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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o Jan 04. 2022

꼭 필요한 것만 넣어가는 가방, 두 손 가벼운 여행

포터 탱커 토트백 S

포터 탱커 토트백 S

 아이쇼핑을 하던 시절 가장 꺼려졌던 건, 밝은 표정으로 들어가서 살 것처럼 이것저것 구경하며 이것저것 물어본 뒤에 빈 손으로 그 매장을 빠져나와야 할 때의 어색함이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어서 매장 직원의 기대하는 표정을 뒤로하고 나올 때면 꼭 뒤에서 욕하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 같은 사람들이 하루에 참 많이도 올 텐데, 내가 뭐라고 나에게 그렇게까지 관심을 보일까. 그래도 타인의 시선이 의식되니 마음에도 없는 구매를 할 것 같아 아이쇼핑도 꺼려졌다. 

 스마트폰이 나오니 정말 편해졌다. 이곳저곳 마음 편히 온라인으로 찾아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편하게 앉거나 누워서 본다고 해도 평평하고 작은 화면을 통해 보다 보면 직접 보던 즐거움이 없다. 그래서인지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들은 실제보다 더 좋은 색감과 환경에서 찍혀 눈길을 끈다. 보기에 좋아 보이는 게 너무 많다. 온라인으로는 아이쇼핑만을 한다. 그중 사고 싶었던 물건을 가장 멋지게 갖추고 있는 곳에 찾아간다. 가끔은 온라인에서 장바구니에 넣어뒀던 그 물건이 아니라 다른 것을 사게 되는데, 직접 보고 사용해보면 내게 좋은 물건이 아님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내게 알맞은 물건을 발견하는 건 언제나 오프라인이고 그렇게 산 물건은 오래도록 애정을 갖고 쓴다.


 오랜 시간 동안 내 위시리스트에는 요시다 포터의 탱커 더플 백이 있었다. 설렘이 가장 큰 여행은 갑자기 떠나기로 하고 짐을 챙길 때다. 정말 갑자기 떠나는 것이니 캐리어에 담는 게 아니라 한 손에 잡고 갈 수 있는 보스턴 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마도 옛날 영화에서 정장과 모자를 쓴 사람들이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한 손에 들고 있던 모습이 크게 남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내게 즉흥여행은 보스턴 백이다. 둥그런 아치 형태를 이루고 있는 기본 틀 안에는 옷 같이 작은 물건들 정도만 들어갈 수 있다. 딱 필요한 것만 넣어서 가는 가방, 그래서 언젠가는 갖고 싶은 가방은 어떤 브랜드가 아니라 어떤 가방 형태인 보스턴백이었다.

 토베 얀손의 단편 <두 손 가벼운 여행> 속에서처럼 신경 안 쓴 듯이 손에 달랑 들 수 있는 가방이 갖고 싶었다. 공항 출국장 같은 데서 무거운 가방을 끌고 초조해하는 사람들을 서두르지 않고도 빨리 걸어서 추월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가방이 갖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바퀴 달린 캐리어가 있어야 하고 캐리어를 양쪽에 두 개씩 끌기 위해 두 손은 자유로워하고 그래서 등에 매는 백팩을 찾게 된다. 어느 순간 학창 시절 무거운 책가방의 상징인 백팩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여행은 자주 가지 않는다. 산책은 자주 다니고 커피숍도 자주 간다. 그런 움직임도 작은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적당한 가방을 찾는다. 노트북, 노트, 필기류, 핸드폰, 가벼운 겉옷을 담을 적당한 크기에 가볍게 한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이 갖고 싶어졌다.


 제주도에 3박 4일로 여행을 가기 위해 저가항공사의 비행기를 탔다. 비좁은 통로와 비좁은 좌석, 비좁은 선반 공간을 보니 벌써부터 이 답답한 공간을 벗어나고 싶어졌다. 모두들 1인당 주어지는 작은 캐리어와 백팩을 어떻게든 넣어보려고 벌써부터 힘을 빼고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캐리어를 머리 위 선반 위에 올리느라 고생인 와중에 청바지에 바람막이를 입은 젊은 여자가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왔다. 한 손에는 핸드폰, 반대편에는 포터의 회색 탱커 토트백을 들고 있었다. 바로 의자에 앉는 걸 보니 선반 위에 올릴 것 같지는 않고 무릎 위에 올려두고 가려나보다 했는데, 무심히 발 앞에 툭 던져놓았다. 비싼 돈 주고 산 가방을 그렇게 막 다루나 싶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도 전에 반대로 보게 됐다. 어차피 이륙하기 전에는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거나 선반 위에 올려둬야 한다. 선반 위에 올리게 되면 다른 캐리어들이 그 작은 가방을 뒤로 밀어 넣게 되니 빼기도 어려워진다. 가벼운 여행엔 가벼운 마음으로 가벼운 동선으로 움직이는 게 가장 좋다. 가방이 비싸 봤자 즐거운 여행에 가벼워진 내 마음보다는 중요하지 않다. 바닥에 내려놓는 게 여행을 가볍게 하는 시작이다.


 포터 매장 안에서 동그란 원통 모양의 더플백과 토트백 중에 고민했다. 내가 가는 곳들과 산책에는 항상 노트와 노트북이 있어야 한다. 언제 클라이언트에 요청이 들어올지 모른다. 그럴 때는 어디든 앉아서 노트북을 꺼내 일을 해야 한다. 동그란 원통 형태의 가방 안에는 노트북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분명 큰 가방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두 손 가벼운 여행이 아니다. 요시다 포터의 대명사인 탱커 시리즈는 미국 공군의 비행 재킷인 MA-1을 모티브로 개발한 오리지널 원단을 사용하고 있다. 가볍고 부드러운 감촉이 특징이고, 안감은 본체와 대비되는 오렌지를 사용해 자주 열어보고 싶게 한다. 탱커 시리즈 중 토트백은 더플백과 함께 시리즈를 상징하는 가방이다. 토트백 S는 크기는 가로 34cm, 세로 24cm로 여성용 가방 같다. 폭이 13cm라 13인치 맥북에어와 함께 노트, 서류, 필기류 그리고 핸드폰 등 꼭 챙겨야 할 것들을 한 번에 챙겨 넣을 수 있다. 콤팩트한 사이즈는 어딜 가든 두 손 가벼운 여행을 만들어 준다. 산책을 하든 커피숍을 가든.



Tanker Tote Bag (S)

가격: ₩268,000

크기: (w)34 x (h)24 x (d)13cm

색상: 세이지 그린, 그레이, 블랙



포터 (PORTER)

1935년 가방 장인인 요시다 기치죠가 설립한 요시다 컴퍼니에서 1962년 발표한 자체 브랜드로 ''바늘 한 땀 한 땀에 영혼을 담는다'라는 '일침입혼(一針入魂)'의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현대적인 디자인에 뛰어난 기술력과 기능성, 사용하면 할수록 감탄을 더 하게 하는 내구성과 실용성을 모두 겸비한 가방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여러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 다채로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물건을 운반하는 도구라는 가방의 기본적인 본질을 우선으로 하여 모든 제작 과정에 숙련된 장인들의 눈과 손을 거쳐 탄생한다.


포터 한국홈페이지 https://korea.shop-porter.com/main/main.asp

포터 탱커 토트백 S https://korea.shop-porter.com/product/view.asp?ProductNo=1500&gno=16

포터 인스타그램 한국계정 https://www.instagram.com/porter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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