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7개월 26일
요즘 만두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노란색이다.
물끄러미 아이를 관찰해보면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노란색을 선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간간히 좋아한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물론 노란색인 어린이집 버스를 타고 신나는 키즈카페나 그림 그리기 활동을 하러 가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느덧 또 봄이오니 어지간하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겨우 32개월 정도 된 아이지만 그 사이에도 음식의 취향이 계속 바뀌고 있다.
아기임에도 이전까지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면 최근에는 입맛이라는 게 생겨 시금치나 콩나물 같은 나물은 잘 먹으면서도 파와 같은 채소는 잘 안 먹는다.
어제 잘 먹던 치즈 김치전을 오늘 또 해주니 아침이라 그런지 먹지 않겠다고 하기도 한다.
같은 음식을 해줘도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안 먹다가 할미(할머니의 애칭)의 음식을 곧잘 먹기도 한다.
이런 게 고민이 되기 시작하고 심각해지기라도 하면 아이의 입맛이 아닌 편식을 걱정하게 되고 요리를 해주는 사람이 자신의 요리 스킬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겠지만 그냥 그때그때 먹고 싶기도 하고 먹기 싫기도 하다고 가볍게 생각하는 편이 육아에 훨씬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집 앞 소아과 선생님이 해주신 이야기 중에 채소 편식이라 함은 특정 채소를 먹지 않는 게 아니라 아예 안 먹는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채소를 1종류라도 잘 먹으면 그건 편식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문득문득 위안으로 삼아진다.
그래도 만두는 고수도 잘 먹고 낫또도 잘 먹고 심지어는 벌써 물에 씻은 김치도 스스로 찾아 먹는다.
종종 자기 성미에 맞지 않는 일이 발생하면 화를 내거나 삐지거나 토라지는데 그보다 더 가끔은 욱해서 손을 드는 경우가 있다.
아빠의 얼굴을 할퀴거나 엄마의 얼굴을 때리는 일인데 손을 못쓰게 막으면 발길질도 한다.
아빠의 얼굴이나 엄마의 얼굴이야 그렇다 치지만 어린이집에서 다른 아이에게 생체기라도 낸다면 큰일 날 일이라 이런 경우는 놔두지 않고 혼을 내는 편인데 꾀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고 계속 속을 썩이는 중이다.
처음엔 혼내면 무서워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혼이 나도 잘못했다고 말하거나 사과하는 경우가 드물다.
결국 분에 못 이기다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자기감정 조절에 실패하면 참 난처하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면서 어른인 나는 지금도 종종 저런 모습인 부끄러움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딸아, 그래도 아빠가 못한 감정 조절, 딸은 잘할 수 있도록 아빠가 계속 도와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