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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Aug 23. 2021

[써봤다] 큰 화면은 언제나 옳다…'갤럭시 Z 폴드3'

갤럭시 Z 폴드3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2011년 9월 '갤럭시 노트'가 세상에 처음 선을 보였을 때 일부 언론은 '너무 크다'며 혹평했다. 당시 애플 '아이폰4'의 화면 크기는 고작 3.5인치였다. 갤럭시 노트의 5.3인치 화면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그리고 그 무모한 도전은 스마트폰 역사의 흐름을 바꿔놨다. 스마트폰 화면은 계속 커지다 현재는 6인치 이상의 스마트폰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한동안 계속 커지던 스마트폰 화면은 6인치대에 이르러 '한 손으로 쥘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봉착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다시 한 번 나섰다. 2019년 삼성이 선보인 '갤럭시 폴드'는 화면을 접었다 펼칠 수 있는 '폴더블폰'이다. 반으로 접었다 펼치면 7.3인치로 아이패드 미니(7.9인치)에 가까운 크기가 된다. 갤럭시 노트가 만든 '패블릿(폰+태블릿)'이란 말이 갤럭시 폴드로 완성됐다.

갤럭시 Z 폴드3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스마트폰 화면이 커지면서 당연히 휴대성은 점점 떨어졌다. 이미 스마트폰은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 꽤 거북한 물건이 됐다. 들고 다니긴 다소 불편해도 큰 화면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다시 작은 화면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지금 가장 화면이 큰 스마트폰인 '갤럭시 Z 폴드3'를 써보고 확실히 알았다. 다시 돌아가기 힘들게 됐다는 걸.


Q. 왜 폴더블폰을 써야 하나요?

스마트폰 화면 크기는 '거거익선(크면 클수록 좋다)'이라는 말이 있듯이, 화면이 크다는 건 그 자체로 장점이 많다. 네이버에서 뉴스 기사를 볼 때 PC나 태블릿 화면처럼 두 줄씩 볼 수 있다. e북을 볼 때도 양쪽으로 페이지를 펼쳐 진짜 책처럼 볼 수 있다. 인터넷으로 옷을 살 때도 디테일을 더 생생하게 살필 수 있다. 동영상에서 내 '최애'의 표정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갤럭시 Z 폴드3를 손에 쥔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전에 쓰던 폰을 보니 벌써부터 갑갑하다.

갤럭시 Z 폴드3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더 좋은 건 그냥 크게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쪼개서'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앱을 실행하는 상태에서 다른 앱을 끌어다 놓으면 상하, 또는 좌우로 반을 쪼개 쓸 수 있다. 앱 간 화면비도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 또 여기에 하나를 더 얹어 최대 3개까지 앱을 동시에 돌리고 팝업으로도 띄울 수 있다. 유튜브 보면서 기사 검색하고, 동시에 게임까지 돌려 놓는 건 기본이다.


조금 익숙해지면 정말 편해지는 데, 예를 들어 증권 유튜브를 보다가 맘에 드는 종목을 발견했을 때 예전엔 다시 홈화면으로 돌아와 브라우저를 열고 포털에서 검색을 한 뒤 다시 유튜브로 돌아와야 했다. 이 내용을 따로 메모하거나 MTS 관심종목에 등록하려면 또 다시 앱을 열고 닫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갤럭시 Z 폴드3에선 이 과정을 홈화면 한 번 거치지 않고 모두 한 화면에서 막힘없이 할 수 있다.

갤럭시 Z 폴드3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지금까지 이런 멀티태스킹 콘셉트를 내세운 제품은 계속 있어왔지만, 갤럭시 Z 폴드3의 대화면과 소프트웨어 경험이 결합되니 이제야 정말 '쓸만한' 수준이 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익숙해지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려, 어떻게 더 많은 사람이 익숙한 수준까지 써 볼 수 있게 만드는 지에 갤럭시 Z 폴드3의 성패가 달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써보면 다시 바(bar) 형으로 돌아가기 싫어질 정도로 임팩트가 있다.


갤럭시 Z 폴드3는 처음으로 화면에 직접 필기도 할 수 있게 됐다. 폴드 전용 'S펜'을 사용하면 '갤럭시 노트' 시리즈처럼 직접 화면에 메모를 할 수 있다. S펜은 실제 필기처럼 매끄럽게 잘 써진다. 아직 본체 내에 수납이 안되는 게 좀 아쉽지만, 성능 자체는 모바일 기기용 스타일러스 중에선 독보적이다. S펜 지원으로 갤럭시 Z 폴드3는 반으로 접히는 진짜 '노트' 같아졌다.

갤럭시 Z 폴드3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결국 이런 요소들을 조합해보면 갤럭시 Z 폴드3의 강점은 '생산성'에 모아진다. 갤럭시 Z 폴드3에서는 웹 검색 결과를 끌어다 새 창에 열 수 있다. 왼쪽엔 목록을, 오른쪽엔 세부 내용을 한눈에 보며 메일이나 스케쥴 작업 등을 할 수 있다. '드래그 앤 드롭'으로 내용을 콘텐츠를 복사하거나 이미지나 파일로 첨부할 수 있고, 웨비나를 보며 자료에 메모를 하거나 형광펜으로 표시를 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이 익숙해지면 업무나 일상적인 일들에 있어 효율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Q. 두껍고 무겁다는 데 괜찮나요?

