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버즈 울러너 운동화
9년간 회사를 다녔고, 그중 반은 재택근무였다. 미국지사의 업무를 맡게 되어 사무실에서 일을 할 이유가 사라졌다. 사무실에 출퇴근을 한다고 해도 사무실 직원들과 겹치는 업무가 없으니 집에서 일하기로 했다. 사무실에 출근하던 시절에는 노매드가 대두되고 있던 시절이라 디지털 노매드를 누리는 그런 사람들이 부러웠다. 왠지 그들은 업무와 삶의 균형을 잘 지킬 것 같았고, 효율적으로 일해서 하루 걸리는 일을 몇 시간이면 끝마치고 놀러 갈 것 같았다. 해변이 보이는 호텔에서 꽃무늬가 그려진 반팔 셔츠를 풀어헤치고 밖을 보며 일하다가, 빨리 일을 마치고는 노트북을 시원하게 한 손 스냅으로 닫고 바다로 뛰어드는 그런 모습. 내 상상은 언제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현실은 아침 7시에 일어나자마자 업무를 확인하고 미국 직원들과 업무인계 및 회의를 한다. 9시를 넘겨 아침을 먹거나 거른다. 회의는 12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미국 시간으로는 서머타임이 아니면 11시 즈음이니 그때부터 일을 한다. 매일 새로운 업무들이라 업무의 양을 알 수가 없다. 게다가 국내 클라이언트와의 접점 역할을 나 혼자 하기 때문에 일은 배로 늘어난다. 미국에서는 하루를 탄력적으로 보낼 수 있지만, 나는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위해 늘 노트북을 끼고 살아야 한다. 데이터 분석업무이기 때문에 커피숍에서 일을 하는 건 임시방편이고 속도가 나지 않는다. 듀얼 모니터나 적어도 큰 화면을 통해 일을 해야 한다. 재택근무를 한 지 1년도 안돼서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는다. 카톡 알림이 올 때마다 역류성 식도염이 도진다. 결국 병원에서는 주기적인 스트레칭과 산책을 할 것을 권유한다. 걷는 걸 싫어하던 내가 치료 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집에 있는 신발을 신고 시간이 조금 나면 그냥 밖으로 나가 걸었다. 딱딱한 보도블록과 아스팔트 골목길을 걸었다. 평발이라 조금 걸으니 발바닥이 아파왔고, 좀 더 걸으니 족저근막염이 재발했다. 데이터 분석을 하는 사람이니 모든 브랜드의 운동화를 분류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답이 어떻게 나올지 뻔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중에서 나올 것인데, 산책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 저렴하고 포퍼먼스가 좋은 운동화를 찾아서 신었다. 보기에 좋은 신발은 바닥이 딱딱한 단화다. 바닥이 폭신하고 걷기에 적당하면 보기에 좋지 않은 러닝화다. 그렇게 몇 년을 산책용 신발과 평상용 신발을 구비해두고 목적에 맞게 신었다. 몸은 다시 건강해졌다. 걷다 보면 복잡한 생각들이 차근차근 정리된다. 발이 아프지 않으니 발걸음은 가벼워지고 마음까지 가벼워지는 듯 좋았다. 그렇게 시간이 날 때마다 걸었다. 1년마다 밑창이 해져서 운동화 한 켤레를 버릴 때마다 내 몸이 건강해지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생각이 점차 커져갔다.
