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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l 17. 2020

S3#73 이스탄불에서 하루

19.07.17 (수) 이스탄불에서 사람 만나기 4

 어마 무시한 숙취와 함께 일어났다. 어제 술은 같이 먹지 않았지만 지내는 여대생들이 왔다 갔다 했고, 커튼이 없어 늦은 밤 잤지만 깰 수밖에 없었다. 베란다 같은 곳이 있는데 그곳에 테이블을 두고 항상 밥을 먹는 듯했다.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데, 술을 먹고 치즈와 올리브에 빵을 잼 발라 먹으려니 조금 힘들었다. 하루 종일 나가지 못하고 숙취와 함께 편집을 하다가 거의 오후 세시가 돼서야 집을 나선다.

 숙박비를 아꼈고 사실 어제 술값도 친구들이 모두 내서 쓴 돈이 없었기 때문에, 한식을 먹을까 말까 100번 정도 고민 하닥, 큰 맘먹고 길을 나선다. 어제 갔던 소나무라는 식당에서 짬뽕을 먹었는데, 정말 별로였다.

 다 먹고 인도에서 카파도키아에서 만났던 일행을 만나러 갔다.


 탁심광장 근처에서 만나, 엊그제 예슬이라는 친구와 갔던 술집으로 간다. 그곳에 가면 1L짜리 맥주가 있는데, 이 친구와 나는 둘 다 장기 여행 중이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는 옵션인 것이 500두 개 시키는 것보다 싸기 때문이다. 그간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일신상의 변화가 조금 있었는데, 내 일기장이고 내 공간 같지만.. 사실 여행자들끼리 항상 하는 이야기가, 하나 건너 다 소식을 엿듣기 때문에 입 조심 그리고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다 적을 순 없지만, 나름 흥미진진한 연애사와 심경변화를 들으며 낄낄거리고 한참을 떠든다.

 다른 여행자들에게는 모르겠지만, 둘 다 인도에서 시작해서 인도에서 함께 했던 처지여서 그랬는지 우리는 입을 모아 터키가 비싸다고 성토했다. 그리고 한잔이 더 하고 싶었지만 둘이 허벅지를 꼬집어 가며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진다.

 트램도 있고 버스도 있고 뭐 지하철도 있지만, 한국만큼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는 곳은 없는 것 같다. 이곳 이스탄불은 북아프리카, 중동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의 이슬람 국가들의 교차로이다. 자기네 나라에서는 엄격한 규칙을 따르지만, 사실 돈이 있고 좀 사는 집들은 대게 자녀들은 독실하지 않다. 상위계층에게는 종교라기보다 문화에 가깝게 몸에 밴 규칙을 따르기는 하지만, 여행은 이 곳 터키로 오면 대충 그 종교적인 색을 가져가면서도 개방적인 것들이 혼합되어 있어, 이슬람권 나라에서 굉장히 선호하는 여행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이 그렇게 촘촘하게 되어있지 않은지(아니면 내가 못 찾는 건지) 아무튼 여기저기 다니려면 중간중간 불가피하게 엄청 걸어야 하는 구간이 나온다. 집 근처로 오니 배가 고파져서 수제버거집을 들른다. 아저씨가 정말 친절하게 맛있게 세트로 주셨는데 가격이 5천 원 정도이니 자주 와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가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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