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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교경제학자 Sep 24. 2021

스토리텔링에 대한 소소한 통찰

글 지옥에몇 주 갇혀있다가 한줄기 빛처럼 보인 인사이트

작년에도 그랬고, 그 몇 년 전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글 쓰는 것은 쥐어짜 낸 뇌수가 흘러넘쳐 몸을 적시는 일이다.



그랬다.


글쓰기도 창작이라면 창작이다. 창작의 고통은 언제나 아프다.

쥐어짜 낸 뇌수가 흘러넘쳐 몸을 적시는 일.


세상에 내놓는 글을, 

소설에 비해서 정말로 노잼인 보고서를 쓴 지가 10년은 족히 되었지만, 

여전히 글쓰기는 뇌수를 쥐어짜 내는 일같이 괴로운 과정이다.



나오라는 글은 나오지 않고 머릿속에서 맴돌아서, 무거워진 머리를 식히는 방법은 샤워 아니면 새벽 산책이다. PC마냥 수랭아니면 공랭이다.



글이 막히면 딴짓도 했다가, 딴짓이 끝나도 막힌 글이 뚫리지 않으면 

급기야 샤워를 하거나 한밤 중 산책까지 동원했다.



사람의 뇌를 컴퓨터의 CPU에 비유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진짜 뇌는 열을 식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CPU와 비슷하다. CPU 쿨러가 공기로 식히는 공랭식 쿨러나 물로 식히는 수랭식 쿨러가 있는 것처럼 사람도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는 물과 바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또 한 번 찐하게 느꼈다.


머리를 식힌다는 관용적인 표현을 새삼스럽게 몸소 느꼈다. 산책과 샤워로. 

효과가 없진 않아서 비슷한 고민에 빠진 친구에게 추천할만하다.




이러한 고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누군가는 당연히 하고 있었을 그 '스토리텔링' 말이다.


그 통찰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어 자판을 두드린다.
(옛날 같으면 펜을 들었다는 표현이 딱인데)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지나가면서 꽤 많았던 것 같다.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의미의 스토리텔링.

위키피디아에서 쉽게 검색이 될 정도의 흔하디 흔한 말이다.


위키피디아가 말하길,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란 알리고자 하는 바를 단어, 이미지, 소리를 통해 사건, 이야기로 전달하는 것이다. 스토리 또는 내러티브(narrative)는 모든 문화권에서 교육·문화 보존·엔터테인먼트의 도구로써, 또 도덕적 가치 등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사실 또는 경험의 저장 등 효율적인 정보전달 그 이상의 가치로써 공유되어 왔다. 스토리텔링은 단어, 이미지, 소리 등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으로 축적된 정보를 주제와 본래의 목적에 맞게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하나의 사건을 가진 이야기를 만드는 것으로 플롯(plot), 캐릭터(character), 그리고 시점(time line 또는 Time point)이 포함되어야 한다.

(...) 사람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이야기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스토리텔링은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이해하고 배우던 기본 방법인 동시에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창의성과 감성을 바탕으로 꿈과 가치를 보다 호소력을 가지고 설득력 있게 전달해 주는 커뮤니케이션 형태다. 정보를 단순히 단편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쉽게 이해시키고, 기억하게 하며, 정서적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특성이 있다는 점에서 어떤 주제를 전달할 때 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도대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특히나, 보고서와 같은 건조하고 딱딱한 글에서 스토리텔링이 왜 필요한가?


소설이라면 스토리텔링이 왜 필요한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소설이니까. 이야기니까.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전개해야 독자들이 읽지 않겠나? 

그렇게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꾸미는 일이 스토리텔링의 본뜻에 가까운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보고서와 같은 건조하고 딱딱한 논픽션에 스토리텔링은 왜 필요할까?


결국 이것도 독자에게 어떤 무엇인가를 전달하는 행위이고, 

독자에게 흥미를 끌지 못하면 그 보고서도 죽은 글이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은 필요하다.


흔히들 재미와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 재미와 의미를 독자가 마음의 문을 열고 받아들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


과연 그러하다. 스토리텔링은 구슬을 꿰는 일과 같다. 

꿰는 순서가 있고, 맞지 않는 구슬은 과감하게 덜어내야 한다. 

그래야 보배와 같은 한 편의 글이 나온다.




내가 이번에 쓴 글은 5년이 넘은 어떤 서비스에 대한 발자취를 정리하는 글이었다.

5년이 넘는 기간이란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으며, 미래가 있는 글이다.

