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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May 12. 2019

S3#05 가르니 신전 트레킹

19.05.10 금

Ani 호스텔. 이곳은 투숙객들이 그냥 내국인 장기 투숙객이 다수인 것 같다. 아침 한 7~8시부터 출근 준비 때문에 분주해서 일찍 깰 수밖에 없다. 그래도 부족한 잠을 더 채우고 싶어 자다 깨다 하다 도저히 안돼서 일어났다. 어제산 아르메니아 라면을 들고 주방으로 갔는데 그때 안 사실이지만 조식이 제공되는 옵션이었다. 2000 드람 이니까 대략 5천 원에 조식 포함이면 나쁜 가격은 아니다.

파이팅 있는 아주머니가 계란과 샐러드와 빵을 내주셨고 나는 나름대로 라면을 끓여서 시도했는데 내 입맛은 아니었다. 면도 탱글 하지 못하고 일단 라면수프가 밍밍하니 영 한국인 입맛은 아닐 것 같다.

먹고 트레킹 짐을 꾸려서 어제 그 가이아나 출신 의사와 함께 떠났다


먼저 캐스케이드를 걸어서 갔다가 44번을 타고 예레반 외곽으로 이동했다. 44번을 타고 내린 곳에서 있는 빵집에 들어가 배를 채웠다. 가르니에 가면 마땅히 먹을 곳이 없다고 들었기 때문에 맛은 없었지만 감자가 들어있는 빵을 야무지게 해치웠다. 보통 현지 식당이나 현지인들 만나도 별로 신기해하거나 반응이 없는데 오랜만에 그래도 관심 가져주는 빵집 아주머니들이었다.




그러고 나서 마을버스 같은 것을 타는데, 260 266 그때마다 상황 대는 데로 알아서 외국인을 모시기 때문에 타는 것은 어렵지 않다. 꼬박 40분 후 도착, 중간에 만난 중국인 같이 생긴 러시아인 커플이 같이 게르하르트 신전까지 가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는데 갑자기 가르니에 내릴 거라고 하는 뭐 그런 해프닝도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가르니, 1500 드람 지불 후 들어간 가르니신전은 사실 '에게게..'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는 주상절리? 를 보러 왔는데 그건 매표소 왼쪽으로 그냥 가면 되는 거라 사실 공짜인 것이다.

나와서 가파른 길을 내려갔다. 근데 사실 이미 가르니 신전에서 내가 내려가서 맞닥뜨릴 주상절리의 모습을 다 본 후이기도 하고, 내려가는 길이 이미 한눈에 보이는데 그냥 트레킹보다는 대놓고 갈 때는 내리막 올 때는 오르막이다. 뭔가 내가 이 길의 끝에 마주할 절경이 감춰져 있고, 가는 길도 이제 다 온건가 얼마나 남았지 감질이 나야 트레킹 할 맛이 나는데, 시작 전부터 사실 갈까 말까 좀 고민되는 트레킹이다. 숙취도 조금 남아있어서 고민됐지만 그래도 힘을 내서 발걸음을 뗐다. 같이 온 가이아나 의사 녀석이 오히려 그냥 운동화를 신고 더 성큼성큼 잘 간다. 내려가서 주상절리를 보고 오른쪽 길로 쭉 가봤는데 아무것도 없어서 허탕 쳤다. stone of symphony는 왼쪽으로 가는 건데 나는 도저히 힘들어서 먼저 올라가기로 하고 가이아나 친구만 다녀왔다.

올라와서 아이스크림을 하면서 그 친구를 기다렸고 돌아온 후 다시 온 길 그대로 호스텔로 돌아갔는데 그때가 한 6시쯤 됐다.



 어제 그 스웨덴 친구가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해서 연락했는데 자긴 다른 친구들과 있단다. 그래서 혼자 캐스케이드로 나갔다.  나가는 길에 발견한 광장 같은 fancy 한 곳에서 햄버거를 하고 노을에 맞춰 캐스케이드로 올랐다. 



여기 오르고 나서  예레반이 이쁘다고 새삼 느꼈고 멀리 산 두 봉오리가 보이는데 마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그런 산 같은 느낌인데 진짜 멋있었다. 타임랩스를 찍고 배터리를 갈다가 하나를 주울 수 없는 곳에 떨어뜨리고 내려왔다. 산타페라는 카페가 있는데 비싸지만 아르메니아 마지막 날임을 감안해 자리에 앉아 1 맥주를 하고 일어났다. 가격은 부가세 10% 포함 맥주 한 병 1450 드람. 보통 펍은 맥주가 900 드람이다. 현재 환율 기준 x2.5 하면 한국 돈이 된다.



 그냥 숙소로 오기 조금 아쉬워서 호스텔 지하에 있는 펍에 들렀다. 거기서 한잔 마시고 맥주 한 캔을 더사서 호스텔로 돌아왔다. 11시쯤 돼서 왔는데도 어수선하다. 1,2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나마 여행자들, 그중에서도 동양인이나 유럽인들은 1층에 넣어주는 것 같다. 2층은 조금 더 개판이고 인도인들이 그쪽에 있다. 2층 발코니에서 맥주를 까는데 어제 과음하던 인도인 2명이 또 아라랏 코냑을 마시고 있다. 말을 붙이며 몇 마디 마시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인데 그 친구가 이 호스텔 주인이었다. 사업에 관한 고충 등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술이 떨어지고 한 병을 더 마셨다. 2시까지 마시다 더 마시면 다음날 트빌리시까지 이동이 힘들어질 것 같아 도망쳤다.

마침 인도를 다녀온 터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엄청 길어졌는데, 내일 아침 11시에 인도음식 도사를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한다. 아마 못 일어날 것 같긴 한데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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