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테크M Sep 08. 2020

뉴욕타임즈의 6년 전 보고서를 다시 봐야하는 이유

구독모델을 꿈꾸는 미디어가 꼭 봐야 할 글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다. 네이버, 다음, 구글 검색 포털에서 검색만 하면 무수한 기삿거리들이 쏟아진다. 


정보는 많은데 깊이는 없다고? 아니, 오히려 깊이는 더 깊어졌다. 


전문가들이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됐기 때문이다. 과거엔 언론사 등의 미디어를 통해 독자와 간접적으로 만나던 전문가들은 이제 자신들의 채널로 직접 독자와 소통한다. 미디어의 파이를 소위 '일반인'들과 나누게 된 미디어의 좁아진 입지. 미디어의 잘못은 아니다. 상황이 변했을 뿐이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많은 매체들이 '구독모델'을 생각하고 있다. 구독모델, 과연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이 가능할까? 미디어 생태계 속에서 살고 있는 나조차 헷갈리는 질문이다. 




내가 구독을 누를 줄 알았나요?


사정은 미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난 오래 전부터 미국의 경제지들을 즐겨봤다. 그야말로 외신 경제지의 애독자다. 대표적으로 10년 이상을 꾸준히 보고 있는 게 블룸버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블룸버그가 기사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4~5개 정도를 검색하다 보면 아래와 같은 메세지가 뜬다. 돈을 내야만 볼 수 있다. 한 달에 1.99달러. 우리 돈 2000원 수준이다. 내가 구독을 눌렀을까?  아직은, 아니다. 2000원이 없어서? 아니다. 블룸버그에 나오는 정보 정도는 사실 구글에 검색하면 아직 유료모델을 시행하고 있지 않은 다른 수많은 외신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나는 같은 키워드를 구글에 다시 검색을 하는 '꼼수'를 쓴다. 이미 앞전에 김현기 대표가 이야기 했던 것처럼 (망한 매체들도 많고) '구독 모델'은 정말 어렵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미 예전부터 이런 유료 모델을 써왔기에 늘 월스트리트저널의 제목을 복사해서 구글 창에 붙여넣기 해왔다^^;미안합니다!)




사진=블룸버그 결제화면




6년 전 뉴욕타임즈의 혁신보고서 


성공한 곳은 없을까. 미국 대표 언론사인 뉴욕타임즈가 얼마 전 이런 기사를 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광고시장의 대 타격이 있었던 2020년의 2분기, 디지털 매출이 종이 신문 매출을 역사상 처음으로 이겼다고 말이다.  


디지털 구독료와 광고비 매출이 1억 8500만 달러. 종이 신문 매출은 1억 7540만 달러였다. 2분기 유료구독자만 66만 9000명이 늘었다. 총 구독자 수는 650만 명. 이 중 디지털만 구독하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이 570만 명에 달한다. CEO 마크 톰슨은 '뉴욕 타임즈의 혁신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뉴스'라고 말했다. 




사진=뉴욕타임즈 기사




와~ 대단하다! 코로나 때문에 반사 이익 본건가? 아니, 사실 깜짝 뉴스는 아니었다. 대가 없는 성공이 어디 있던가. 6년 전 뉴욕타임즈는 혁신 보고서를 보면 그들이 했을 숱한 고민들을 엿볼 수 있다. 혁신 보고서는 이런 반성으로 시작한다. 



사진=뉴욕타임즈 혁신보고서


"7년 전만 해도 뉴욕 타임즈는 디지털과 종이신문 분야가 완전히 나뉘어 다른 빌딩에서 운영됐다. 그 이후 우리의 뉴스는 느리게 조금씩 변화했다. 매 해 종이신문 기자와 디지털 기자들이 조금씩 더 섞였다. 매 해 우리는 더 많은 자원을 디지털 쪽에 투자했다. 매 해 우리는 디지털 저널리즘의 획을 그을만한 것들을 만들어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꽤 많이, 꽤 빨리 움직이지 못했다. 디지털화에 준비해가는 과정에 '균열'이 있었다. 그게 우리가 변화해가는 지형에 적응하는 걸 더 힘들게 했다."



