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으로 낙인찍혀 잘 나가는 플랫폼 기업에서 순식간에 질타의 대상이 된 것.
국감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노동자들에겐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 가운데 가맹 수수료로 수익을 깎아먹는 원망의 대상으로, 이용자들에겐 택시 호출 비용을 높여 치솟는 물가로 가벼워진 지갑을 더 가볍게 만드는 원흉으로 공격을 받았다.
이는 독점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1위 플랫폼 기업의 숙명이자 '교통'이란 공공 영역에서 사업을 하지만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의 원죄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류긍선 대표가 수차례 '상생'을 약속하며 간신히 국감을 마무리했다.
플랫폼에 대한 원망도 잠시, 단계적으로 '위드코로나' 조치가 시행되자 카카오모빌리티를 찾는 이용자들의 손짓이 다시 바빠졌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이달 1일 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에 따른 이동량 증가로 2주 간 카카오T 택시 일 호출 수가 384만건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19가 발생하지 않았던 2019년 11월 1일부터 2주간의 일평균 호출 수 131만건보다도 120% 증가한 수치다.
특히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후 자정 전후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심야 피크시간대(22시~02시)의 평균 호출 수는 시행 전 2주간 평균 호출 수와 비교 시 72%가 증가했다. 문제는 택시 공급이 수요가 집중되는 피크시간대에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면서 수요공급 불일치 현상이 심화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연말연시를 방불케하는 심야 택시대란이 벌어졌다.
이런 수급 불균형은 그간 코로나19로 승객이 줄자 많은 택시 기사들이 운전대에서 손을 놓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당수의 법인 택시 기사들이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급증해 덩달아 임금도 치솟은 음식 배달기사 등 다른 플랫폼 노동자로 전환되고 있다. 택시기사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야간에 일할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연말연시를 방불케하는 심야 택시대란에 집에 갈 길이 없어진 이용자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낮에는 택시면허 과잉공급을, 밤에는 택시 부족을 고민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지자체는 개인택시 3부제를 해제하며 공급 확대를 추진했으나, 효력이 신통치 않은 모습이다.
플랫폼에 대한 견제에만 집중하던 택시산업은 경직된 사업 구조와 제도, 개선되지 않는 기사 처우 등으로 인해 코로나19 이후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용자 수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결국 하염없이 스마트폰의 호출 버튼만 눌러야 했다. 이번 심야 택시대란은 우리가 플랫폼에게서 수수료나 요금만 노려보며 간과했던 부분, 즉 '연결'의 중요성을 다시 상기시켰다.
수가 충분치는 않았으나, 그나마 '목적지 미표기 자동 배차' 방식을 택하고 있는 '카카오T 블루'가 택시 공급 부족으로 인한 이용자들의 불편을 덜어줬다. 기사들이 피하는 '5km 미만 단거리 운행건'에 대해 서울 지역의 경우 카카오T 블루가 일반 중형 택시보다 15%p 높은 운행 비중을 보였다.
이용자들은 일반택시가 안잡히면 '카카오T 블루'나 '카카오T 벤티'를,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프리미엄 택시 '카카오T 블랙'을 호출했다. 택시 서비스 중 가장 요금이 높은 카카오T 블랙은 심야 시간대 309% 증가했으며, 새벽 시간대에는 무려 2899% 증가했다. 그간 늘어난 택시 서비스 선택지가 이용자들의 수요 이끌어낸 것이다.
제도적 보완이 더해진다면 좀 더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카카오모빌리티 측의 주장이다. 택시 기사들이 수요가 몰리는 심야나 새박 시간대에 자발적으로 운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탄력요금제 도입 등을 통한 기사 인센티브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발간한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 2021'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동안 카카오T에서 중형택시의 5㎞ 미만 배차 성공률은 73.7%에 달했다. 이는 2019년 상반기보다 9.1%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자동배차 택시 서비스 도입과 배차 효율성을 높인 덕분이다.
같은 기간 단거리 호출건수도 45% 증가했지만, 배차성공률도 큰폭으로 증가했다. 강남구의 경우 3∼5㎞ 구간 출근 시간대 호출 배차성공률은 62%로 2019년 상반기(38%)의 1.6배였다. 이용자들이 길가에 서서 손을 흔드는 대신 카카오T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채용 채널 확대로 택시기사 평균 연령대가 젊어진 점도 눈에 띈다. 2021년 카카오T 택시 신규 가입 기사의 평균연령은 55.5세로, 4년만에 2.6세가 낮아졌다. 특히 MZ세대인 20~30대 기사 비중이 같은 기간 전체 4.8%로 지난 2017년 대비 4.1%p나 증가했다. 현재 택시산업의 쇠퇴 원인 중 하나가 택시기사의 고령화에 있다는 점을 비춰봤을 때, 플랫폼으로의 진화가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점들을 미뤄 봤을 때, 더 이상 택시업계가 플랫폼을 '적'으로 보기 보단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이 종사자나 이용자들에게 득이 되는 일이라는 점이 명확해 보인다. 대안 없이 질타만 늘어놓는 대신, 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모두가 플랫폼을 통해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이용자들을 택시대란에서 탈출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