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카카오모빌리티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이동수요 감소에도 불구,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 2800억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167% 성장했다. 영업손실도 129억원으로 전년보다 100억원 가량을 줄이는 데 성공하며 올해는 흑자전환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이런 성장세에 주목한 전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올 2월과 6월 칼라일 등으로부터 3600억원을 투자받았고, 4월엔 구글로부터 560억원을 투자받으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달 2일에는 미래차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한 LG그룹으로부터 1000억원의 전략적 투자까지 유치하며 누적투자 1조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IT기업부터 국내 굴지의 대기업까지 모빌리티 분야의 관심이 있는 기업이라면 모두가 카카오모빌리티를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중심에는 택시를 시작으로 자전거, 셔틀버스, 시외버스, 열차, 항공 등 중단거리에서 광역교통에 이르는 모든 이동수단을 촘촘히 연결하는 국내 최대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플랫폼 '카카오 T'가 자리한다.
카카오 T는 2800만 이용자를 기반으로 대리, 세차 등 차량 관련 서비스 분야는 물론 퀵서비스와 택배 등 물류 분야까지 활동영역을 전방위로 넓히고 있다. 모든 이동을 하나로 연결하고, 이를 기반으로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와 사업을 전개하는 '슈퍼앱'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 T가 카카오 계열사 중 유일하게 '카카오톡'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크게 성장한 플랫폼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이 덕분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카카오모빌리티의 미래가 밝아질수록, 뒤에 생기는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카카오 T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독점에 대한 우려가 계속해서 도마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주력사업인 가맹택시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택시업계와 무수한 갈등을 겪어왔다. 2018년 카풀 시범서비스로 촉발된 갈등은 택시기사의 분신사망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낳았고, 이후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플랫폼 상생발전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주도하며 현재 택시 중심의 모빌리티 시장 구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허나 여전히 택시업계에선 카카오 T의 영향력에 종속되지 않을까 작은 행동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가맹택시 '카카오T 블루'를 우선 배차한다는 이른바 '콜 몰아주기'에 대한 의심을 계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택시업계의 진정서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 연내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갑작스런 유료화도 택시기사들을 자극하고 있다. 택시 4단체는 지난 4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기사 전용 유료 서비스인 '프로 멤버십'을 내놓자 '독점적 사업자의 갑질'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승객에게 낮은 평점을 받은 택시기사는 프로 멤버십에 가입하지 못한다는 약관을 넣자 택시업계는 기사들을 '별점 노예'로 만든다며 반발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 뿐만 아니라 동종 모빌리티 업체들과도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4월 타다, 우버 등 다른 가맹택시 사업자들에게 카카오 T 플랫폼을 사용하지 말라며 공문을 발송했다. 타사 가맹택시 기사들이 카카오 T 호출을 받았다가 일방적으로 취소하거나, 승객들에게 영업활동을 펼쳐 자사 서비스 품질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T 호출을 받으려면 사업자 간 정식 제휴를 맺도록 요구했는데, 이를 두고 업계에선 사실상 유료화 요구로 받아들였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는 실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6일 각각 '마카롱 택시', '반반 택시', '고요한 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 코나투스, 코액터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카카오 T 호출 병행 수행을 위한 시스템 연동에 나섰다. 이번 협약에선 수수료 등의 조건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들을 우군으로 만들어 실제 경쟁자인 타다와 우버를 압박하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타다와 우버는 현재까진 제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타다 측은 자사 방침상 기사들의 카카오 T 호출을 금지하고 있다는 입장이고, 우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만일 기사들이 카카오 T 호출을 받는다면 그건 '개인적 일탈'이기 때문에 굳이 제휴를 맺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타사 가맹택시 기사의 카카오 T 앱 이용 권한을 정지하는 방법으로 강경 대응에 나섰다. 아직 타다와 우버 플랫폼의 영향력이 카카오 T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할 때,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하게 되면 해당 가맹택시 업체들의 불만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카카오T 블루가 카카오 T 호출을 독점하는 형태가 되면서, 가맹택시 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택시호출 시장에서 8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가맹택시 시장에서도 2만1000여대의 택시를 확보해 고작 1000여대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경쟁사들을 크게 압도하고 있다. 이렇게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자, 이번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존 투자자들의 엑시트를 위해 상장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늦어도 내년까진 기업공개를 위한 준비를 마쳐야 한다. 독점에 대한 논란과 이해관계자들의 잦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업 확장과 수익화의 속도를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새로운 시장을 앞서 개척하고, 다양한 갈등에 정면으로 맞서며 계속해서 직진하고 있다. 현재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카카오모빌리티가 논란과 수습을 거듭하며 새로운 시장과 서비스를 개척하면, 후발주자들이 무난하게 입성하는 형국이다. 플랫폼 택시 시장을 주도하게 된 가맹택시 사업이 그랬고, 최근 타다, 티맵이 잇따라 뛰어든 대리기사 서비스도 그렇다. 향후 멤버십 등의 플랫폼 수익화 방법도 유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계속해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앞장을 서는 이상 경쟁자들이 현재의 시장 구도를 깨뜨리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카카오모빌리티는 더 많은 자금을 지원받고,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할 것이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가 계속 압도적인 시장 지배자가 될 공산이 큰 상황이다.
다소 아쉬운 지점은 아직까지 거대해진 영향력을 바탕으로 어떻게 이용자와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택시는 필요할 때 안잡히고, 기사들의 서비스는 승객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근래 새로운 사업에 대한 소식은 일일이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쏟아졌지만, 매번 논란에 비해 이용자들의 편익이 크게 개선됐다는 목소리는 아직 작게 들린다.
5000만 이용자를 거느린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은 근 10년 만에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 과정도 무척 조심스러웠다. 이렇게 더딘 걸음을 한 건 모바일 생태계를 통해 이용자들을 연결하고, 연결을 통해 가치를 창출한다는 목적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국민 모빌리티 플랫폼'을 꿈꾸는 카카오 T 역시 더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으로 생활을 변화시킨다는 목표에 걸맞은 성장을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