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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May 09. 2019

S3#03 트빌리시 첫날

19.05.08 현지인 치치와의 만남

 옆자리 말레이시아 친구가 코를 진짜 기가 막히게 곤다.

그래도 도합 6시간은 잔 것 같다.

어제 사둔 바나나를 야무지게 두 개 먹고, 조금 더 자다 깨다 하다가 결국 몸을 일으켜 11시 30분쯤 나갔다.

일전에 알아둔 현지인이 급하게 연락이 돼서 밥 먹자고 했더니 정말 쿨하게 알았다고 온단다.

그래서 장난인가 진짠가 남의 속도 모르고 온다고 기다리라고만 해서 주린 배를 움켜잡고 있다가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서 카페로 가서 차를 마시고 와이파이를 쓰고 있는데, 얼마 안 있다 진짜 왔다. 1시쯤인가 돼서 만나서 관광지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고기를 시키고 그녀는 팥 같은 것이 들어있는 빵을 골랐다. 야무지게 나눠먹고 어디갈지를 얘기했다. 20살이고 법을 전공하고 키는 175나 된다. 밥값을 15가 나왔는데 내가 10을 내고 5를 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 조지아도 대학 졸업 후 사무직이 300달러가 월급이란다. 그래서 너무 미안했다. 먹고 같이 걸어서 언덕 위의 교회를 구경했다. 유럽이 처음이라 모든 것이 너무 예뻤다. 거리에 늘어진 넝쿨도 언덕 위에 지어진 건물들도 그 모양이 다르니 이국적이고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그렇다 지독한 사대주의가 다시 발동한다.

그 언덕 위 교회 역시 이쁘고 환상적이다. 잘 구경하고 내려온다.




편집을 하고 싶어서 카페로 가고 싶은데, 가도 된다고 저녁에 만나자고 차라리, 그렇게 얘기해도 갈 맘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카페를 같이 가기로 했다. 루스타벨리라는 곳으로 택시를 타고 갔는데 현지인이 말하니 자유광장에서 2라리밖에 안 한다. 900원도 안 하는 건데 진짜 솔직히 조지아 물가 너무 싸다.

 카톡 조지아 방에서 추천받은 곳으로 갔는데 Coffeeste였나, 크고 좋다. 레모네이드 모히또 두 잔 그리고 블루베리 머핀 같은 거 하나를 시키고 편집을 한 3시간 하는데 이 친구는 안 가고 앞에 앉아있는다. 사실 계속 가도 된다고 얘기했는데, 아니라고 하며 벽에 있던 책을 골라 꺼내와서 읽는다. 이 사람들이 차갑다고 하는데,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순박하기보다 그런 관계에 있어 서투르다고 느껴진다.  한 마디도 안 한다. 사실 왜 같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들 정도다.


 아무튼 이 친구는 아닌척하는데 한국을 좋아하고 와서 살고 싶어 하는 눈치다. 졸업 후에 한 달 정도 방문할 계획이고 어학당을 다니고 싶다고 한다. 이미 읽는 건 할 줄 안다고 한다.

그렇게 카페에서 나오고 나니 7시다. 손톱깎이를 안 가져와서 같이 사러 갔다. 가다가 올리브영 같은 곳에서 5.7라리에 손톱깎이를 사고, 자유광장 근처 대형마트에도 들렀다. 혹시 라면이 있으면 호스텔에서 아침으로 먹을까 했는데, 그런 종류는 전혀 없다. 그리고서도 안 간다. 술도 안 먹는다 그러고 배도 안 고프단다. 그래서 그럼 어디 앉아서 얘기하자고 갔는데, 얘기도 안 한다.



그래서 그냥 가자고 하고 왔다. 그게 8시쯤 됐고, 호스텔에서 짐을 풀고 어딜 가서 저녁을 먹을까 하다 어제 먹은 곳으로 갔다. 그 입구에 있는 터키 식 같은 곳에서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강추다. 12라리와 맥주 4라리. 돌아오니 방에 러시아 3명이 새로 전입 왔는데, 너무 부자연스러운 로봇처럼 나는 모스크바에서 왔어 이름이 뭐야 하면서 셋이 갑자기 둘러싸고 악수하는데 어색해서 미칠뻔했다. 그리고 서로 짧은 영어로 농담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이내 일상으로 돌아갔다.


샤워하고 3층 테라스에서 일기를 쓴다. 여기 너무 좋다. 조지아 진짜 최고 강추다. 유럽의 입문판이며 물가는 너무 혜자 혜자 하다. 그렇게 또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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