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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n 30. 2019

S3#43 시라즈 핑크 호수

19.06.17 새로운 호스트

 밤새 버스를 타고 시라즈에 도착했다. 시라즈도 볼거리가 많은데 다 도시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자연스레 투어사가 많다. 현지인을 상대로 많이 하지만 좀 트인 사람들이 카우치서핑 어플로 들어와 외국인들을 꼬신다. 당연히 현지인의 몇 배가 되는 가격을 부르는데 그로 인해 시라즈에서 호스트를 구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정말 많은 오퍼를 받았지만 진짜 이 카우치서핑의 본질을 이해하고 호스팅을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다. 다행히 5~7불 내외로 숙박을 해결할 수 있는 호스텔이 있어서 큰 문제는 아니다.

 나도 호스트를 구하긴 했는데 사실 제대로 검증이 되지는 않아서 내심 돈을 요구할까 불안했다.

 스냅을 타고 호스트의 집으로 향했는데 상당히 높이 있고 희한하게도 스냅 기사들은 뻔히 핸드폰에 위치가 나와있어도 꼭 되묻고 전화로 내 위치까지 묻는데, 이 호스트의 집을 잘 찾지 못한다. 호스트의 집 위치가 외지다는 것은 여행을 하거나 집 밖을 출입할 때 호스트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것을 공짜로 묶는 주제에 미리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운이라고 볼 수 있다.

 8시쯤 되어 도착했는데 다행히 출근을 하지 않는 날이라고 했다.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며 시간이 프리 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여행지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결론은 오늘 저녁 핑크레이크를 가는데 7유로에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냥 이것을 업삼아 차를 굴리며 돈을 받고 부모 집에 사는 그런 사람인 것 같았다. 가관인 것은 가족이 그 어플에 참여를 해서 서로 구한 손님들을 섞어서 이 친구가 차를 굴려서 투어를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내가 비싸다고 안 간다고 하니 잘하면 벨기에 손님 둘이 있다나 모라나. 시라즈에서 2박 3일만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바쁘게 움직이고 싶었다. 조금 눈을 붙이고 오후에도 어딘가를 둘러볼 거라고 이야기하니 더워서 타 죽는다며 나가지 말라고 해서 꼭 나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어떻게든지 돈을 받으려는 속셈에 정나미가 떨어졌고, 그래도 안 내고는 편하게 못 있을 것 같아 저녁 핑크 호수를 돈 내고 가겠다고 했다.

 에람 가든이라는 곳으로 나왔다. 호스트의 집에서 멀지 않고 추천받아 왔는데 날씨가 정말 덥다. 4시쯤인데도 해는 정말 온 도시를  녹일 듯 내리쬔다.

 집도 바꾸고 싶었고, 내일 페르세폴리스를 가는데 호스트가 알려주었으면 좋으련만 자기 차로 갈 궁리만 하니 새로운 정보가 필요해서 필사적으로 인스타로 오는 디엠으로 도움을 구했다. 마침 시라즈에 있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친구들이 쪽지가 왔고, 내가 에람가든에 있다고 하자마자 갑자기 본인 친구 두 명을 보냈다며 기다리란다.

 그래서 어떤 친구들이 진짜 왔고 함께 에람가든을 구경했다.


 너무너무 너무 정말 정말 더운 날씨에 금방 지쳐 에람 가든 카페로 들어갔는데, 내일 페르세폴리스를 같이 갈 수 있다고 한 친구가 말한다. 프리랜서이고 부모님께 말해보겠다고 바로 전화를 했는데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 막내 이모가 한국을 좋아한다며 같이 오고 싶어 하는데 괜찮냐고 물어본다.

 곧 호스트와 핑크 호수를 갈 시간이 돼서 내일 페르세폴리스를 같이 가기로 하고, 나머지 한 친구는 관람 후에 본인 집으로 와서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정말 아낌없이 베푸는 이란 사람들이다.

 호스트와 40분 정도를 달려서 핑크호수에 갔다. 다른 손님은 없었고 나만 있었지만 5달러에 합의를 보고 70,000 토만을 내기로 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고 가는 길에 지난 게스트들이 편지를 쓰고 갔고 하지 말라는데 돈을 두고 갔고 어떤 이는 선물을 주고 갔다는 얘기를 한 20분 동안 한다. 그래서 가차 없이 자버렸다.

 그래도 호수는 정말 이뻤고 아무래도 투어가 아니고서는 올 수 없는 그런 곳이다.

 끝나고 식사를 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호스트와 하고 싶지 않아 시내에 햄버거집에 떨어뜨려달라고 했는데, 하프트 칸이라는 고급 레스토랑에 나를 떨어뜨려주고 갔다. 4층 건물로 된 레스토랑인데 정말 고급이고 들어가니 분위기가 남다르다.

 맘먹고 15,000원가량 되는 금액을 주문했다. 이란을 통틀어 외국인은 거의 내가 항상 혼자인데, 고향을 물은 종업원이 테이블로 태극기를 가져다줬다.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

 시라즈 맛집으로  강추한다. 사실 그리 비싸지 않으니 배낭여행자에게도 어렵지 않은 가격이다.

 거의 11시에 집에 도착해서 식당 선택은 탁월했노라고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호스트는 촉망받는 축구선수였다고 한다. 그 카우치서핑 어플을 같이 하는 결혼한 누나가 남편과 왔는데 남편도 변호사라고 한다. 이란에서 변호사만 10명은 만난 것 같다. 말레이시아 리그에서도 뛰었다고 하는데 공교롭게 미얀마 꼬치거리에서 만났던 말레이시아 친구가 자국리그 축구광 팬이라 확인하면 알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 것마저 혹시 사실이 아니면 정말 정이 떨어질까 봐 확인은 안 했다. 본인은 프로 뮤지션이라면서 이스파한 뮤직 뮤지엄에서 찍었던 전통 악기 공연을 보여주니 별로라고 하는 걸 보면서 기분이 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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