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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n 12. 2019

S3#30 테헤란의 하루

19.06.04 (화) 만남 그리고 다르반

 연휴 기간이라 호스트의 가족이 다 집에 있다. 아침을 먹고 4시까지 빈둥거렸다. 빈둥거렸다지만, 여행 중 계속해서 영상을 옮기고 다음 행선지를 정하고 여행정보를 수집해서 정리하고 흩어진 사진을 모으고 외장하드에 다시 옮기고 이런 일을 하다보면 반나절은 훅 지나간다. 

 4시에 원래 알고 지내던 한국어가 능숙한 이란 친구를 만나러 갔다. 감기가 걸려 몸이 안좋아 집에가서 쉬어야 함에도 멀리서 온 나를 만나기 위해 기꺼이 나와준다고 했다. 시간에 맞춰 놀기 좋다는 어떤 공원으로 갔다.

 핸드폰 등이 발달한 탓인지 실제로 실물을 봐도 이미 알던 구면인양 어색하지가 않다. 간단한 주전부리를 사서 공원으로 향했는데, 여자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라마단에 그냥 식사를 하기도 하지만 이게 누적이 되서 끝나고 따로 챙겨야 한다고 한다. 대다나다.

 한국어로 편하게 얘기하니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저녁을 먹기로 해서 옮긴 곳은 다르반이라는 곳이었다. 내 반응이 그냥 시큰둥해서 계속 좋아할 지 눈치를 보는 것 같았는데 사실 나는 이때부터도 계속 감기기운에 시달리고 있었다. 도착한 곳은 마치 후암동이나 경리단길 같은 느낌의 카페 혹은 개울가에 백숙을 파는 양주나 그런 계곡 백숙집 같았다.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있어 이곳의 해발은 자그마치 2000m가 넘지만 그 풍경이 너무 좋았다. 자연속에 카페, 이런것들이 내가 딱 좋아하는 것들이다.

 공휴일이라 사람이 많았는데, 가는 길에 출출함을 옥수수로 달랬다. 구운 옥수수냄새를 못참고 그냥 샀는데 짭쪼름한 소금간이 되어있어 정말 맛있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개한 카페들이 즐비하다. 황량한 돌산이었을 이곳을 사람들이 이렇게 깎고 깎아 식당과 카페로 만들었다. 휴식이 필요할 땐 이렇게 자연을 곁에 둬야하는 사람의 욕구는 다 비슷한가 보다.

맛있게 진열된 케밥 꼬치


 우리도 자리를 잡고 한 식당에 앉았다. 꼬치하나 가격은 400,000 ~ 600,000 리알이라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제일 비싼 양갈비가 1,000,000 리알이니 만원이 넘는 가격이 없고 사실 나는 친구와 400,000짜리 케밥 하나로 둘이 나눠 먹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 친구도 집에 돌아가 저녁을 먹고 나도 저녁 약속이 되어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양은 충분했다. 거기다 시즌 샐러드로 추가한 900원짜리 샐러드도 엄청 컸다. 2019년 6월 현재는 리알에 뒤에 0을 두개 떼거나 토만에서 0을 한개 떼면 계산이 편하다.

 맛있게 먹고 좋은 얘기를 나누고서는 헤어졌다. 산이라 밤에는 쌀쌀하지만 정말 내스타일에 맞는 그런 장소를 찾은 것 같았다.


케밥보다 큰 샐러드

 집으로 돌아갔다. 너무 피곤했고, 쉬고 싶지만 카우치서핑에서 꽤나 많은 오퍼를 받아서 누군가를 만나기로 했다. 워낙 적극적으로 문자를 주던 사람이 많았는데, 마침 호스트의 집근처에 산다는 친구가 있어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8시에 맞춰 집으로 돌아와보니 호스트의 집으로 손님이 오기로 했다. 나는 알아서 빠지라는 식으로 알아듣고 나가려고 했지만 알고보니 내가 같이 있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약속을 내일로 미루고 나도 집에 남아서 친구 내외를 맞이했다.

 이것도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기본 저녁 식사시간이 9~11시이다. 거의 9시가 되어서 도착했는데, 간단히 과자에 보드카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맘대로 음주가 안되기때문에 일단 집안에서 보드카를 마시고 나가서 케밥을 우리나라 삼겹살 바베큐하듯이 구워 먹는다. 그리고 열시가 넘은 시간에도 밖에서 연기를 피우고 밥을 먹어도 어느누구 뭐라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긴시간 자리를 이동하며 먹지 못하기 때문일지 독주를 그냥 샷잔에 넣고 계속 들이킨다. 맥주를 좋아해 맥주도 마셨는데, 공식적으로 파는 무알콜 맥주에 어떤 가루를 넣으면 알콜이 생기는 그런 형식으로 맥주는 만든다고 했다. 맛은 정말 별로다. 그래도 정말 기대도 못한 술을 터키도 아닌 이란에서 마실 수 있어 행복했다. 피곤했지만 몸 속에 도는 알콜이 나를 일으켜 지탱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한 시간 정도 술을 마시고 남편 두분이서 나가서 케밥을 굽는다. 집안에 아이가 둘 있는데 호스트의 아이와 자꾸 다퉈서 한시도 눈을 뗄수가 없다. 호스트는 직업도 그렇고 경제적으로도 자유로운지 구애받지않고 아무때나 여행을 가는 듯 했다. 한국을 두차례 갔다왔고 그 기억이 너무좋아 이태원 클럽이나 프로스트 파운틴 같은 곳에서 기억이 너무 좋다고 했다. 밤새 술을 마셔도 여자가 안전하고 그곳에서 만난 한국인들하고 아침까지 같이 술을 마시고 해장국도 마신게 너무 재밌었다고 한다. 이 부부는 쿨하게 서로의 휴가를 터치 안하고 각자 다닌다고 한다. 그래도 둘 사이는 너무 좋아 보였고, 이 부부 역시 사람이 너무 여유롭고 특히 나에게 너무 친절했다. 한국에서 변호사 부부집에 내가 머문다고 잠시 생각해보니 일어날 수나 있는 일인가 싶기도 했다. 직업이 귀천이 없다는 상투적인 말이 떠돌지만 머릿속 깊숙히 박혀있는 서열같은 위압감에 나도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고 이런 여유로 여행자를 받아들일 전문직의 부부가 있을까 하는 나혼자만의 이상한 상상도 해봤다.

 아직까지 이란에 대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아 조심스러워 자세한 사진은 생략하기로 했고, 함께 물담배도 했는데 담배를 끊은 나로써는 사실 뭐하러 하는지 잘 모르겠다.

 맛있게 배불리 먹고 친구 부부와 아이는 떠났고 우리는 2시가 되어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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