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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n 13. 2019

S3#31 테헤란 둘째 날

19.06.05 골레스탄 궁전

 11시 30분에 골레스탄 궁전에서 만나기로 한 사민씨와 그의 친구 민준 씨가 있었는데 숙취 덕분에 늦고 말았다. 둘 다 한국어가 유창하고 한국 이름도 있다. 민준 씨는 최근 만국유람기의 통역으로도 활약했고 사민씨는 작년 KBS 퀴즈 코리아 이란 우승자로 대표로 참가해 한국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초면에 굉장한 실례를 범했지만 너그러이 용서해줘서 같이 즐겁게 구경을 했다. 덥고 몸이 안 좋고 숙취까지 있는터라 궁전은 그냥 보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엄청나게 화려한 궁전이었다. 윈드타워까지 둘러봤는데 민준씨는 가이드 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입장료는 궁전마다 따로따로 내고 건물을 옮길 때마다 바코드로 검사를 하는데 궁 하나당 100,000 ~150,000리알 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이란에 오고 나서 물가가 너무 싸고 호스트 집에 대부분 머물기도 하고 단위가 너무 커서 가계부를 안 쓰고 있다. 그날그날 기억나는 것만 큰 지출만 잡고 나머지는 기타로 처리해서 쓰고 있는데 하루 2만 원을 채 안 쓰고 있다. 그 지출 내용에는 비자 발급 비용 51,000원까지 포함했으니 실 경비는 하루 15,000원 꼴이다.

 다시 한번 리스치킨으로 왔다. ASP 타워에 있는데 사실 치킨이 너무 맛있고 이렇게라도 김치를 먹고 싶은 맘이다. 여기가 아닌 다른 한식당의 한식은 너무 비싼데, 정보가 없어 대략 네이버에 본 메뉴판이 찌개 같은 종류가 20달러씩 한다. 그래서 별 다른 방법이 없다. 원래는 한 마리에 7~8달러 정도였다는데 메뉴판을 본 두 사람이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대략 반마리가 5달러 한 마리가 10달러인데 6조각 12조각씩 나오니 사실 엄청나게 푸짐하다.



다 먹고 카페로 향해 간단히 차와 케이크를 먹었다. 그리고 간단한 이란에 대한 인터뷰를 했는데, 여러 가지 잡음과 촬영의 문제로 3번 재촬영을 했다. 역시 아마추어는 힘들다. 옛날에는 왜 현장에 감독 조명감독 음향감독 다 따로 있는가 했는데 하면서 정말 촬영과 편집 이런 세계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느낀다.

6시 즈음 헤어져서 긴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호스트는 친구 집에 간다고 했는데, 따라가기가 뭐해서 집 근처에 산다는 카우치서핑에서 만난 어떤 친구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이란에서는 정말 많은 오퍼를 받았는데, 마침 호스트의 집 근처에 있고 꽤나 적극적으로 쪽지를 보낸 친구들하고 만나게 된다.

 특이한 것이 어머니와 그 이모가 같이 왔다. 넷이 차를 타고 어제 간 다르반과 비슷한 그런 산 쪽 예쁜 레스토랑이 즐비한 곳에서 식사를 했다. 친구도 아닌 것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 어머니와 이모까지 오니 느낌이 묘하지만 맛있게 케밥을 비웠다. 마침 지갑을 안 들고 와서 복대에 있는 만원 정도가 전부라 낸다고는 했는데 뭔가 애매한 상황에 고맙게도 어머니가 그냥 내주셨다. 그리고는 어떻게 하나 했더니 카페에 가자고 하신다. 사실 불편해서 묻는 말에 대답만 하면서 웃고만 있었는데 밉지는 않았는지 가라고는 안 하셨다.

 사실 호스트의 동네가 부자동네라고 다른 이란친구에게 들었는데, 이 친구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 집도 보통은 아닌 듯싶었다. 삼촌이 유명한 디제이 겸 가수인데 인스타 팔로워가 30만에 가깝다. 그리고  최근 이 친구와 함께 작업을 해서 곡을 냈다는데 뮤직비디오도 보여주고 계정도 팔로우했다. 키가 175 즘 되고 엄청 마르고 얼굴도 작고 사실 엄청난 미인이었다. 범상치 않다 했더니 이게 웬걸, 이란 가수를 만난 셈이다. 

 이번 주가 생일인데 내일 shemshak이라는 지역에서 파티를 한다고 초대를 받았다. 나는 호스트와 내일 Fasham이라는 곳으로 놀러 가기로 되어있어서 어쩔 수 없이 거절했지만 나도 너무 가고 싶었다. 그 가수라는 삼촌도 오고 나름 많은 셀럽이 오는 데다 프라이빗한 별장 같은 곳인데 술도 먹고 엄청 재밌을 거라고 계속 꼬신다. 나도 가고 싶었지만 카우치서핑의 도리상 나에게 무한 친절한 호스트의 성의를 저버릴 수는 없었다.

     계속해서 언급하지만 이란의 저녁식사는 거의 10시가 돼서 이뤄지고 사람들도 늦게까지 엄청 돌아다닌다. 나도 12시가 넘는 시간에 집에 들어갔지만 길이 꽉 차서 정체가 심했고 호스트도 그 시간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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