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10(월) 요리 도전
도저히 몸이 나아지질 않아, 고민 고민하다 병원을 가보겠노라고 아란 양에게 말을 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외국에서 가본 바로는 보험이 있는지 묻고 이것저것 바가지를 씌우기도 하기 때문에 걱정을 했지만 아란 양 말로는 5천 원이 안 넘을 거라는 말에 용기를 냈다.
세상에서 제일 싼 택시 가격을 자랑하는 이란의 스냅을 잡아타고 도착한 병원은 소페산자락 밑에 있다.
꽤나 큰 종합병원 급이지만 시설은 많이 낡았고, 안내를 받고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특히 아침에 심하게 입안 인후두 쪽에 이물감이 있고 하루 종일 무력감이 있었는데, 선생님은 딱 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이것저것 설명해주시고 삼일 안에 나을 것 같다며 약을 먹으라고 해주셨다. 진료비는 선불로 내는데 2500원 정도 했고, 약값이 2000원 정도 했다. 세 가지가 되는 약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 나서는 대화가 너무나도 잘 통했던 아란 양과 간장 찜닭을 해 먹기 위해 재료 구입차 마트로 향했다. 집에 중국식이지만 간장도 있고 고춧가루도 있다는 말에 용기 내서 요리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대충 인터넷으로 본 바로는 특별히 어려워 보이지 않고 이곳에서도 마늘 생강 다 구할 수 있어 비린내 제거만 잘하면 맛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닭다리 14개 팩과 마늘 양파 당근 등등 음료수와 시리얼 우유까지 한 봉지 가득 샀더니 8천 원 정도 나오는 이 물가는 거의 혜자급이 틀림없다. 이란 여행은 지금이 기회다.
약도 먹어야 하고 아침을 제대로 못 먹어서 피자를 하나 시켜 먹었다. 12시가 될 때 까지 여는 식당이 없어 한참을 기다리다 시켰는데, 이란 피자가 유독 진짜 맛있다. 3천 원 정도면 이 정도가 나오는데 둘이 먹어도 배가 부르니 물가는 참 싸다.
집으로 와서 우유에 닭을 재워놓고 비린내를 제거 후 우유를 씻어내고 대파 마늘 양파 등을 넣고 물에 한번 삶았다. 그 사이 간장 양념을 만들고 한번 삶은 닭을 물을 제거한 후 양념과 함께 졸인다.
특히 호스트의 어머니가 너무 인자하시고 좋으신데, 하는 과정이 물론 탐탁지 않으셨겠지만 선뜻 주방도 내어주시고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당면이 없어 어떤 걸로 대체할까 아란 양과 고민하다 우리가 짚어 든 것은 엉뚱하게도 스파게티면! 역시나 당면 맛을 내기에는 역부족이지만 모양은 그럴싸하다. 어머니와 동생 베싸와 함께 둘러앉아 먹었는데, 조금 부족한 맛이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았다. 어머니는 엄지를 치켜세우시지만 한 개만 드신다.
식사 후 다시 약을 먹고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하루를 쉬기로 했다.
저녁이 되어 부스스 일어나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데, 카우치 서퍼지만 서도 집에만 있다 자다 먹다 하니 뭔가 한심해 보이고 미안한 맘이 드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어제 먹은 아이스크림이 생각나서 밖으로 나가 아이스크림도 하나 먹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