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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o Jan 12. 2022

내 안에 숨어있던 클래식을 끌어내 주는 안경

모스콧 렘토쉬 톨토이즈

모스콧 렘토쉬 톨토이즈

 마스크가 생활화되니 안경을 쓰는 나에게는 마스크 위로 뿜어져 나오는 입김에 앞이 뿌예지는 건 늘 있는 일이다. 추운 날 따뜻한 실내로 들어갈 때도 앞이 뿌옇게 된다. 미성년자 출입금지 구역도 아닌데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내 나이에는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이 가득하다는 듯이 앞이 블러 처리된다. 만지지도 않았는데 안경알은 늘 덕지덕지 무언가 묻어 있다. 안경과 안경닦이는 상의와 하의 같아서 하나가 없으면 이상하다. 상의가 없이 하의만 입으면 몸에 자신이 있지 않는 한, 술 취한 아저씨처럼 보인다. 상의를 입고 하의가 없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저건에 맞아 파출소에서 깨어날 것이다. 안경은 있는데 안경닦이가 없으면 금세 안경은 앞이 잘 보이지 않아 그 쓰임새는 사라진다. 물론 나에게는 상의가 있으니 셔츠로 닦아주면 된다. 안경알의 사용기한을 줄이는 행동이지만 안경닦이는 항상 어딘가 사라지고 없으니 최선이다. 안경닦이만 있고 안경은 없으면, 윤곽만 구분하는 맹인이 된다. 코가 높지 않으니 안경은 항상 흘러내려서 쓰게 된다. 안경알의 한가운데로 본 적은 거의 없고 항상 안경알의 윗부분을 통해 안경테가 위에서 처마처럼 가린 체로 앞을 본다. 이렇게까지 말하니 렌즈를 끼면 될 것도 같은데, 한 번에 렌즈를 눈에 넣어본 적도 없고, 렌즈를 며칠 쓰면 안구건조증과 염증이 생기는 연약한 사람이라 안경을 포기할 수 없다.


 안경에 뿌옇게 성애가 낀 사람이나 제대로 닦지 않아 지저분한 사람을 보면 신뢰가 가지 않는다. 두 경우 모두 사람이 맹해 보이기도 하고 자기 관리가 안 되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안경을 30년 넘게 써와서 그런지 두 경우 모두 겪었다. 자주 겪었다. 안경에 스크레치가 많이 가 있다는 건, 안경을 벗을 때 소중하게 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크레치가 많다는 건 안경알의 수명인 6개월을 이미 한참 벗어났다는 것이다. 자린고비처럼 보일 수도 있고, 돈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역시 이 경우에도 자기 관리가 안 되는 사람처럼 보인다. 시력이 좋지 않아 쓰는 안경인데, 그 안경을 안 좋은 상태로 방치하는 것이라 의미 없는 행동을 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영양제를 매일 챙겨 먹는데,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영양제를 챙겨 먹는 사람 같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한강에서 마스크를 쓰지도 않고 조깅하는 사람 같기도 하다. 그 사람이 나다. 남들이 보는 나는 그런 사람이었을 것 같다. 집 앞에 있는 안경점, 안경 할인점, 프랜차이즈 안경점에서 저렴한 안경에 저렴한 안경알을 사니 내 모습은 늘 대충 꾸민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안경까지가 얼굴인 사람이니, 나에게 어울리는 안경과 나를 더 멋져 보이게 하는 안경을 찾아다녔다. 멋진 외모의 안경 쓴 사람을 만나면 그 멋짐이 안경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사람 자체에서 나오는 것인지 가늠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안경 인류라 그랬다. 좀 친한 사람이면 그에게 양해를 구했다. 안경이 참 멋진데, 한번 써봐도 될까요? 동지애의 호소를 하면 그런 부탁에 거의 대부분 흔쾌히 안경을 내어줬다. 안경을 벗는 그 사람이 맹해 보일 때가 대부분이다. 빨리 내 모습을 확인하고 고맙다며 돌려준다. 나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네요. 역시 당신 같은 분이 쓰니 멋진 거였네요. 라며 늘 인사치레로 마무리했다. 갑자기 머리를 파마하거나, 짧게 자르거나, 염색했을 때의 반응처럼 안경을 바꾸면 어딘가 좀 달라 보인다며 알아봐 준다. 예전 게 좋았던 것 같다는 반응에는 드러나지 않을 정도의 화가 난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멋쩍어하며 얼버무린다. 잡스의 무테안경을 쓰자니 너무 따라 하는 듯 보여서 망설여진다. 다행히 언제나 늘 그렇듯 매거진 B가 내 기호를 찾아줬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파파라치 샷에 많이 찍혔던 그 안경, 클래식한 뿔테 안경, 모스콧이다.


 압구정에 있는 ‘모스콧 서울’에 가서 나에게 맞는 치수의 안경을 골랐다. 연예인들이 쓰는 작은 44 사이즈를 쓰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내 얼굴은 작지가 않다. 매장 안은 여느 안경점과 같다. 다양한 모양의 안경을 써볼 수 있었다. 차이는 한 가지, 그 다양한 모양들이 다 멋졌다는 것. 그리고 치수가 다양해 나에게 어울리는 크기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렘토쉬를 사고 싶었는데, 다행히 어울렸다. 직원의 말로는 렘토쉬는 누구에게나 다 어울리는 균형이 잘 잡힌 안경이란다. 매거진 B를 읽고 오길 잘했다. 모스콧하면 렘토쉬, 렘토쉬하면 톨토이즈다. 선글라스가 없으니 선글라스 클립온도 같이 구매했다. 햇살이 뜨거울 때 주머니에서 꺼내 안경테에 달아주면 된다. 이 안경이 다른 안경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미세한 차이의 고급진 균형감이 있다. 균형 잡힌 모양은 내 안의 클래식한 모습을 끌어내 준다.




모스콧 렘토쉬

가격: ₩380,000

크기: 44(Narrow), 46(Average), 48(Wide), 52(Ultra-wide)

색상: 23개




모스콧 (Mascot)

1899년 Hyman Moscot이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와서 맨해튼의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오차드 스트리트에 유모차에 기성품 안경을 판매한 것이 시초다. 100년 이상의 광학 전문 지식을 갖춘 5세대 가족 소유의 뉴욕시 헤리티지 안경 브랜드다. 렘토쉬는 모스콧을 상징하는 클래식한 제품으로 다양한 지식인, 예술가, 작가, 연예인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받고 있다. 


모스콧 한국 홈페이지 https://kr.moscot.com/

모스콧 렘토쉬 https://kr.moscot.com/products/lemtosh?gclid=Cj0KCQiApaXxBRDNARIsAGFdaB8pB2VHsJ9dja1aAhxEOekIB-TY9rIkByAcf6wyttKHnfJuyYLaGngaAtcnEALw_wcB

모스콧 인스타그램 계정 https://www.instagram.com/moscotnyc/

매거진 B 모스콧 편 https://magazine-b.co.kr/product/mosc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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