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7개월 29일
만두는 걷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아니지, 그보다는 자신이 원해서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는 이상은 잘 안 걸어 다니려 한다.
대신 '아빠 안아줘'라고 말해서 보통 나를 이용해 이동하는 편인데 몸이 많이 피곤하지 않은 이상은 어지간하면 이뻐서 안아주는 편이다.
그러다 요즘은 가끔 너무 안 걸어 아이가 또래보다 발달이 미숙해지는 것 아닌가 걱정하여 일부로 걷게 만드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래도 많이 안아주는 편이다.
이런 만두가 종종 자발적으로 많이 걷는 날이 있는데 그럴 때면 한참을 걷다가 본인이 힘들다고 느껴지는 순간 내게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한다.
'아빠 우리 좀 쉬었다 갈까?'
거 참... 멘트가 이상하진 않지만 우리는 종종 저런 멘트를 야한 농담으로 섞어 쓰기 때문에 때 묻은 나는 깜짝깜짝 놀랬다가는 이내 웃고 만다.
그래 어른은 쉬자고 하고 뭘 하니 문제지.
엉뚱한 만두는 좀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
최근 점점 대소변을 가리기 위해 스스로 인지해서 알려주기 시작했다.
기저귀를 어떻게 떼야할지 걱정이었는데 역시나 때가 되면 스스로 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아이 대변을 물티슈로 닦아 준 시점이 많이 늦긴 했지만 꼭 세면대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게 되면서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까지 들었었는데 기저귀도 마침표를 찍고 나면 아이와 다니는 게 정말 훨씬 수월해질 것 같아 기대되기 시작했다.
만두가 처음 발레를 시작했을 때 이렇게 작은 아이도 발레를 할 수 있구나 하고 놀랬었는데 매주 일요일마다 수업에 함께 참여해보면 사실상은 뒹굴뒹굴 딴청을 피다 가끔 선생님의 율동을 흉내 내는 정도이지만 복장도 제법 갖춰 입고 나름 동작을 외워서 하는 모습을 보면 여간 귀엽지가 않다.
생각해보면 백화점에서 문화수업을 처음 듣겠다고 했을 때 너무 어린것 아닌가 하며 걱정과 난색도 표했었다.
사실은 수업은 와이프가 등록하지만 참여는 내가 더 많이 하는 편이라 혼자 준비며 참여까지 해야 하는 순간이 조금 귀찮을 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베이비 마사지 때나 트니트니 때나 결국은 하다 보니 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주변 할 거리들을 꼼꼼히 못 챙기는 무심한 내겐 혼자 육아했으면 못했을 일이고 역시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라고 생각해 고맙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쉬는 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게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