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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영 Jan 29. 2024

5. 14살 영웅에게서 죽음을 만나다

-이지선/지선아, 사랑해-고통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다.

대학 4학년이던 2000년 7월 30일,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오빠와 함께 승용차로 귀가하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 55퍼센트에 3도 화상을 입었다. 한 음주 운전자가 낸 6중 추돌사고였다. 응급실을 향해 달려가는 앰뷸런스 안에서 이지선의 곁을 지키던 오빠는 “살 가망이 없으니 동생에게 작별 인사라도 하라”는 말을 듣는다. 4∼5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중상 환자로 의사들마저 치료를 포기한 상황이었다.      

7개월간의 입원. 11차례의 수술. 끔찍하게 고통스러운 치료. 더 이상 예전의 곱던 얼굴은 찾아볼 수 없고 온몸에 화상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지만 이지선은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다. 남들은 몸이 힘든 만큼 마음도 고생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몸이 아픈 게 힘들었지. 마음은 그리 고통스럽지 않았다고, 사고로 자신의 인생이 끝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때부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이지선. 홈페이지 ‘지선이의 주바라기(http://www.ezsun.net)를 통해 자신의 행복한 일상을 나누면서 우리 사는 세상에 향기의 꽃씨를 퍼뜨리고 있는 그녀는 앞으로 상담심리학을 공부한 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곁에 함께 서고 싶다는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다.     

2003년 희망과 용기의 꽃 이지선의 첫 번째 책 <지선아 사랑해>의 저자소개다. 16년이 지난 현재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에 교수다. 꿈이 이루어졌다.     

고난에서 깨달은 삶의 의미를 세상에 전하고 있는 희망과 용기의 메신저로 한강성심병원 화상환자후원회,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 그리고 재활전문병원 설립을 위한 푸르메재단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한 일간지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 “인생이 동굴이라고 느껴질 때 가장 힘들었던 게 ‘이게 다인가보다, 이게 끝인가보다’ 이런 마음이 절망을 가져다 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멈추지 않아야 하거든요? 그럴 때 스스로 절대로 거기서 끝이라고, 지금 내 모습이 전부라고 단정하지도 말고, 판단하지도 말고, 그냥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조금만 더 움직여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런 시간들을 지나고 와봤더니 분명히 인생이라는 것은, 또 고난이라는 것은 특히나 크리스찬들에게 하나님이 결코 그것을 동굴로 허락하는 게 아니라 분명히 터널일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혹시나 그런 친구들이 옆에 있으면 손 잡아주고, 등 두들겨 가면서 같이 좀 나왔으면 좋겠어요.”라고 밝히고 있다.[출처: 중앙일보- 2017.01.19.]          

 “중환자실에서 있던 36일 동안 18명의 환자가 죽는 걸 밤마다 보면서 옆 커튼 너머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데도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나를 살려두시는 것이라고 느꼈다.”고 하는 이지선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오히려 왜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할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명을 주신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오히려 그로 인해 죽음같은 삶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이지선 교수는 사는 목적을 잃어버리고 맘대로 살아간다면 자기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는 순간에 변할까봐 제일 무섭다고 한다.     

 “인생은 마라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라고 한 사람은 없지만, 어디서 그만둬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런데 그만둘 수는 없었다.” 고통의 삶에서 인간 이지선도 셀수 없이 많은 삶을 포기하고자하는 유혹을 느꼈으리라.      

“2009년 뉴욕 마라톤 당시 모르는 분이 ‘이지선 파이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나를 응원했다. 내가 주저 앉은 모습을 보고 집에서 그걸 만들어 다시 달려 나와 들었다고 했다.”     

한 사람의 응원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 보라!     

이지선 교수는 자신에게 “지선아, 사랑해”라고 말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스스로를 돕는다는 것은 기쁠때나 슬플때나 괴로울때나 자신은 물론 남까지도 변함없이 사랑하는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감히 이지선교수를 우리시대의 영웅이라고 부르기를 서슴치 않는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에서 한 말이다. 인생의 굴레같은 지긋지긋한 내 처지와 배경, 선입견, 남들의 시선이 우리를 두렵고 나약하게 만들어 벗어나지 못하게 하곤 한다.      

만약 스포츠경기를 관람할 때 응원하는 팬들이 없다면, 아무리 열심히 뛰는 선수를 본다해도 세상 심심할 것이다. 음악회나 미술전시회도 마찬가지다. 우리 인생에도 응원의 함성과 지지의 박수가 필수적이다. 인생의 경기는 꼴찌, 1등 할 것 없이 모두 다 박수받아 마땅하다.     

인생은 출구없는 동굴이 아니다. 어둡다고 인생의 터널에서 멈추어 버린다면 우리는 스스로가 만든 동굴에 갇히고 만다.     

우리시대의 영웅 이지선교수에게 힘과 희망을 얻는 이유는 단지 그녀가 살아남았다는 것만은 아니다. ‘내게 일어난 사고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사고였고, 원래 강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당신이라도 극복해 낼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비가 오면 모두가 비를 맞듯이 그냥 그런 일인 것 같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인생에 소나기도 폭우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극복할 수 있는 힘의 근원은 세상을 바꿀 큰 일보다 내 작은 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어야 할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말자! 끝날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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