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열풍은 어느정도 사그라들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하고, 규정하고 싶어 합니다. 이같은 인간의 욕구는 거의 본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우리는 MBTI 등 다양한 성격검사와 심리검사로 자신에 대해 탐구해왔습니다. 심지어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에도 자신을 아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로 여겨져 왔습니다. 손자병법에선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습니다. 또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현관 기둥에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새겨져 있습니다.
저 역시 제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번 MBTI 검사에 이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TCI 검사를 해봤습니다. TCI는 '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의 약자로 기질과 성격에 대한 검사입니다.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으로 얻어진 '성격'을 분석하는 검사입니다.
TCI 검사의 가장 큰 특징은 기질과 성격을 나눴다는 점입니다. 다른 검사들은 기질과 성격을 합쳐 성격으로 간주하지만, TCI는 따로 분석합니다. TCI에서 말하는 기질은 유전적으로 타고나 유아기에 형성돼 성인이 된 이후 잘 바뀌지 않습니다.
반면 자라면서 형성되는 성격은 충분히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TCI 기질과 성격을 따로 분석해 내가 기질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성격적인 부분에서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찾는데 목적을 둔 검사입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성숙하거나 미성숙한 성격은 있을 수 있지만, 좋은 기질과 나쁜 기질은 없다는 것입니다. 관련 전문가는 각각의 기질은 특징이 있을 뿐이고, 성격을 잘 형성해 기질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선천적으로 태어난 기질을 평가하는 것은 우생학적 관점으로 위험하다는 설명입니다.
TCI 검사결과에 따르면 저는 기질 부분에서 ▲높은 자극추구 ▲낮은 위험회피 성향을 보였습니다. 저의 검사 결과를 해설해 준 전문가는 자극추구는 엑셀, 위험회피는 브레이크라고 비유했습니다.
저와 같은 성향을 보이는 사람은 모든 방면에서 호기심이 많고 익사이팅한 것을 추구, 즉 엑셀을 계속 밟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대로 낮은 자극추구, 높은 위험회피 성향은 생각과 고민이 많아 신중한, 브레이크만 밟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는 자극추구 세부사항에서 자유분방 항목이 높고, 위험회피 세부사항에서 낯선 사람에 대한 수줍음이 낮게 나왔습니다. 이에 전문가는 제가 기자라는 직업에 잘 맞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매일 같은 일을 하면 스트레스를 더 심하게 받을 수 있어, 자유롭게 아이디어 낼 수 있고 자유분방한 직업이 좋다는 것입니다.
직접 취재 현장을 돌아다니고, 새로운 취재원들을 만나고, 매일 다른 아이템을 찾아 기사를 쓰는 기자가 기질적으로 어울린다는 설명입니다.
저는 기질적으로 '인내력'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세부사항에서 '근면'이 평균치보다 낮았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차분하게 앉아서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당시 상당히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는 제가 이런 부분을 성격으로 보완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성격 부분 '자율성'의 세부사항을 보면 저는 상당히 높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책임감은 일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약속 등 모든 것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해설에 따르면 책임감이 높은 성격은 책임져야 할때 회피하기 보단 다가가는 기꺼이 하려는 성격입니다.
일을 미리미리 처리하진 않지만, 어떻게든 그 일을 해낸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일을 미루다가 데드라인에 가까워져서야 일을 처리합니다. 최대한 일을 미룰 수 있을때까지 미루는 것입니다. 다만 밤을 새워서라도 반드시 약속한 일정을 지켜려 합니다.
전문가는 저에게 미루는 것은 타고난 기질이라며 근면하지 않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성격인 책임감으로 낮은 근면을 보완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밖에 기질인 사회적민감성과 성격인 연대감·자기초월에 대한 해설을 통해 내가 무엇을 타고 났는지, 제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눈치를 살피는 습관은 왜 생겼는지, 왜 타인에게 의존적인 경향을 보이는지 등에 대한 이유를 어느정도 알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는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기질은 사람마다 다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라며 "TCI 검사를 통해 성격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TCI 검사는 만 9세부터 24세까지 상담복지센터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만 24세 이상의 경우엔 심리상담소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검사 받아야 합니다. 어떤 경우든 심리상담 전문가의 해설은 필수입니다.
내가 어떤 기질을 타고 났는지, 어떤 성격을 형성해왔는지 궁금하다면 TCI 검사를 진행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개선·혁신·진화는 진단에서부터 시작되니까요.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