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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준경 Oct 09. 2017

국범근이 부럽다

미오가 가 닿지 못한 '독자'를 찾은 국범근

"MCN사업자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주류시장이 버리고 포용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었다."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지난해 미디어오늘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했던 말이다. MCN이, 인터넷방송이 왜 '혁신'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을 때 인용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1020을 포용하는 콘텐츠'란 1020의 눈높이에서, 그들을 연구하고 이해하며 만들어낸 취향저격 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크리에이터 도티가 연단에 오를 때마다 "10대는 무한도전보다 제 콘텐츠를 더욱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뉴스는?


MCN을 취재하면서 동시에 '언론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례를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사의 디지털혁신' 취재와 'MCN' 취재는 별건으로 해왔지만 두 영역의 '연결고리'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릴레이인터뷰 네번째로 국범근 쥐픽쳐스 대표를 만났다. 당시 그는 '범근뉴스'라는 이름으로 시사현안을 또래의 대화형식으로 해설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다.


그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쓰고, 최근 쓴 책 'MCN비즈니스와 콘텐츠 에볼루션'(PPL..;;)에도 옮겼다. '좋은 사례'라고 생각했고, 기성언론이 국범근으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잘 정리해서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사를 썼지만, 내게 직접적인 영감을 주지는 않았다. 스스로를 제3자로, 전달자로만 포지셔닝한 것이다.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3924



팔짱만 끼며 지켜보던 중 최근 국범근이 올린 MBC 파업사태를 해설하는 '이슈먹방' 영상을 보게 됐다. 공영방송 이슈는 미디어오늘이 가장 열심히 해오고 가장 잘써온 사안이다. '우리가 가장 잘 만드는걸 너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보자'라고 생각하며 재생되는 영상을 내리며 댓글을 봤다.


"그래서 파업한거래 존나 궁금했는데"

"뉴스로 보기엔 너무 딱딱하고ㅜㅜ 진짜 재미있게 개념채우고 갑니다 감사해요"

"헐 나 파업 왜 하는지도 모르고 mbc가 옛날에 왜 욕먹는지 몰랐는데 정부가 미친놈들이었음 개충격적 ''

" 오 이해 쏙쏙 오짐. 아 라스할 시간이다하고 틀었는데 재방만해서 파업왜함 했는데 ㅇㅈ"

"진짜 개사이다네 1도 몰랐는데"

"진짜 내가 추천하는 분임 진짜 레알 설명 잘해주셔"

"이 사람 설명 진짜 잘해 나 기사내용을 봤을 때는 이해가 안갔는데 이분이 하는 말 듣고 한번에 알게됨"


( 이 댓글들을 읽을 때는 브런치에 글을 쓸 생각이 없었지만, 캡쳐부터했다. 반응이 낯설고 신기해서. 이런 반응만 찾아 골라낼 필요도 없다. 스크롤만 하면 쏟아진다.)


이 콘텐츠는 페이스북 조회수 92만에 달한다. 공유는 3000건이 넘었다.


양적인 지표에서 콘텐츠가 성공해서 대단하다는 게 아니다. 미디어오늘 댓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반응이 저 댓글에 많았기 때문에 부러웠다. 적지 않은 독자들은 1. 파업을 하니 왜 그런지 궁금하긴 했는데 2. 누가 제대로 설명을 안해줘서서 모르고 있었는데 3. 국범근이 설명을 잘 해줘 이제 알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저런 댓글을 쓴 젊은 독자들이 친구 이름을 태그 걸고, 그 친구는 또 퍼나르면서 바이럴을 타는 과정을 거쳐 성공하는 콘텐츠가 됐다.


고민이 들었다.


우리의 콘텐츠는 왜 저들에게 닿지 못했나. 공영방송 문제를 가장 집요하게, 잘 취재하는 곳은 국범근이 아니라 미디어전문지인 미디어오늘인데.


"미디어오늘 들어와서 보세요 정말 이런 거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한 좋은 콘텐츠 많아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왜 그런지 답을 안다. 우리 콘텐츠는 그들의 타임라인에 뜨지도 않는다. 그들에게는 '수요'가 있지만 우리의 '공급'은 동떨어져 있다.


왜 그럴까. 뉴스 기사형식은 저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딱딱하다. 물론, 국범근이 1020이 쓰는 언어를 동원해, 재미있게 영상을 만들기 때문에 주목해야 한다는 결론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 문제가 더 중요할 거다. 우리 콘텐츠는 어렵다. 


어려운 이유는 두가지가 있다고 본다. 첫째, 기사는 분절돼 있어 저런 해설형 콘텐츠가 아닌 경우가 많다. "이거 하나만 보면 이슈 다 이해할거야"라고 유혹하는 해설형 콘텐츠를 우리도 쏟아내면 될 거 같지만 기존 미오독자에게는 '굳이 안 궁금한' 이미 아는 이야기를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새로운 팩트가 안 나오니 '뉴스'라고 하기도 뭐하다.


물론, 우리도 중요 국면 때마다 해설형 콘텐츠를 만든다. 나만 해도 최순실 게이트 언론보도를 한방에 정리해는 해설형 콘텐츠를 만든 적 있다. 나름 많이 읽혔지만 그 콘텐츠는 저들에게는 가 닿지 않았을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범근의 영상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런데 파업이 뭔지는 알지? 아 오키오키. 파업은 일하는 사람들이..."

미디어오늘이 MBC파업 해설 콘텐츠를 만든다면 '파업'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왜 하는건지 당연히 설명하지 않는다. "이 정도는 당연히 이해하고 넘어가겠지"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범근은 파업이 뭔지, 왜 하는 건지부터 설명한다.


PD수첩을 설명하는 방식도 다르다. 당연히 PD수첩이 '과거 레전드 프로그램'이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한다. 우리에게는 황우석 사건을 비롯한 PD수첩의 리즈시절에 대한 집단적인 기억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범근은 "PD수첩은 지금의 '그것이 알고싶다'보다 훨씬 더 빡세게 사회문제를 비판하던 프로그램이었거든"이라고 설명한다. 지금 어린 세대에게 '좋은 시사프로그램'의 대명사는 '그것이 알고싶다'이기 때문에 이렇게 빗대 설명해야 우리가 가진 PD수첩의 이미지와 같은 이미지가 형성된다.


대입을 준비할 때 신문을 열심히 읽으려 해도 경제면에는 눈이 잘 안 갔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매일 읽지 않는 한 흐름을 따라잡기 쉽지 않았다. 지금은 언론의 모든 기사가 경제면처럼 돼 버린 것 같다. 우리는 매일 열심히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생략하고 넘어가는 것이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연일 기사를 쏟아낼수록 그들에게 뉴스는 더 멀어진다. "그럼 우리도 저런 해설형 콘텐츠를 만들어주마!"라는 답을 내기에는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는지 난감해진다. 타깃층을 세분화해 같은 뉴스를 재가공해야 하나? 비용만 막대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근본적인 고민까지도 들었다. 미디어오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저런 댓글이 없다. 이미 이 이슈에 관심 많이 가진 분들이 우리 뉴스를 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사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설명하고 설득하고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하는 걸까. 아니면 어차피 '우리 편'인 사람들에게 '봐봐 우리 말이 맞잖아'라는 주장을 강화해줄만한 콘텐츠만 제공해주는 걸까. 기사와 책에서 레거시미디어에 대고 "10대 취향저격해봐. 안 그럼 망한다고"라고 던졌던 훈수를 내게로 돌리니 난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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