갤럭시 Z 폴드3를 대할 때 사람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점이 아직 무겁고 두껍다는 점이다. 특히 271g에 달하는 무게는 사람에 따라 매우 부담을 준다. 기존 스마트폰 중에 가장 큰 축에 속하는 6.8인치 화면의 갤럭시 S21 울트라는 227g이다. 40g 이상 차이가 나니 숫자만 봐도 무시 못할 무게다.

갤럭시 Z 폴드3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허나 실제 써보면, 적어도 성인 남성 기준에서 못 쓸 만큼 무거운 건 아니었다. 절대적인 무게 자체가 꽤 나가지만, 파지법이 기존 폰과 달라 부담이 덜 한 면이 있다. 갤럭시 Z 폴드3는 접었을 때 좌우 폭이 기존 폰보다 좁고 두께는 더 두껍다. 손에 쥘 때 좀 더 깊이 움켜 쥘 수 있는 구조다. 한 손으로 같은 무게의 널판지와 아령을 쥔다고 생각했을 때, 아령이 훨씬 쥐기 편한 것과 비슷하다.


일각에선 갤럭시 Z 폴드 시리즈 커버 디스플레이의 길쭉한 화면 비율을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아마도 이런 그립감 측면에서 이렇게 정한 게 아닌가 싶다. 어차피 대부분 모바일 앱 화면은 세로 스크롤이다. 세로로 길다고 문제가 될 건 별로 없다. 더구나 커버 디스플레이도 상하 분할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써보면 화면이 긴 게 꽤 유용하다.

갤럭시 Z 폴드3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펼쳤을 땐 무게가 분산되기 때문에 한 손으로 들고 영상 등을 봐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폴더블이란 새로운 폼팩터에서 나름 '황금비'를 찾기 위해 수없이 손에 쥐어본 노력의 흔적이 보인다.


Q.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 쓸 만 한가요?

갤럭시 Z 폴드3는 앞서 언급한 S펜과 더불어 여러 기술 혁신을 선보였는 데,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DC)'가 그 중 하나다. 폴더블폰에선 모두 세계 최초로 도입된 기술이다.

화면에 구멍을 뚫지 않고 패널 아래에 카메라를 숨긴 UDC는 화면을 채울 땐 픽셀로 채워졌다가, 카메라를 쓸 땐 투명하게 변하는 구조다. 근데 이 픽셀이 주변부보다 밀도가 낮다보니 카메라 구멍이 감쪽같이 숨겨지진 않는다.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면 당연히 보인다. 오히려 모기장 같이 보이는 픽셀이 더 거슬린다는 의견도 있다.

갤럭시 Z 폴드3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하지만 실사용에선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는게 며칠 써 본 결론이다. 픽셀이 도드라져 보이는 흰 바탕의 화면은 웹서핑이나 문서 등을 볼 때 정도인데, 대부분 시선이 중앙으로 쏠려 일부러 쳐다보지 않는 한 의식할 일이 별로 없다. 오히려 동영상을 볼 땐 화면이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픽셀이 잘 보이지 않고, 전체적으로 화면이 훨씬 깔끔하게 느껴진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UDC 도입으로 목적한 바는 어느정도 이룬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Z 폴드3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사실 문제는 카메라 화질인데, 빛 번짐이 꽤 심하다. 화소가 떨어지거나 피사체가 살짝 뭉개지는 건 소프트웨어 보정으로 커버가 되지만, 빛이 번져 보이거나 저조도에서 화질이 저하되는 것까진 피하진 못했다. 다행히 셀카는 화질이 좋은 커버 디스플레이 카메라로 찍는 게 더 편하고, 내부 카메라는 통상 화상통화나 원격회의 때나 쓰기 때문에 화질이 크게 문제 될 일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Q.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나요?

갤럭시 Z 폴드3는 모두에게 좋은 폰은 아니다. 쓰는 사람이나 용도에 따라 그냥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폰도 될 수 있다. 전화하고 카톡하고 유튜브 보면서 쉬는 정도라면 아직까진 굳이 바꿀 필요는 없어 보인다.

갤럭시 Z 폴드3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더 많은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 자신이 하는 일의 효율을 높이고 싶은 사람에겐 무게를 감당하고라도 꼭 써볼 만한 제품이다. 조금 낯선 모습과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지만, 익숙해질수록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아지고 어떤 폰보다 편하게 쓸 수 있다.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는 사람과 세 가지를 할 수 있는 사람의 생산성 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갤럭시 Z 폴드3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삼성전자가 '폴더블 대세화'를 외칠 수 있는 건 이런 '폴더블 경험'을 한 번 하고 나면 다시 일반 스마트폰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란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실제 써보니 그렇다. 아직 장기간 사용하면서 확인해 볼 디테일한 부분들은 남아있지만, 적어도 '왜 폴더블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큰 화면은 언제나 진리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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