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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l 15. 2020

S#68 셀축의 거대 유적들

19.07.12 (금) 로마 유적에서 방탄소년단 만나버리기

 3층에 차려진 게스트하우스의 조식은 꽤나 거창했다. 열심히 먹고 오늘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본다. 버스표를 사고 그곳에서 에페스 유적으로 가는 돌무쉬를 타고 그곳에서 일행을 구해서 마리아 생가를 택시 셰어를 해서 갔다 오는 것이다.

그럭저럭 좋아 보이지만, 지하라 엄청 습하고 불편

 체크아웃 후 단디 채비를 하고 길을 나선다. 터미널로 가보니 차는 상시 있다. 워낙에 둘러볼 것이 많아 딱 결단이 서지 않길래 길 건너에 있는 박물관으로 먼저 갔다. 오전이었는데, 박물관에 가보니 엄청 시원하다. 뮤지엄 패스가 있어서 돈은 안 냈지만, 사실 가이딩이 없으면 어디서 떼다 온 조각들인지 알 길이 없어 참 무의미하다. 그리고 터키 7월의 해는 너무 뜨거우니 실외 구경을 마치고 더운 낮 중에 박물관을 둘러보는 코스가 더 효율적일 것 같다.

 뭔가 책에서만 보던, 그리스를 가지 않았지만 로마 유적인 게 느껴지는 것이 뭐랄까 미술학원에 있는 하얀 석고 조각상들을 보는 게 참 신기했다. 코가 없는 것들이 많았는데, 전쟁 후의 상대 기를 꺾는 다던지의 의미를 말뚝을 박고 귀를 자르고 하듯이 이런 행위는 어디나 다 비슷한 것 같다.

 다 둘러보고 돌무쉬를 타고 에페스 유적으로 간다. 돌무쉬 가격은 2리라가 안된다.

 본격적으로 단체 관광객이 진짜 많고, 그간의 나라와 여행지들은 숨겨진 곳을 고생고생 찾아가는 맛이 있었지만 이제부터 진짜 극 여행지 느낌이 많이 난다. 호객도 많고 영어 스페인어 등등 다양한 언어로 호객을 하고 동남아 등의 아시아권 여행객도 많다. 뮤지엄 패스로 가뿐히 입장한다. 이 곳 역시 기대를 많이 하고 온 곳이었다. 가이드가 없이 다녀 유적 가기 전날은 나름 나무 위키나 위키트리로 열심히 검색을 해서 간다. 그래도 막상 가보면 더운 날씨에 허덕이다 오기 바쁘지만, 아주 모르는 것보다는 조금 낫다. 규모가 들어가서 들어갔던 길로 못 나올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블로그에 북문으로 들어가서 남문으로 나온 뒤 일행을 구했다면 거기서 택시로 마리아 생가를 가는 거였는데, 나는 일행을 구하지 못해서 북문으로 다시 걸어 나왔지만 그리 힘들지 않았다. 돌무쉬를 타고 다시 터미널로 가면 된다. 

 아주 붙임성이 많은 타입은 아니지만 오늘만큼은 지나가는 특히, 서양 여행객들이 혼자 온 사람이 있으면 물어보고 가려고 했지만 거의 무리를 지어 온 사람들이었고 나처럼 온 배낭여행객을 만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마리아 생가는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기로 했다. 

 한국인들도 정말 많았는데, 덕분에 가이드해주시는 것을 귀동냥으로라도 들을 수 있었다.

 터미널로 돌아가는 돌무쉬에는 40대 즈음 돼 보이는 한국 남자분 두분도 타고 계셨다. 반가웠지만, 인사는 속으로만 하고 앉아서 같이 갔다. 점심 먹을걸 고민하시던데 무척이나 끼어서 같이 먹고 싶었다.

 아 그리고 에페스 유적은 정말 볼 만하다. 코스 자체로서도 셀축, 이즈미르를 고민한다면 두 말없이 당일치기라도 꼭 들려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아테네 유적보다 크기도 되려 크고 좋다고 한다.

