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스킨 클래식노트 하드커버 포켓사이즈
언제나 쉽게 혹하는 쉬운 사람이다. 귀가 얇고, 단단히 채웠던 팔짱도 쉽게 푼다. 오래된 연도에 눈길이 가고 유명한 사람이 사용했다는 말에 그 물건을 살 이유가 생긴다. 이런 것들이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 끌리곤 한다. 마케팅을 위해 과장하고 삭제하고 진실을 살짝 비튼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끌린다. 배경색과 폰트 그리고 패키지가 고급스러운 티 브랜드인 TWG의 얼그레이 차에 관심이 갔다. 다도는 고사하고 차의 맛도 잘 모르던 시기에 단순히 틴케이스가 예쁘다는 이유로 관심을 갖게 됐다. 로고 아래에 선명하게 표시된 since 1706라는 글자가 신뢰감을 높인다. 구매를 하기 위해 매장을 가기로 한 날, TWG의 브랜드 앞에 붙은 연도가 궁금해졌다. 그 브랜드가 시작된 연도로 생각했는데, 싱가포르에 차가 처음 들어온 연도였다. 오래된 것 같은 이미지를 가져온 것이다. 영국 티 브랜드에 쓰인 연도는 설립연도라 무턱대고 쉽게 확신했다. TWG에서는 그 숫자에 대해서 상상은 마음대로 하라는 듯 표기했다. 누군가 물어보면 존중의 의미라고 말하면 되고, 대부분은 물어보지 않을 테니 마음대로 생각하면 된다. 그 대부분에 속하는 나는 자연스레 설립연도를 상상하고 사려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속은 듯한 기분이 들면 그 브랜드에 대해서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싫어하게 된다. 이제 이런 유혹에는 넘어가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무인양품 노트에 글을 쓰면서 글을 쓰는 즐거움이 다시 살아났다. 산책을 할 때면 같이 걷는 사람과 좋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좋았고, 혼자 걸으면 사색을 해서 좋았다. 혼자 산책을 하다 보면 머릿속의 생각들이 정리되기도 하고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럴 때 노트를 꺼내 적다 보면 딱딱한 겉표지가 받쳐주면 쓰기에 좋을 것 같아 아쉬웠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드로잉들 중에는 딱딱한 하드커버 노트에 그린 그림들이 많았다. 가장 많이 보인 노트가 몰스킨이다. 헤밍웨이와 피카소가 사용하던 노트. 이 표현이 가장 많이 언급되면서 눈에 띄었다. 바로 이 노트구나, 이제는 이 노트로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기와 맞물려 구독하고 있던 매거진B에서도 ‘몰스킨’호를 내놓았다. 매거진B를 구독하고 있는 이유는 모르는 브랜드를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도 있지만, 광고도 없고 광고비를 받고 글을 쓰는 것도 아니라서, 좋은 브랜드를 소개하되 애정을 가진 중립적인 시선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애정을 가진 중립적인 시선. 말해 놓고 말이 좀 모순적이라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이 말이 내게는 가장 납득이 된다. 애정이 가는 좋은 브랜드를 소개하지만, 그 브랜드가 갖고 있는 단점도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소개해준다. 이상하게도 매거진B를 읽고 나서도 이 브랜드와 노트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지 않았다.
이 노트는 헤밍웨이와 피카소가 사용하던 노트가 아니다. 그들이 사용했던 브랜드가 아니고, 동일한 소재의 노트도 아니다. 이 노트를 기획한 디자이너는 브루스 채트윈의 ‘송라인’이라는 호주여행 에세이에 담긴 이 노트에 대한 애정 어린 글을 보고, 이 노트를 다시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소규모 출판사와 함께 그 당시 그 예술가들이 부르던 애정 어린 별명인 몰스킨을 그대로 이름으로 가져와 만들었다. 같지는 않지만 그들이 이 노트를 사랑했던 이유를 충족시키기 위해 현대적으로 복각했다. 예술가의 노트라는 컨셉은 노트뿐 아니라 브랜드의 예술가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서도 일관되게 이 브랜드의 관심사가 느껴진다. 헤밍웨이와 피카소의 노트는 아니지만, 이 시대의 새로운 헤밍웨이와 피카소들이 계속 이 노트에 그려나가고 있다. 게다가 이 브랜드에서는 헤밍웨이와 피카소의 노트라고 마케팅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사용했던 이름 모를 노트를 다시 살려냈다고 되어 있다. 아마도 나 같은 사람들이 뒤의 말은 쉽게 무시하고 앞의 말만 기억에 남아 사용한 듯하다.
