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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Oct 29. 2021

스니커즈 덕후들의 천국...BGZT 랩 2호점 방문기

/그래픽=이소라 기자


웬만한 외제차 가격과 맞먹는 운동화가 있다면, 일반인도 어떤 제품인지 한번쯤은 보고 싶을 것 같아. 사실 40대인 '라떼워킹맘'도 한정판 스니커즈 등 운동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5000만원대 운동화가 어떤 건지 궁금하거든.


하지만 스니커즈 마니아도 보기 힘들다는 한정판 제품을 어떻게 눈으로 볼 수 있겠어. 그냥 그런게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사진으로나 보는거지. 가끔 셀럽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려주면 이게 그건가보다 하는거고.


그런데 내 눈으로 5500만원짜리 운동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거야. 번개장터에서 기획한 BGZT 랩이 2호점이 가까운 곳에서 오픈한다더라고. '더현대 서울'에 1호점을 낸 데 이어 이번에는 스타필드 코엑스에 2호점이 들어섰는데 규모가 더 커졌다는 소식을 들었어.


일반인들에게는 오는 29일에 오픈한다고 하는데 기자들에게는 특별히 27일에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어. 바쁜 날이었지만 5500만원짜리 운동화가 너무 궁금해서 방문을 신청했지. 


'스알못(스니커즈 알지 못하는 사람)'도 흥미진진


나는 '리셀족'은 아니야. 운동화는 그저 내 발 편하게 해주고 가벼운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라떼워킹맘'일 뿐이지. 그런데 최근 신세계 정용진 회장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네이버 역시 '크림'을 통해 리셀 시장을 키우고 있는 중이더군.


내가 관심이 없다고 해도 최근 트렌드를 알고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야 '꼰대'가 아닌 '라떼워킹맘' 기자가 될 수 있지 않겠어? 스니커즈 세상을 아예 모르는 내가 가면 과연 어떤 느낌을 받게 될지 궁금하기도 했고.

매장 입구의 포디엄 공간/사진=이소라 기자


내가 스니커즈 조던1은 몰라도, 마이클 조던은 정말 좋아했거든. 딱 내 나이가 학창 시절 마지막 승부라는 농구 드라마에 열광하고 연세대와 고려대가 맞붙는 '농구대잔치'에 미쳤던 세대였기에 마이클 조던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


이번 BGZT 2호점은 조던1 제품으로 꽉 채웠더라고. 다행히다 싶었어. 내가 아예 모르는 콘텐츠였다면 사실 설명을 들어도 재미가 없었을텐데 잘 아는 선수를 모티브로 한 제품이다보니 흥미진진했지.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희귀템 보는 재미 '쏠쏠'


일단 가격을 들으면서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어. 매장을 들어가자마자 볼 수 있는 포디엄에 전시된 운동화 가격을 합하면 1억1000만원이더라고. 귀를 의심했지. 몰래 매장 비밀번호를 알아내야 하나 고민해야 할 가격이었어.

5500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된 조던1 1985년 모델/사진=이소라 기자


그중에서 가장 비싼 것은 마이클 조던이 처음 신었던 1985년 모델이었어. 포디엄 공간 가장 가운데에 우뚝 솟은, 시카고 불스를 대표하는 색으로 꾸며진 스니커즈는 무려 5500만원이었어.


다른 시카고불스 오리지널 신발과 전혀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지만. 리셀러들에게는 처음, 오리지널 같은 수식어들이 정말 중요하다고 하더군. 과연 누구의 손에 저 제품이 팔리게 될지 정말 궁금해졌어. 

조던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제품도 있었어. 사인은 사실 진품 여부를 가리기 어렵잖아. 그래서 진짜 조던이 사인한 제품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보증서 개념의 홀로그램 카드가 함께 주어진다고 해. 이 제품은 1000만원대 중반이었어.


여성 스니커즈 리셀 시장도 '성장중'


2호점이 1호점과 가장 차별화 된 것은 여성 스니커즈의 종류였어. 원래 리셀 시장은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는데 최근에는 여성들의 관심도 높아졌다고 해. 그래서 2호점에는 여성 제품이 어떤 곳보다 많이 전시돼 있었어. 

