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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영 Jan 29. 2024

6. 14살 영화에서 죽음을 만나다

- 살아남은 아이/사람답게 슬픔 극복하기

영화 <살아남은 아이>는 자기 자식이 목숨을 걸고 구한 소년과 만나 점차 가까워지며 상실감을 견디던 부부가 아들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18살 아들 은찬이가 죽었다. 아빠는 인테리어가게 사장이다. 아들이 그토록 살리려던 기현이를 아빠도 돕는다. 은찬 아빠와 엄마는 아들의 생명과 맞바꿔 살아남은 기현이에게 극진하다. 기현이 도배사자격증을 취득한다. 부모의 도움없이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 기현이도 이제 혼자 힘으로 살 수 있다. 부모에게서도 받지 못한 보살핌에 결국 양심에 찔려 기현은 은찬이 죽음의 진실을 말한다.

자식이 왕따로 친구들의 폭력에 의해 죽게 된 사실을 안 순간 엄마는 오열한다. 아빠는 참을 수 없는 증오로 기현을 목 졸라 죽이려고 시도하기까지 한다.

살아 남은 기현은 배은망덕 할 수 없었다. 죽음으로 자신의 죄사함을 받겠다는 심정으로 급기야 돌을 안고 강으로 걸어들어간다. 은찬이 엄마는 기현을 살리려 한다. 마지막에 아빠는 둘 다를 건져낸다.     

살아남은 자는 죄인이 아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은찬이는 살아남은 세 사람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을 것 같다. 양심에 거리끼는 상태로 살 수 없었던 기현과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를 보며 죽음의 진실을 차라리 몰랐으면 어땠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무엇으로도 아들을 잃은 슬픔을 위로받을 수 없다. 다만 살아 남은 자를 보듬으면서 살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것이 사람답게 사는게 아닐까? 인간에 대한 기본적 배려가 일상으로 돌아와 슬픔을 극복하는 이유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우리는 누군가에 기대어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코끼리도 슬픔을 알까?”

“에잇, 선생님. 무슨. 동물이 어떻게 슬픔을 알아요? 헤헤 ...”

“아니에요. 선생님. 우리집 강아지 동물병원에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어요.”          

호수 근처에 코끼리 한 마리가 죽어 쓰러져있다. 주위로 수많은 코끼리들이 코를 죽은 코끼리 위에 올린다. 죽은 친구를 보낸 슬픔을 나누는 모습이다. 집단성을 가진 까마귀, 침팬지도 이처럼 슬픔을 느낀다고 한다. 동물이 이럴찐대 사람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아무리 원수지간도 죽음 앞에서는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 실상은 부모상을 당해 3년을 부모의 묘소곁 움막에 거주하며 보냈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는 오히려 ‘효’가 아닌 ‘미련’의 상징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요즘 주변에서 흔히 보는 애도의 모습은 어떠한가? 슬퍼할 겨를도 없이 헤치워지는 장례식장의 분주함은 결혼식장에서 느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세월호사건만해도 너무 오래 끈다고 뭐라 하는 시민도 일부 있었다.     

우리는 남의 슬픔도 나의 이익과 관련이 있을때만 같이 슬퍼해주는 시대에 살고 있지는 않은가! 과연 사심없이 함께 슬픔에 동참하고 위로해줄 수는 없을까?     

오래전 ‘장의차를 보면 하루 종일 재수가 좋다’는 말이 있었다. 주변의 죽음을 함께 오롯이 슬퍼해주던 분위기가 언제였는지 까마득하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말한다.

 “행복은 육체에 유익하지만, 정신력을 강화시키는 것은 슬픔이다”

세상 삶에서 슬픔과 상실은 손바닥의 양면처럼 우리 안에 있다. 슬픔을 이겨낼 때, 진정한 인간 본연의 정신적 성숙이 온다. 사심없이 함께 슬픔의 파도를 뛰어 넘는 것이 진정한 애도가 아닐까 싶다.

어느 부모가 아들을 어이없게 잃고 제정신으로 살 수 있겠는가? 살려내고 싶은게 진실된 바람일것이다. 하지만 죽음은 진실여부를 따지기 전에 어차피 되돌릴 수 없다. 산사람은 또 살아 남아야한다. 정신줄 놓고 멍하니 그저 살기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배려하고존중하며 살아야한다.     

고통의 상황 가운데서도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끝까지 온 힘 다해 사람답게 살아보려고 노력해야한다. 기본적으로 배려를 잃지 않고 살아남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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