사진=뉴욕타임즈 혁신보고서 


그러나 그들은 디지털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당시만 해도 이미 광고비율은 줄고 구독 매출이 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회를 좇는 것은 장기적 투자와, 큰 혁신, 동시에 리스크, 크고 작은 실패들을 경험해야 하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 뿐 아니라 비즈니스 쪽의 목표도 결국 '장기적 성장'에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상은 주로 단기적 목표에서 온다는 믿음이 장기적 성장을 힘들게 한다. 

즉각적인 수익에 초점을 두는 것, 즉 "시점 ROI"는 여전히 관심사로 남아 있다. 비지니스 리더들이 "쉽게 계량화되지 않는 것들을 가치 있게 평가하기 위해 애쓴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긴 했다. 소셜 미디어는 우리의 저널리즘을 보급하고 독자의 충성도를 형성하는 데 있어 점점 더 중요한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수익이 적다는 것이 사례다. 답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사고방식 전환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이 시점에 다시 돌아봐야 할 명문장들


아마 많은 기존 언론사들이 느끼고 있는 고민일 것이다. 당장의 수익은 광고에서 오는데, 독자는 늘 생각을 하지 않고, 그래서 우리는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더 집중하는 수 밖에 없다고 애써 외면하고 싶을 때도 많을 것이다. 그들은 그래서 어디서 해답을 찾았는가. 긴 해법을 내놨지만 인상깊은 몇 가지만 남겨본다. 오해의 여지가 있을까 최대한 원문을 그대로 옮기려고 노력했다.


"팀원 각자가 저널리즘, 기술, 사용자 환경, 분석 등 다양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명확한 리더가 있어야 한다. 함께 뭉치고 민첩하게 움직어야 한다. 팀은 6명 이상이면 안된다. 구성원 각자가 문제 해결 능력, 설득력, 전문가와 초보자들과 함께 일하기를 열망해야 한다."


"디지털 역량을 가진 구성원들이 전략을 잘 세울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디지털 스태프들의 불평은 종종 '그들의 전문지식이 사내에서 유용하지 않다, 성장 기회가 없다, 리더가 그들의 기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그들이 불만을 느끼는 이유는 '서비스 역할이 아닌 창의적 역할을 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다.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열망에 합류한 사람들이 줄거리를 짤막하게 편집하는데 그들의 하루를 쓰고 있다. 커리어를 위해 디지털 스태프들이 종종 '기자'나 '편집'으로 전보를 요청한다. 이게 우리의 디지털 사고방식을 능가하는 '신문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다. 리더의 자리에 디지털 출신이 적다는 점도 디지털 인재들을 떠나게 만든다." 


"뉴스 쪽이든 비즈니스 쪽이든 더 효율적으로 협업을 해야 한다.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한다. 그리고 가치있는, 그래서 독자들이 알아줄 콘텐츠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6년이 지난 2020년의 지금. 


카카오와 네이버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 모바일로 바로 독자들에게 파고 들며, TV로 오던 광고가 탑 유투버들에게 가고 있는 이 시점. 


'전통 미디어'를 탈피해 '뉴미디어'의 한 획을 긋는 데는 결국 왕도는 없는 듯 하다. 수많은 시도와 노력, 갈등, 반성, 희열, 성취감을 느끼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수 밖에. 단 그 발걸음이 지금보다는 빨라야 할 것이다. 고민과 생각이 많아진다 한들 우리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미디어 환경 변화의 문제다. 뉴욕타임즈도 같은 고민을 했고, 고민 끝에 우리보다 앞서 나갔으니 우리도 하면 된다. 6년 전 '100페이지 짜리 절실함이 가득 담겼던' 뉴욕타임즈의 혁신보고서를 지금 다시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어느 한 쪽을 정의해서 편가르기를 할 시간이 없다. 스스로를 정의할 시간에, 더 단단하고 열린 마음으로 콘텐츠 고민을 하는 수 밖에.



글=테크M 신지은 기자 sophie@techm.kr



매거진의 이전글 FPS게임 '콜옵'으로 600만뷰 찍은 비결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