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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n 24. 2019

S#38 이스파한

19.06.12(수)

 감기 기운 때문에 몸이 너무 무겁다. 약 성분을 하나씩 검색해보니, 콧물 가래 진정시키는 시럽이 한 간에서는 수면제로도 쓴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 덕분인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하루 종일 자는 내가 불쌍했는지 아란 양이 18시에 학원이 끝나면 그쪽으로 와서 같이 바람을 좀 쐬자고 했다. 그때까지 자고 나면 좀 나아질 것 같아서 낮에 쉬고 시간에 맞춰 학원으로 향했다.

이란 택시 혹은 스냅의 기본 형태

 해는 많이 기울어가지만 그래도 날씨가 정말 뜨겁다. 맨날 누워만 있었던 터라 30분 정도 걸린다는 식당을 걸어가기로 했다. 어떤 식당을 가고 싶냐고 해서 테헤란에 다르반드 같은, 자연을 벗 삼아서 먹는 노천식당을 얘기했는데 생각해보면 이제 갓 스무 살인 이 친구가 얼마나 많은 경험이 있어 알까 싶어 아무 데나 괜찮다고 다시 말을 바꿨었지만 아란 양이 심사숙고 끝에 좋은 장소를 알아내 준 것 같았다.

 그리고 걸으며 든 생각이지만, 히잡에 무거운 가방과 책까지 들고 있는 아란 양이 나보다는 열 배는 더 힘들 것 같았다.

 도착한 곳은 노천에 식당에 줄지어 있는데, 엄청나게 덥지만 다들 한분 위기하는 곳들이었다. 오랜만에 몸보신이 하고 싶어 소고기 스테이크가 있는 식당을 골라 들어가는데, 7시가 갓 넘은 시간은 이곳에서 너무 이른 시간이라 식사가 안된다고 한다. 8시 30분이 넘어야 된다는 말에, 옆 카페로 가서 디저트를 시켜먹었다.

 이란은 환율 폭등으로 물가도 덩달아 뛰는 바람에 외식을 많이 안 하는 이유에서도 그렇고 식사시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달라, 싸니까 나가서 먹어야지 했다가 끼니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카페에서 해가 질 때까지 시간을 때우고 나서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맛있게 먹고 나서 얘기하며 앉아있는데, 갑자기 배가 엄청 아파서 화장실로 뛰어갔는데 알고 보니 약 중에 어떤 약은 부작용이 설사라고 쓰여있는 걸 뒤늦게 알았다. 진짜 뭔가 잘못 먹을 것도 없었는데 정말 참을 수도 없게 배가 아파서 정말 이란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뻔했다.

 정말 굽기 조절조차 없는 고무줄 같은 스테이크를 맛있게 욱여넣고 집으로 향했다. 토털 1만 5천 원 정도 지만 이곳에서는 굉장히 고가의 음식이고 항상 아란 양과 먹을 때는 서로 계산을 하겠다고 옥신각신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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