노트 회사라 정말 다양한 노트들이 있다. 다이어리도 있고, 뜯어 쓸 수 있는 저널, 수채화나 유화를 그릴 수 있는 스케치 노트도 있다. 다양한 용도에서 내게 필요한 용도를 생각해야 한다. 내게는 차분히 앉아서 쓰는 용도와는 달리, 걸어 다니면서, 들고 다니면서 어디에서든 글을 쓸 수 있는 노트가 필요하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야 하고, 손으로 들고 적을 때도 딱딱하게 고정되어 있어서 글쓰기에 편해야 한다. '몰스킨 클래식노트 하드커버 포켓사이즈'는 딱딱한 인조가죽 외피가 감싸주고 있고, 모서리는 아이폰의 모서리처럼 부드럽게 처리되어 있어서 몇 년을 사용해도 형태가 틀어지지 않는다. 종이와 하드커버를 가벼운 소재로 사용했기 때문에, 들었을 때 도톰한 지갑을 드는 듯 가볍다. 사용하지 않을 때 노트가 갑자기 펼쳐져 속지가 구겨지거나, 노트에 끼어넣은 쪽지가 빠져나가지 않게 고무밴드가 노트를 단단히 묶어준다. 뒤표지 안쪽에는 종이봉투 같은 포켓이 있어서 명함이나 돈을 넣어둘 수 있다. 안의 얇은 중성지는 연필에서부터 만년필까지 모든 필기류에 좋은 필기감을 준다.
몰스킨 노트는 대체로 비싸다. 무인양품의 1,900원짜리 노트에서 갑자기 21,900원짜리 노트는 너무도 큰 도약이다. 게다가 포켓사이즈다. 흔히들 하는 진부한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커피 몇 잔, 비싼 한 끼 식사. 내 생각이 가치 있고, 그래서 쓰는 글도 가치 있다고 말하면서 정작 그 글을 쓰는 데에는 돈이 아까워지는 나를 본다. 이 노트의 복각은 브루스 채트윈의 ‘송라인’의 한 문단에서 시작됐다. 그는 이 노트의 첫 장에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분실 시 지급할 사례금을 적었다고 한다. 이 노트에 애정이 생기는 순간이다. 아직 쓰이지 않은 책, 그래서 고무줄을 풀고 펼쳐서 쓰게 되는 노트. 그 첫 장에 내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이 책의 가치를 적게 된다. 노트의 가격은 ₩21,900이다. 그것보다 적게 쓴다면 내 글은 무언가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하는 것이다. 이 노트의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적다 보면 이제 써나갈 내 책의 가치가 보인다.
가격: ₩21,900
크기: 9 x 14cm
종류: 룰드, 플레인, 스퀘어드, 도트
색상: 블랙, 스칼렛 레드, 사파이어 블루, 머틀그린, 어스 브라운, 리프블루, 하이드레인저 블루, 레몬 그린 (이 외에 다양한 콜라보 한정판들이 있음)
몰스킨 (Moleskine)
1997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소규모 출판사인 Modo&Modo에서 지난 2세기 동안 예술가와 사상가들이 사용해 온 몰스킨을 다시 살려서 Moleskine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 몰스킨은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어니스트, 헤밍웨이, 브루스 채트윈 등의 예술가와 사상가들이 사용한 전설적인 노트북으로 누가 만들었는지 이름이 무엇인지도 알려지지 않고 별명처럼 몰스킨으로 불린 노트다. 예술가의 노트라는 컨셉으로 노트 업계의 뉴 클래식이라는 독자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현재 몰스킨은 다양한 종류의 노트북, 다이어리, 스마트 노트북 및 애플리케이션, 가방, 서적, 여행 및 디지털 디바이스 액세서리, 필기구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몰스킨 홈페이지 http://www.moleskine.co.kr/
몰스킨 클래식노트 하드커버 포켓사이즈 http://www.moleskine.co.kr/shop/shopdetail.html?branduid=2557235&xcode=001&mcode=001&scode=001&type=X&sort=manual&cur_code=001001001&GfDT=bm50W1w%3D
매거진B 몰스킨 https://magazine-b.co.kr/product/molesk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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