걷는 즐거움을 갖게 됐으니, 이제 새로운 목적이 생겼다. 보기에도 좋고 발도 편한 신발, 거기에 환경까지 생각해서 만들 때나 버릴 때 환경에 피해가 덜 가는 신발이 신고 싶었다. 순간 브랜드 하나가 딱하고 떠올랐다. 실리콘밸리 운동화로 이슈화 됐다가, 오바마, 디카프리오의 신발로 유명세를 얻은 올버즈. 그렇게 관심을 얻은 다음에 지속가능한 재료들에 대한 이야기, 신어보고 한 달 안에 언제든 반품 가능한 것, 편안한 착화감에 대한 리뷰를 읽으며 사고 싶었던 옛 기억. 당시에는 미국에만 온/오프라인 매장이 있어서 한 달 테스트는 그림의 떡 같았다. 적어도 1년을 신을 신발을 신어보지도 않고 살 수는 없었다. 한국에서도 1달 사용 후 반품이라는 내용은 없었다. 한국에 런칭되면 신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후로 6년이 지나도록 한국에 런칭되지 않아 내 기억 속에서도 잊혀 갔다. 그러다 6년 만에 올버즈의 한국 온라인 런칭 소식을 들었다. 곧바로 올버즈의 대표 제품인 울러너를 주문했다.
울은 양털이다. 양털은 누런 빛이 도는 흰색이다. 지속가능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올버즈의 대표 제품을 신는다면 당연히 가공이 가장 덜한 것을 골라야 한다. 그게 크림빛이 도는 Natural White다. 크림색이고 단순한 스니커즈 모양이라 어떤 옷에도 어울린다. 크림색이 주는 부드러울 것 같은 외형은 맨발을 넣으면 폭신한 양털이 그대로 피부에 느껴져 폭신하고 편하다. 오래 걸으니 발에 땀이 난다. 그 촉촉함이 느껴져 다음부터는 양말을 신고 걷는다. 단순하면서 보기에 좋은 형태는 어느 옷이나 자리에도 어울린다. 이 신발을 신으면 어디를 가든 산책길이다. 예전에는 건강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산책을 했지만, 이제는 언제든 갑자기 걸어 나간다. 러닝화를 신으면 왠지 작정하고 운동을 하는 것 같지만, 울러너는 아무 부담 없이 신었다가 문득 걷고 싶어 진다. 걷다 보면 복잡한 생각, 감정, 무거운 마음, 답답함이 모두 다 가벼워지는 듯하다. 그러다 보면 매일 걷게 되고 까매진 신발을 보게 된다. 신발이 까매진 만큼 내 속은 하얘졌을 것이다. 까매진 신발을 세탁기에 넣으니 다시 깨끗한 크림빛이 돈다.
올버즈 운동화 세탁방법
인솔과 신발끈을 신발에서 분리한다.
세탁기에 넣기 전에 먼지도 떨어주고 가볍게 손빨래를 해준다.
세탁망에 넣는다.
찬물/표준모드로 중성세제를 넣고 돌려준다.
세탁 후 양지바르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말려준다.
*건조기와 표백제는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자주 세탁하면 울소재 특성상 금방 헤진다.
울버즈 울러너 내추럴 화이트 (Wool Runners Natural White)
가격: ₩130,000 (남녀 가격 동일)
색상: 클래식 6개, 리미티드 에디션 9개
올버즈 (Allbirds)
뉴질랜드 회사로 2014년에 런칭했고, 신발계의 애플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심플한 디자인과 지속가능한 소재 그리고 압도적인 착용감을 바탕으로 단번에 실리콘밸리를 사로잡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 디카프리오, 엠마 왓슨, 제시카 알바 등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이 즐겨 신는 슈즈로도 유명하다. 올버즈의 모든 제품은 편안함, 아름다운 디자인 그리고 지속가능성의 조화로움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기반으로 제조된다. 최근 환경보호에 더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자신들의 기술을 무료로 공개했다.
Men’s Wool Runners Natural White https://allbirds.co.kr/products/mens-wool-runners-natural-white
Women’s Wool Runners Natural White https://allbirds.co.kr/products/womens-wool-runners-frost-blue
올버즈 한국 홈페이지 https://allbirds.co.kr/
올버즈 세탁방법 https://allbirds.co.kr/pages/clean-your-allbirds
올버즈 한국 인스타그램 계정 https://www.instagram.com/allbird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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