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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n 29. 2019

S3#39 파티

19.06.13(목) Truth or dare(?)

 하는 것 없이 집에서 약을 먹고 병든 닭 마냥 누워 있었다. 목요일과 금요일을 주말로 세는 이란에서 오늘은 토요일이기 때문에 아란양이 친구들과 집에서 파티를 한다고 했다. 집에서 하는 파티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잘 없는 문화라 대체할 단어가 마땅히 없는데, 아주 거창한 것은 아니고 그냥 간단히 친구들을 불러 밥을 먹고 노는 그런 것 같았다. 술이 없지만 집에서 논다는 것은 프라이빗한 개인적인 공간에서 특히 여자들이 자유로운 복장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그런 자리를 위해 생겨나는 것 같았다.

 오후 3시쯤 돼서 한 친구가 왔고, 아란 양과 둘이 케이크를 만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가서 나도 도움이 되고자 무려 계란 4개를 풀어서 계란말이를 완성했다.

 곧이어 친구가 한 명 더 오고 나까지 총 4명, 아쉽게도 한 친구가 오늘 당일에 아는 분 상을 당해서 올 수 없다고 했다. 케밥을 해 먹기로 하고 짐을 바리바리 싸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이스파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8시쯤 돼야 해가 저물어 밖에서 그나마 있을만하다. 보드게임을 많이 하는데, 둘러앉아서 젠가도 하고 간단한 주전부리들을 먹으며 얘기하고 놀았다. 신앙심이 투철하다는 한 친구는 히잡을 끝까지 벗지 않았고 나머지 두 친구는 높은 힐에 민소매 티와 쫙 붙는 진을 입었는데, 특별한 거 없이 그냥 이렇게 자유롭게 복장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자리인 것 같았다.

 해가 저물고 지구본같이 생긴 곳에서 샴페인과 잔 4개를 꺼내 들었다. 알코올은 없지만, 귀엽게 이곳에서도 할 건 다한다. 재밌는 것이 페트병에 담긴 맥주 피처 같은 무알콜 맥주도 굉장히 인기가 있다. 역시 18살 소녀들 답게 샴페인 잔을 들고 한참을 사진을 찍고 찍어주고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불을 피워 케밥을 했는데, 아무래도 주로 남자들이 했는지 할 줄 몰라 내가 이란식 케밥 시그니쳐인 부채를 들고 열심히 피워 맛있게 먹었다.

 다 먹고 나서는 샴페인 병을 이리저리 돌리며 진실게임을 하고 놀았다. 참으로 건전하고 명랑한 자리었고, 질문의 수위도 정말 아기자기한 정도였다. 친한 친구 한 명이 누구냐.. 뭐 이런 질문.

12시 정도가 되어 파하고 정리를 하고 내려와서 잠을 자기로 했다.

 몸이 계속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 내일 새로운 병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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