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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Jun 09. 2021

[탄소중립과 혁신] (27)이제 생태적으로 소통할 때다

송재령 국가기후환경회의 사무처 선임연구원


/사진=픽사베이

지구상에 많은 생명은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북극곰, 바다거북, 고래 등은 이미 멸종위기종이다. 우리에게 그 흔하던 명태는 이제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조금만 시간을 할애해서 인터넷을 뒤져보자.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로 야생동물을 멸종시키거나 위협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어찌 보면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공한 가해자인 인간은 그 피해에 대한 당사자가 되는 것이 당연한 결과다. 허나 기후변화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던, 아니 줄 수도 없던 생명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는 것은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 중심에서 '생태계' 중심으로


인간의 탐욕으로, 즉 '인간중심주의'로 인해 생태계 위기가 점증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생태계와 그에 대한 학문의 관심을 고조시키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더불어 자연과 소통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생태적으로 소통한다'는 것은 인간이 아닌 생태중심주의와 전일주의적(holistic) 사고를 강조한다. 즉, 우리가 생태계의 구성원으로 자연에 온전히 한 부분임을 인정해야 한다. 스테판 하딩은 지구가 살아있는 유기체라는 점을 인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간이 지구의 생명활동을 전적으로 느끼고 참여해야 한다는 '전체론적 과학'에 대해 주장한다.


최근 진화론의 입장에서 글로벌 문제를 다루는 시각이 있다. 진화는 변이와 선택 속에서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의 결과이자 '적응'의 결과다. 자연계의 모든 것이 초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이 아니라면 물질의 인과관계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글로벌 문제, 더 자세히는 기후변화도 자연계만큼이나 복잡하고 물질의 인과관계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는다. 또한 '유전적 진화' 과정뿐 아니라 '문화적 진화' 과정에서 인간이 지배적 위치에 오르게 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진화론'으론 풀 수 없는 기후변화 문제


글로벌 사회가 성취한 과학적 업적과 더불어 전쟁의 변화, 농경 생활, 가족 구조의 다양화, 국가의 발전 등 문화적 진화가 기후변화를 초래한 주요한 원인들로 지목된다.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인 에얼릭 부부는 "우리는 지구상에서 승리를 차지한 종이지만 이제껏 우리에게 먹을 것과 물을 제공하고 만족스런 기후를 허락했던 체계를 위협함으로써 승리를 지속해 나갈 스스로의 능력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공동체 문제해결과정에서 진화론적 논의는 부적절해 보인다. 다윈의 진화론은 기후변화 문제에서 두 가지 측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첫째, 글로벌 공동체 형성에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진화론에는 생물이 내재하는 유전적 정보(DNA)로 인해 종족의 번식과 변이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글로벌 공동체는 태생적인 것이 아닌 특정 사안에 대해 극대화된 커뮤니케이션 과정 속에서 발생한 집합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어떠한 문제 해결이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집단의 총체로 유전적 정보가 상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기후변화로 야기되는 불평등 요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이 글로벌 사회의 연대를 훼손시킬 수 있다. 진화의 과정에서 불가피한 적자생존으로 인해 부적합한 개체의 도태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고온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을 경우 심혈관, 뇌혈관, 호흡기계 질병으로 인한 민감 집단(노인이나 이미 질환을 가지고 있는 집단)의 발병률 또는 사망률이 급속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밖에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저지대 주민의 피해도 그러한 불평등의 예일 것이다.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글로벌 공동체의 연대를 위해서는 '정복해야 한다'는 진화론적 사고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태론적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고의 전환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가능하다. 생태와의 커뮤니케이션은 글로벌 사회의 분열성을 넘어 진정한 생태 사회의 통합에 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나 그로 파생된 문제의 해결에서 생태적으로 소통한다는 것은 하나의 시대적 사명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자연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글로벌 사회의 기준과 원칙이 이러한 근본적인 통섭을 논의할 수 있다. 이것이 전제가 되었을 때, 인간 사회와 자연의 관계는 억압과 충돌에서 벗어나 조화롭게 복원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생태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자, 시대정신인 셈이다. 


<Who is...> 송재령 국가기후환경회의 사무처 선임연구원



송재령 선임연구원은 기후변화, 과학기술, 국제협력을 포함하는 주제로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수준의 정책을 제안하고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국제협력팀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국제과학기술국 및 녹색기술센터에서 국제적 수준에서의 기후변화 대응 R&D 및 혁신 협력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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