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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l 15. 2020

S3#69 셀축에서 이스탄불로

19.07.13 (토)

 대부분의 나라들이 땅이 커서 버스에 화장실이 있어 휴게소는 식사를 위해서만 들른다. 그나마도 차에서 도시락을 주는 경우도 많은데 오늘은 휴게소에서 새벽에 밥을 한번 먹는다. 휴게소는 정말 비싸지만 그래도 체력 보충을 위해 뭐가 되던 살기 위해서 꼭 챙겨 먹는다. 화장실도 없는 것도 쥐어짜려고 항상 들르는 편이다.

 아침이 돼서 이스탄불 터미널에 도착했다. 이스탄불은 정말 큰 도시라 터미널이 여러 곳에 있어 조심해야 한다. 파묵칼레라는 회사는 메트로만큼 터키에서 큰 회사이다. 카우치서핑 호스트가 마침 픽업을 와준다고 해서 기다린다. 

 이윽고 그가 도착했는데, 타자마자 화장실 신호가 와서 미안함을 무릅쓰고 잠깐 다녀오겠다고 말한다. 사실 그의 차에 나의 짐을 다 싣었는데, 제일 중요한 보조가방은 내가 메고 있지만 정말 불안하다. 우리나라 같지 않아서 만약 그가 나쁜 맘으로 그걸 가져간다면 찾을 확률은 제로다. 하지만 몸의 배설욕구가 안전을 넘어서는 단계였고 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화장실로 뛰어갔다 왔다. 다행히 그는 나를 기다렸고, 우리는 그의 차로 터미널을 떠난다.

 보통의 카우치서핑은 식사를 집에서 같이 하는데, 오늘은 주말이었고 같이 집에 가서 해결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 큰 마트가 있어서 들를 수 있다고 해서 같이 갔다. 딱 9시가 되어 오픈을 했는데 규모가 상당히 컸고 냉동식품을 고르는 곳은 들어갈 때 입는 옷도 따로 있어 재밌었다. 한국 라면이 있을까 싶어 들렀는데, 못 찾았던 것 같다. 그래도 카우치서핑할 때, 휴지와 내 마실물은 챙겨가는 것이 좋다. 휴지는 화장실 문화가 달라서 없는 경우가 많거나 휴지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이고 물은 위생보다는 그냥 매번 물어봐야 하거나 호스트의 방안에 냉장고가 있거나 등의 상황 때문에 내 물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그리고 사실 같이 식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지식은 입에 안 맞는 경우가 있고 또 현지인들의 집은 외져있을 경우가 많아 시내의 큰 마트에서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를 최소 한 두 끼 정도는 구비하고 있는 게 좋다. 

 여하튼 그의 집에 도착했다. 그는 영어를 정말 잘하는 엘리트의 느낌이 물씬 났는데 역시나 집도 엄청 엄청 좋았다. 아파트의 고층에 살고 있었고 그 단지 가운데에는 널찍한 수영장이 있어 분위기를 더한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가 차려준 아침을 함께 먹고 나는 잠을 더 청했다.

 그는 결혼을 한 30대였고, 사업가였다. 지금은 딸과 부인이 외가에 가있는 상태인데, 카우치서핑이 너무 해보고 싶어서 아내 몰래 했다고 한다. 걸리면 죽는다는 것 같은데 남편들은 와이프 몰래 이런 깡다구가 있는지 참 대단하다.

 확실히 처음 해서 인지 열정이 넘쳤고, 시내에 어디가 좋을지 구석구석 짚어준다. 그러고 보니 이스탄불을 정말 넓었고 볼 것도 많았다. 나는 대충 코스를 정하고 집을 나섰다.

 거의 대게 그렇지만, 카우치서핑의 호스트 집은 시내나 여행 스폿과는 많이 떨어져 있다. 시내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이었는데 그나마도 대중교통이 들쑥날쑥이라 오고 가는 것이 고생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스탄불의 시내로 나간다. 말머 레이 지역의 근처에서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을 찾았다. 뷔페처럼 골라먹는 식인데 치킨 불패의 법칙에 따라 치킨과 밥을 골랐고 맛난 디저트도 골랐다. 터키식 케이크 같은 건데 굉장히 달고 맛있다. 호스트의 말을 들어보니 저 디저트로 미국에서 사업하는 터키인이 있는데 대박이 낫다고 한다. 수입수출을 하는 사업가라서 그런지 그런 것에 상당히 관심이 많았다. 

 트램도 타고 여차저차 북쪽으로 갔다. 베식타스의 홈구장도 구경했고 돌마바흐체 성도 둘러봤지만 이미 문을 닫아서 들어갈 수는 없었다. 강행군한 지 거의 열흘이 다돼가는 날인데, 꽤나 쌀쌀했던 이스탄불을 걷다 보니 문득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확실히 자연이 두드러지는 시골지역에서 조용히 있다가 북적북적한 도시로 오면 외로워진다. 주변이 화려할수록 혼자 있으면 더욱 외로워지는 게 사람인가 싶다.

 구글맵에 보면 박물관이 정말 많은데, 전쟁 박물관 같은 게 있어서 들어갔다. 뮤지엄 패스가 안되는 것 보니 사설인데 고민하다가 돈을 내고 들어가 본다. 여러 가지 전쟁에 썼던 배들이 전시되어있는 곳인데 흥미롭긴 하지만 사실 혼자 둘러보니 괜히 왔다 싶긴 했다.


 화려하고 소란스러운 도시를 조용히 걷는다. 베식타스 어시장도 구경을 하며 맥주도 한 잔 마셔본다. 혼자 마시니 맛도 없고 트림만 나오고 영 그렇다. 다음에 일행이 생기면 와야겠다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면 역에서 버스를 타지 못하면 30분을 걸어야 하는데, 구글맵으로는 터키의 대중교통을 타는 게 쉽지 않았다. 미안하게도 결국 호스트가 다시 픽업을 와줬고 돌아가는 길에 케밥을 저녁으로 포장했다. 그리고 와인도 한 병 사서 들어간다. 이슬람을 믿지만 독실하지는 않았던 호스트는, 술을 먹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럼 사실 집에서 내가 마시는 것도 싫을 텐데 라는 생각은 나중에 들었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와인과 맥주를 사는 것을 도와주고 집에 와서 혼자 아름답던 야경을 바라보며 한 잔 마시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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