'핑크' 덕후인 '라떼워킹맘'의 눈에 확 들어온 제품이 있었어. 나이키에서 진짜 잘 나오지 않는 색감이라서 탐이 나더군. 아참! 매장에 들어가서 직원에게 가격을 물어보지 않아도 돼. 직접 QR코드를 스캔하면 가격이 나오거든. 내가 본 핑크색 조던1은 20만원대였어. 구매를 잠시 고민할 정도로 합리적인 가격이더군. 


'라떼워킹맘'의 원픽이었던 '핑크' 조던1/사진=이소라 기자


매장을 둘러 보다가 여성 조던1 시리즈 중에 가장 비싼 제품은 무엇인지 궁금했어. 리셀 시장에서 여성 제품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남성 제품보다는 가격대가 저렴할 것이라 예상은 했는데 이정도로 차이가 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어.


BGZT에 전시된 여성 조던1 제품 중 가장 비싼 시카고 오리지널 모델/사진=이소라 기자


역시 시카고 오리지널 제품이 가장 비쌌어. 그런데 가격이 겨우(?) 130만원대더라고. 바로 앞에 5500만원짜리 제품을 보고 왔는데 130만원이라고 하니 너무 싸보이는거야. 살뻔했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남성 조던1 제품들


앞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마이클 조던에 대해 잘 알고 있어. 그래서인지 남성 제품 설명을 들을 때 더 몰입이 잘되고 흥미진진했어. 스포츠 스타의 역사가 신발에 녹아들어가 있고, 그것이 또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지.


특히 '라떼워킹맘'의 눈길을 끌었던 세가지 제품이 있었어. 우선 색감 하나로 '라떼워킹맘'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새파랑색' 조던1은 게토레이와 컬래버레이션 한 제품이더라고. 당시에는 굉장히 화제를 모은 마케팅이었다고 해.


'라떼워킹맘'의 마음을 설레게 한 게토레이 협업 제품들(가운데줄)/사진=이소라 기자


운동화를 살펴보던 중 뒷꿈치 부분에 X표시가 된 제품이 있더라고. 감히 조던1 제품에 X표시를 하다니 어떤 간 큰 사람일지 물어봤더니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는거야. 당시에는 소속팀 색이 들어간 운동화를 신어야 하는 룰이 있었는데 실수로 시카고 불스를 상징하는 흰색이 아닌 검은색을 넣어 운동화를 만들었다는 거야. 그래서 조던이 게임에서 '밴'을 당한 사건이 있었고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뒷꿈치에 X표시를 했다고 해.


'밴'을 나타내는 X표시를 한 조던1/사진=이소라 기자


운동화에 글씨가 써있는 제품이 있어서 스토리가 궁금했어. 재미있게도 '낫 포 리셀'이라고 써있는거야. 제발 그만좀 다시 팔라는 이야기지. 운동화 앞부분은 '나를 신어달라'는 의미로 '웨어 미'라고 써 있었어. 이 제품이 '리셀' 매장에 있는게 참 재미있었어. 


'낫 포 리셀'이라고 써 있는 조던1/사진=이소라 기자


'리셀'은 스토리와 역사를 구매하는 행위


물론 조던 모델에 국한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스알못'인 '라떼워킹맘' 기자가 BGZT 매장을 둘러보고 느낀 점은, 리셀은 결국 제품이 아니라 스토리를 구매하는 행위라는 것이야.


신기하게도 디자인이라던지, 명품사와 컬래버레이션 한 제품이라던지 사실 더 비쌀 이유가 충분한 많은 제품보다도 조던의 이야기가 녹아들어가 있고 그의 역사가 들어간 제품이 훨씬 소장가치가 높더라고.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가 아닌 것을 눈으로 보니, 왜 운동화 하나가 5500만원인지 새삼 알겠더라고.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의 역사가 녹아든 제품이라면 그 가치를 돈으로 매길 수 없을테니 말이야.

마이클 조던의 역사가 녹아있는 공간/사진=이소라 기자


최근 MZ세대들 사이에서 가치 소비가 유행하고 있는 것도 리셀시장이 커지고 있는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사회는 변하고 그에 따른 소비 패턴도 변한다는 사실을, BGZT 매장에 방문해 느낄 수 있었어.


어쨌건, BGZT 매장은 대박이 날 것 같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기 어려운 제품들을 이렇게나 많이 모아놨으니 스니커즈 매니아들이 얼마나 오고 싶겠어. 29일 매장 오픈날에 아마도 사람들이 북적일 것 같아. 미리 와본 나는 어깨가 으쓱해지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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