는 추가 지원금을 기존 15%에서 30%로 상향하겠다고 합니다. 경쟁을 부추켜 이용자 혜택을 강화한다는 취지입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에 위치한 스마트폰 유통가의 모습/ 사진= 김경영 기자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합니다. 이용자 차별을 하지 말라고 만든 법인데, 법 개편안을 살펴보면 오히려 차별을 권장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합리적 차별 수준이라고 정해뒀던 추가 지원금 15%를 30%로 늘렸습니다. 공시주기도 1주일을 유지한 것은 그 기간 동안은 이용자들에게 동일한 지원금을 주라는, 즉 차별하지 말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이 공시주기도 3~4일로 바꿔버렸습니다.


정부의 발표에서 '이제 제발 차별 좀 해줘'라는 느낌이 드는 것 저 뿐인가요? 법 제정 취지와는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법안을 손본다고 이용자들의 후생이 높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추가 지원금은 결국 공시 지원금에 연동됩니다. 공시 지원금이 낮아지면 추가 지원금도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추가 지원금은 공시 지원금처럼 의무지급도 아닙니다. 유통망에서 줄수도, 안줄수도 있는 지원금입니다. 당장 소규모 판매점에서는 추가 지원금을 줄 여력이 없다, 대형 판매점만을 위한 개편이다라는 불만이 터져나옵니다.


이래도 불만, 저래도 불만입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불법 지원금 원인은 '판매장려금'


사실 통신시장에서 이용자 차별행위가 일어나는 이유는 통신사들의 판매장려금이라는 정책 때문입니다. 이 판매장려금에는 지원금도 포함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휴대폰 판매장려금이 50만원이고, 공시지원금이 30만원 이라면, 유통점은 이 휴대폰을 판매하고 20만원을 수익으로 남깁니다. 그런데, 이 유통점은 더 많은 휴대폰을 판매하고 싶습니다. 그럼 수익을 10만원만 남기고 40만원을 지원금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단통법 관련 이미지 /사진=방통위 블로그


이 판매장려금은 통신사들이 정합니다. 그야말로 고무줄입니다. 당연하죠. 기업의 영업활동을 위해 판매장려금을 높이기도, 낮추기도 할 수 있죠. 전략적 공략을 위해 특정 지역 특정 유통망에만 다르게 책정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공시지원금이 30만원인데, 판매장려금이 100만원으로 책정될 때 발생합니다. 이러면 유통점은 불법 지원금을 얹어서라도 휴대폰을 팝니다. 하나 팔고 20만원만 남기자는 생각에 50만원을 불법 지원금으로 주는겁니다.


그리고 또다른 정책이 내려옵니다. 10대 팔면 인센티브 100만원 추가 지급. 그런데 이 유통점이 9대를 팔았습니다. 1대만 더 팔면 10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 이 나머지 1대를 어떻게 팔아야 할까요? 판매장려금 100만원을 다 불법지원금으로 줘도 인센티브 100만원을 받을 수 있으니 이익입니다. 아니, 10만원을 얹어 주더라도 팔아야죠. 90만원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젠 경쟁 활성화로 가자, 단통법 전면 개편 검토해야


결국 정부가 원하는 모두가 차별없이 휴대폰을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려면 이 판매장려금을 규제하는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판매장려금을 정부가 규제하는 것이 맞을까요?


SK텔레콤이 오프라인 대리점에서 SK매직의 다양한 렌탈 서비스를 체험해보고 가입,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SK텔레콤 제공


많은 기업들이 영업활동을 위해 판매장려금을 운영하는데, 왜 유독 통신시장에만 정부가 판매장려금에 개입해야 하는 것일까요? 말 그대로 장려금인데, 장려금까지 유통망에 균일하게 지급하라고 하면, 그게 장려금인가요? 게다가 판매장려금까지 규제하면, 통신시장은 아예 경쟁없는 시장이 돼버리진 않을까요?


많은 전문가들이 말합니다. 소비자 후생은 시장에 경쟁이 활발할때 올라간다고요. 이제 정부도 경쟁을 제한하는 단통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소비자 차별을 없애는 것은, 사실 25% 요금할인으로 어느 정도 달성한 것은 아닐까요? 


통신사들도 비대면 매장, 온라인 유통 등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습니다. 쿠팡으로 휴대폰을 사는 모습이 이젠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통신사 유통점에서 가전 렌탈기기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망에 대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지금이 어쩌면 단통법을 전면 개편할 적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개편방식은 경쟁이 가능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25% 요금할인과 지원금 공시 제도만 남겨두고 다른 조항은 다 없애보는 것도 한 방법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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