 다시 셀축 시내로 도착했고, 한식당을 향해 걸어갔다. 아직 오픈 준비 중이라고 하셨는데, 라면이 거의 칠천 원이었고 찌개는 만 오천 원을 훌쩍 넘는다. 그렇다고 식당을 원망하진 않는 게, 패키지 손님들이나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이곳에서 양질의 한식을 타지에서 즐길 수 있으니 콘셉트가 나와 많지 않다 정도로만 생각하기로 한다. 타지에서 한국인 상대로 장사하시는 분들의 고충을 여행하면서 대충은 알 것 같아, 가격을 보면 순간적으로는 움찔하지만 이내 곧 이해가 되긴 된다. 그래도 요즘은 나 같은 배낭여행자들이 지갑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여행자들과 현지 분들을 타깃으로 한 적당한 금액의 한식집들이 많아져서 참 좋다.

 동네를 돌고 돌아 피데를 먹었다. 가격도 적당하고 양도 푸짐하고 케밥이 싫어서 선택했다. 맛이 엄청 입에 맞지는 않지만 살기 위해 먹는다. 마침 카메라와 핸드폰 배터리가 다 돼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다.

 돌아가서 충전을 시킬 겸 한낮의 태양도 피할 겸 눈도 잠깐 붙였다. 사실 여행하면 일과가 고되기도 하지만, 숙소가 항상 편안하지 않아 하루하루 피로가 다 풀리지 않는 느낌이다. 핸드폰 배터리가 점점 방전되듯이 오늘은 99% 내일은 98% 97% 96%.... 되다가 한 번씩 크게 몸살이 나서 푹 쉬어 회복하고 가 반복되는 것 같다. 그래도 나이도 좀 먹고 연륜인지, 조금만 몸이 으슬하면 바로 체온을 높이기 위해 패딩을 꺼내 입거나 조금 귀찮아도 옷을 껴입어 버린다. 확실히 효과가 좋은 게 베어그릴스 형님도 이런 식의 방법으로 생존하시는 걸 참고했다.

 다시 밖으로 나섰다. 근처에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다는데 이것도 불가사의 7대 에 꼽힌다나 모라나. 

 입장료도 없고 홀대받는 유적의 느낌이고, 호객하시는 분들이 호객과 안내를 함께 하신다. 다행히 단체관광객이 막 도착해서 혼자 온 나에게는 덜 관심을 주셔서 다행이었다. 근데 정말 기둥만 남고 터만 있지 제대로 보존되어 있지 않았다. 기둥 크기와 터를 가지고 추측하건대 엄청 큰 신전이 있었을 거라고 하는데 진짜 기둥이 크긴 엄청나게 크다. 그 옛날의 건축공법은 도대체가 어떻게 한 건지 참 신기하다. 추측하기 어려우니 그냥 외계인설을 믿어버리는 건 아닌 것 같고.

 다 보고 성 요한의 교회로 간다. 가는 길에 각종 카페에 간식거리가 있지만 군침만 삼키며 지나갔다.

 5시에 도착했는데, 안쪽에 어떤 구역은 5시가 넘으니 갈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꽤나 큰 규모였고 묘가 있다고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 널널이 구경을 했는데, 여기 근처에 사시가 극성이다. 두 명 한테서 들었는데 본인이 이 곳 유적 발굴할 때 인부였는데, 발굴 중에 고대 은화인가 금화를 발견해서 숨겨두었다면서 보여준다. 그럴싸한 것이, 일할 때 사진부터 발굴하는 사진까지 다 보여주는데, 다행히 혹 하지 않아 안 샀고 두 번째 사람을 만나고 나니까 사기인 것을 눈치챘다. 터키에 사기 유형이 다양하게 있는데 셀축에 유적지에서 성행하는 사기 같았다. 어떻게 보면 사기이긴 한데 큰 가격을 부르지는 않으니까 애매하긴 하다.

 유적 안에서 한 구석에서 계속 여행객들을 한 후미진 곳으로 부르며 판매하는데 사는 건 못 본 것 같다. 그러던 중에 어떤 어린 친구들이 까르르거리면서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 사실 주변에 사람도 없었고 한류 덕분에 그런 경험이 많아서 인종차별인지 아닌지는 구별이 간다. 그러더니 이내 한국사람이냐고 묻고 사진을 찍재서 같이 찍었다. 들어보니 방탄소년단의 팬이었고, 영어는 거의 하지 못한다. SNS 등을 주고받고 헤어지는데 안 가고 계속 머무는 것이 참 귀여웠다.


 숙소로 돌아왔다. 버스가 거의 10시에 출발하는 야간 버스라 눈치 보면서 숙소에 머물렀다. 버스에 올라 이스탄불에 가는 밤샘 버스를 탔고 가격을 125리라 즈음했다. 다행히 이스탄불에서는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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