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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l 13. 2020

S3#67 파묵칼레에서 셀축으로

19.07.11 (목) 강행군 2

 느지막이 체크아웃을 한다. 이 호스텔에는 다. 이 호스텔에는 일본인도 많았는데,  Kale이라고 쓰여있어서 케일인 줄 알았지만 구글맵에는 칼레호스텔이라고 한다. 맵긴 해도 숙취에는 역시 맵고 뜨신 국물이 필요했기에 아주머니의 닭볶음탕을 먹었다. 지갑을 찾아준 투어사로 갔다. 온 동네가 떠나가라고 소리를 치면서 자기가 찾아줬다고 난리 난리다. 200리라를 달란다. 거의 5만 원인데,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날이 선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40리라에 합의받아 건네주고 온다.

 인도에서도 일행이 그런 경험이 있는데, 터키나 인도 이런 호객도 많고 사기가 극성인 나라에서 헤이 , 마이 프렌드 같은 호객성 멘트를 1초에 한 번씩 듣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근데 가끔 그들이 나를 도우려고 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참 민망하지만 그래도 일일이 그걸 다 상대하는 건 참 피곤하다. 이 친구도 어제 버스에서 내린 나를 서너 번쯤 부르고 나서 지갑 어디 있냐면서 너 흘린 거 찾아주려고 불렀는데 왜 가냐며 우리는 사기를 치지 않네 마네 하면서 큰소리를 치는데, 응당 입 다물고 고마워해야 하는 게 맞는 걸 알면서도 그러기가 힘들다. 본인의 공을 퇴색시키는 셈이랄까. 

 그리고 달라는 돈을 깎아준 데에는 본인들이 잡아준 버스가 매진이 돼서 급하게 기차를 예매해준 뭐 그런 일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파묵칼레에 여행사가 많은데 그냥 그곳에서 다음 도시 이동 편을 마련하는 게 속 편해 보인다. 

 

 점심은 김치볶음밥을 해주는 아저씨네로 갔는데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무엇보다 양이 많아서 참 좋았다.

 일행과 인사를 나누고 터키 기차를 타보게 되었다. 직접 승용차로 나를 기차역까지 데려다주고 갔는데, 사실 이렇게 하면 남는 게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고맙긴 했다.

 생각보다 깔끔했지만, 혹 기차를 놓칠까 봐 조는 둥 마는 둥 하며 셀축에 도착한다. 사실 카파도키아에서 덥석 사버린 15일짜리 뮤지엄 패스 덕분에, 이렇게 바삐 움직이고 이 곳 셀축까지도 오게 된 것이다. 로마 유적이 아테네보다 많다고 하고, 아르테미스 신전 등등 성경에 나오는 지명도 이곳에 많은 등 터키 전역이 대체적으로 유적 밭이다. 정보를 잘 찾아보고 오면 진짜 볼 게 많은 게 터키다. 동부에 호수도시 반에서 터키 코스를 짜면서 정말 역사적이고 성경에 나오는 그런 성지들을 가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인터넷에 정보가 다양하진 않았다.

 느지막이 도착한 셀축을 가방을 끌며 호스텔까지 가는데 거의 20분이 걸렸다. 언제나 저렴한 곳을 찾기 때문에 종종 위치가 안 좋은 경우도 있다. 어디나 그렇지만 밤늦은 거리도 그리 위험하진 않고 터키 전체가 다 상당히 발달한 도시라서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어찌 보면 서부로 올 수록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오는 느낌이 든다.

 도미토리가 많이 없어 제일 싼 곳을 골라 갔는데, ANZ 게스트 하우스였고 돔은 지하에 있어서 정말 눅눅하고 찝찝했다. 보통 하루만 결제를 하고 와서 숙소의 컨디션과 도시의 분위기를 보고 더 지낼지를 결정하는데, 숙소를 보자마자 당일치기로 둘러보고 이스탄불로 떠나야겠다고 맘을 먹는다.

 밤거리로 나와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마을을 둘러봤다. 보통의 터키 패키지여행에 포함되는 도시인 것 같은 게, 곳곳에 한식당이 구글맵에 있었다. 이상하게 터키음식이 유명하고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와보면 딱히 먹을 게 없고 죄다 케밥뿐이다. 아니면 알 수 없는 소스와 버무려진 고기들인데, 30리라에 반찬을 5가지 준 데서 자리에 앉아 받아먹었다. 역시 반찬들이 입에 썩 맞지는 않지만, 배를 열심히 채워본다. 맥주도 한 잔 하면서 셀축의 노상 식당에서 저녁을 보낸다. 항상 여행 중 밥을 먹으면 뭔가 일단 배가 부르는 것 같으면서도 맘 속 깊은 곳까지 부르지는 않는 느낌이 맵고 뜨신 국물이 없어서가 아닐까 생각하며, 아쉬운 맘과 함께 그릇을 비워낸다.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간다. 프랑스 커플과 유럽 남자애가 있었는데, 호스텔 주인과 같이 1층 마당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얘기 중에 대뜸 사장님이 사실 한국에서 3년인가를 살면서 일을 한다고 하시면서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안다고 하셨고, 다들 나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그러냐면서 반갑게 맞아줬어야 했는데, 나는 이미 영어로 대화하는 그 가운데 주눅이 들어 풀이 많이 꺾여 있었고 언제나처럼 사연 많은 사람처럼 말없이 앉아있었기 때문에 사장님의 그 말을 뭔가 굉장히 어색하게 오 그래요 아  네네 아 네 뭐 이렇게 받아쳐버렸다. 사장님은 굉장히 무안해했고 그런 단어 말고는 영어로 어떻게 말할 수 없는 나도 참 민망했었다. 이래서 영어를 공부하라고 그렇게 했었나 보다.

 맥주를 한두 잔 하며 유럽 남자와 얘기를 나눴다. 얼추 비슷하면 내일 일정을 같이 해볼까 했던 것이, 마리아 생가는 택시 말고는 이동수단이 없어서 일단은 확정을 하지 못하고 킵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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