글을 3등분 해서 과거를 챕터 1, 현재를 챕터 2, 미래를 챕터 3으로 간략하게 개요를 짤 수는 있지만, 

너무 뻔해서 읽기가 싫어진다. 


특히나 사건의 순서대로 글을 적어나가면, 

이것이야 말로 역사 기록을 위한 사초지 재미와 의미를 전달하려는 목적은 상실해버리는 글이 된다.


단체로 작업이 필요하여 MEMC 하게 개요를 짜느라 

과거-현재-미래의 개요가 맞춰지긴 했으나, 

스토리텔링 없이 초안 작업을 하는 바람에 

초안은 나왔으나 아직 초안이라 하기 힘든 상황에 되어버렸다.


이렇게 재료는 갖줘진 상황에서 

이를 다시 재배열하고 재구조화하는 지난한 작업이 몇 날 밤 계속되었는데,

이 작업을 되새겨 보니 결국은 스토리텔링이었다.




서비스가 탄생하기 직전, 세계에서 벌어지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마치 배트맨 Begins와 같은 구성으로 첫 꼭지를 잡았고,


두 번째 꼭지는 서비스의 중요한 기여를 핵심 기술 요소와 엮어서 이야기를 풀어 보았다.

'이야기를 푸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과정이었다.


여기에다 서비스 연혁을 뒤바꿔서 의미가 있는 일부터 먼저 적고, 

상대적으로 의미가 적었던 일은 뒤로 배치하되 그것이 의미 있는 일에 

어떻게 영향을 주게 되었는지를 기술하여 시간 순서의 파괴로 인한 불편함을 상쇄시켰다.


그리고, 개요상 가장 먼저 나왔던 근 5년간 기록을 뒤로 빼면서, 앞의 역사와 기술과 서비스가 얽힌 이야기가 있었던 결과로써 기록들이 나온 것으로 엮었고,

이를 받아서 미래로 가는 글로 마무리를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느낀 점은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이 결국은 '구어'식 '문어'에 가깝다는 것.


글을 말하듯이 써보니 무엇이 막히는 지를 금세 알아챌 수 있었는데, 

왜 그런지를 곰곰이 따져보니, 


구어처럼 글을 쓰는 과정에서는 1) 흐름이 끊기면 안 되고, 2) 했던 이야기 또 하면 안 되고, 3) 왜 그랬을까? 그러니까 말이야 라는 식으로 궁금증을 유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 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궁금하지 않냐고 독자에게 물어보듯 글을 써야 하는 것이다.


특히, 독자에게 물어보듯 글을 쓴다는 것은 독자는 무엇이 궁금할지를 생각하고 글을 쓴다는 의미가 된다.

즉, 내가 쓰고 싶어 하는 글이 아니라 독자가 읽고 싶어 하는 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스토리텔링'이 주는 중요한 함의다. 

구어식으로 독자를 바로 앞에 상정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듯 써야 하니 앞에 있는 독자가 무엇을 제일 궁금할지를, 무엇을 말해주기를 원하는지를 생각하며 글을 쓴다는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니 괜히 어렵게 글 쓸 필요가 없다는 점도 큰 이득이 된다. 

쉽게 쓰고, 짧게 끊는 것이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빙빙 돌리고 돌리고 메시지를 숨겨서 얼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진짜 하고 싶은 말, 진짜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바로 하게 되는 효과도 생긴다.


사람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이야기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스토리텔링은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이해하고 배우던 기본 방법인 동시에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창의성과 감성을 바탕으로 꿈과 가치를 보다 호소력을 가지고 설득력 있게 전달해 주는 커뮤니케이션 형태다. 정보를 단순히 단편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쉽게 이해시키고, 기억하게 하며, 정서적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특성이 있다는 점에서 어떤 주제를 전달할 때 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이제 와서 다시 스토리텔링에 대한 위키피디아 설명을 보니 예전과 달리 와닿는 게 있다.


독자를 바로 곁에 상정해서 말하듯이 글을 쓰는 것이 주는 것은 생각보다 글쓰기 큰 도움이 된다.

위키피디아의 설명 중에 있는 것처럼, 정보를 쉽게 이해시키고, 기억하게 하며, 정서적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글 쓰는 기본적인 목적 아니던가? 

바로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을 달성하게 해주는 가장 쉬운 방법이 스토리텔링인 것이다.

이것이 이번 글쓰기를 고통스럽게 하면서 느낀 스토리텔링에 대한 소소한 통찰이다.


'스토리텔링'

앞으로 글쓰기에 있어서 중요한 지침으로 가져갈 것 같다.

왜냐하면 글 쓰다 죽지 않고 살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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