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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o Jan 06. 2022

과월호도 찾아 읽게 되는, 버려지는 과월호가 없는 잡지

매거진 B

매거진 B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나는 기호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특징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어도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람이 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교복을 입고 있었으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뽀로로의 명언처럼 노는 게 제일 좋은데, 어떻게 놀고 싶은지는 몰랐다.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돈이 없으니 돈을 쓰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찾았다. 도서관 안을 산책하며 책들이 가득 들어찬 책꽂이 골목길을 방황했다. 취미란에 가장 많이 적히는 그 단어, 내 취미는 독서가 됐다. 마구잡이로 읽으니 졸업을 할 즈음에는 800권이 넘는 대출권수를 기록했다. 대학 4년 동안 눈에 띄는 수치는 그 대출권수뿐이었다. 그렇게 책을 많이 읽었는데도 거기에 잡지는 없었다. 잡지를 읽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한번 읽기도 귀찮지만, 한 번이라도 읽으면 다시는 읽지 않을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너무도 많았다. 나오자마자 가치가 떨어진다. 나오고 나서 일주일에서 한 달도 지나서 않아 지나간 유행이 된다. 과월호를 읽을 이유가 없다. 광고가 너무 많다. 광고가 중심인지 무엇이 중심인지 구별이 안 간다. TV를 보지 않게 되는 이유와 넷플릭스로 넘어가게 되는 이유. 돈을 냈는데 광고까지 봐야 하는지 짜증이 난다. 재는 체하는 인터뷰들. 가식이 너무 뻔하게 드러나 그들의 가식을 보는 대가로 잡지를 구독했다는 상대적 박탈감. 이러다가 계속 써나갈 것 같아 잡지를 읽지 않은 이유는 여기까지.


 취업을 하고부터는 매년 책을 100~200권씩 읽었다. 소설책과 자기 개발서, 데이터와 관련된 책이 대부분이었다. 데이터 분석과 마케팅을 하다 보니 트렌드에도 민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취업 후 처음 만든 신용카드가 현대카드였다. 눈길을 끈 혜택은 일 년에 12번인가 삼청동에 있던 현대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입장권이었다. 한 달에 한번 이곳에 들러 여러 디자인 책들을 읽었다. 그러다 보니 외국 디자인/건축/인테리어 잡지들에 눈이 갔다. 어느 주말 우연히 집어 들고 읽게 된 잡지가 영문판 매거진 B였다. 시간제한이 없으니 그 잡지가 모여있는 곳에 가서 10권씩 좌석에 가져와 올려두고 읽기 시작했다. 1호부터 읽어나갔다. 유행에 민감한 친구들이 한두 개씩 갖고 있던 브랜드들이 눈에 띄었다. 갑자기 갖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았다. 그다음 날이 다행히 다음 달의 시작이라 또다시 삼청동으로 나섰다. 이틀에 걸쳐 30개가 넘는 매거진 B를 읽었고, 그 수만큼 내 기호가 생겼다. 2016년부터 정기구독을 시작했고, 현대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읽고도 다시 과월호들 사서 읽었다. 최근 89호까지 읽으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기호를 이해하며 이제는 내 기호를 만들어가고 있다.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고, 그 물건이 갖고 싶어 진다. 9년간 일을 하고 퇴사하니 남은 건 매거진 B가 준 기호와 사 모은 제품들이다. 


 매해마다 10권을 발간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인터뷰의 어려움과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이제는 5권씩 내놓고 있다. 정기구독을 하면 하얀 종이봉투를 받아볼 수 있다. 봉투를 열면 이 잡지가 깨질 수 있는 귀중품이라도 되는 듯 뽁뽁이로 둘러싸여 있다. 표지에는 커다란 대문자 B와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얇은 가로선이 그어져 있고 그 뒤로 모호한 사진이 있다. 무엇을 찍은 것인지, 이 브랜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잠시 생각해보는 즐거움이 있다. 뒤표지에 간략한 설명을 읽고 비닐을 뜯고 읽는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서 구성되어 있다. 소비자가 하나의 브랜드를 알게 되고, 그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여러 인터뷰와 설명, 수치 그리고 브랜드의 인터뷰를 통해 보여준다. 사용되는 이미지들은 직관적이라기보다는 다소 거칠어서 작정하고 보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걷다 보게 되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렇게 담아낸 이미지 속 상황을 보면서 여러 상상을 하게 된다. 매 호마다 매거진 B, 브랜드, 소비자의 시선에서 균형 있게 해당 브랜드를 설명하는 잡지다. 소비자의 인터뷰에는 그 브랜드를 좋아했던 이유와 최근에는 사용하지 않는 이유까지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물론 전체적인 흐름은 긍정적이다. 새로운 호를 받아 읽고 책꽂이에 꽂으면 내 기호의 용량도 그만큼 더 확장되는 느낌이다. 과월호도 찾아 읽게 되는, 버려지는 과월호가 없는 브랜드 잡지다. 



매거진 B

가격: ₩11,700 - ₩16,200 (10% 할인 적용가)

크기: 17.0 x 24.0 cm

*1년 발행호가 10권 일 때는 1/2월호 6/7월호가 합본이었고, 좀 더 두꺼웠다. 합본호는 다른 호에 비해 비쌌지만, 이제 한 해에 5권을 내놓게 되면서 가격은 18,000원으로 고정된 듯하다.(10% 할인가 16,200원) 정기구독은 나이스북에서 신청 가능한데, 10% 할인은 동일하다.



매거진 B (Magazine B)

 2011년 창간 이후 라이프스타일, 패션, IT, 도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세계의 ‘균형 잡힌 브랜드’를 선정해 한 호에 하나씩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매거진이다. 광고가 없고, 해당 브랜드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지 않고 한 호에 하나의 브랜드만을 다루는 잡지다. B는 Brand, Balance를 의미한다. 매거진 B에서 소개하는 브랜드들은 분야나 운영 방식에 제한 없이 실용성, 아름다움, 합당한 가격, 고유의 철학이라는 네 가지 축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있다.


매거진 B 홈페이지 https://magazine-b.co.kr/

매거진 B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agazine.b/


#매거진B #magazineb #JOH #잡지 #브랜드 #B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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