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글이 궁금해서 - 상 -

클큐님젤리빈 2021 S/S 문집 인터뷰

by 팀 티티새


우리 넷은 대학교 3학년이다. 지난 1학기에 쓴 희곡과 단편소설로 문집을 만들었는데, 재야가 마이크로폰을 들고 다른 세 명에게 작품 뒤 숨겨진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재야의 글은 써머가 취재에 나섰다.





미오와의 대화

인터뷰어 재야


<꿈꾸지 않는 밤> 시놉시스

❝가까운 미래, 기술의 발달로 시간이 흘러도 신체가 노화되지 않도록 삶을 일시 정지하는 냉동 수면이 가능하게 되었다. 수면 서비스를 신청한 뒤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혜슬과 혜슬의 딸 온. 한때 전 국민의 슈퍼스타였던 전직 아이돌 혜슬은 은퇴 후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하고 물리학자 세연과 결혼하였다. 두 사람은 온을 입양하고 단란한 가정을 이룬 듯했지만, 세연이 우주로 파견을 나가면서 혜슬과 온은 지구에 남겨진다. 곧 돌아올 줄 알았던 세연은 우주에서 실종되고, 뒤늦게 세연의 메시지가 지구로 전해진다. 20년 가까이 세연을 기다렸던 혜슬은 계속 기다리기로 결심하고 냉동 수면을 선택하고, 또 다른 이별을 앞두고 온과 대화를 나눈다.❞


-<꿈꾸지 않는 밤>을 읽으면서, 발달한 기술이 내가 살아가기에 조금 더 나은 세계를 기다릴 수 있게 하는 방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게 좋았어요!

그렇게 느껴진다니 다행이에요! 과학과 기술이 반인류적이라는 편견은 sf덕후로써 늘 마음이 아파요. 그래서 sf를 쓸 때면 유독 더 휴머니즘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 <꿈꾸지 않는 밤> 세연이 지구로 돌아와 혜슬을 만난다면, 가장 먼저 알려주고 싶어 할 우주의 부분은 무엇일까요? 혹은, 미오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우주의 모습이 있을까요?

이건 어쩌면 확장될 이야기에 대한 스포일러인데, 세연은 지구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삶의 방식과 태도를 가지고 돌아왔을 겁니다. 저 또한 우주에서 마주하게 된 시각적인 풍경보다는 우주에서 했던 생각들을 들려줄 거 같네요.


<건널목 교차로> 시놉시스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어도 평생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약속을 통해 부부가 된 윤정과 지원. 윤정의 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평화로운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의 일상에 변화가 생긴다. 윤정은 이혼한 언니의 외동딸 서율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고, 서율은 ‘이모의 아내’라는 지원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모두에게 어색하고 낯선 상황 속에서, 세 사람은 가족, 정체성, 트라우마 등 잊고 지냈던 문제들을 다시 짚어보고 대화하게 된다.❞


- <건널목 교차로>에서, 지원-도연은 서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으로서 공감, 연대감을 느끼는데 <꿈꾸지 않는 밤>의 혜슬-온의 관계의 경우에도, 온은 혜슬에게 엄마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음과 동시에 엄마를 한 개인으로서 지지하고 있기도 하다고 느꼈어요. 경험과 시간들이 교차하고, 겹쳐지는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더해진다'라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는데, 작가인 미오는 이 글을 적으면서 특별히 떠오른 순간이나 사람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건널목 교차로는 언니가 신혼여행을 떠나면서 저에게 맡긴 고양이를 보며 떠올린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에 고양이별로 돌아간 오름이라는 친구예요. 건널목 교차로에는 법 제도 안에서 가족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양육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거라고 쉽게 단정하고 살아오던 인물들이 나옵니다. 오름이의 존재가 저에게 인간관계나 책임에 대한 단정을 성급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걸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 공연으로 올릴 때, <꿈꾸지 않는 밤> 마지막에 나오는 타이틀곡이 실제로 구현이 되었나요?! 미오가 가사를 쓰면서 생각한 곡의 분위기나 레퍼런스가 있다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수업 발표 때는 샤이니의 <초록비>를 개사해서 뮤지컬 배우를 지망하는 제 친구가 직접 부르고 녹음해주었습니다. 같이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도 다양한 걸그룹 노래를 추천해 주었는데, ses와 소녀시대 f(x)등 sm 걸그룹의 노래가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 <건널목 교차로>는 제목이 먼저였나요 글이 먼저였나요? 읽고서 제목이 정말 절묘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야기가 먼저였습니다. 제목이 좋다는 피드백이 많았고, 개인적으로도 참 마음에 드는 제목이에요. 이야기의 대과거에 서율 엄마의 교통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나기 쉬운, 운전자가 긴장하게 되는 상황을 떠올리다가 정하게 된 제목입니다.


- <건널목 교차로>의 지원은 자신에 대해, '아마도 그때 이후로 내가 하나도 안 컸나 봐'라고 했지만, 마음은 그대로라 해도 당시와는 다르게 대처를 하고 있잖아요?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확신을 가지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글 읽으면서 그런 것이 사람의 발전, 성장 같다고 느꼈어요!

저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지요. 본인은 느끼지 못하지만 돌아보면 성장해 있는 인물을 참 좋아합니다. <건널목 교차로>의 인물들 모두 그런 사람들입니다.




파인과의 대화

인터뷰어 재야


<독실한 기독교 학교 퀴어동아리> 시놉시스

❝따사로운 4월의 교정, 그 안에 작지만 시끄러운 동아리실. 유주훈, 강 은, 우시연은 C대 퀴어동아리 ‘WE’ 소속 3학년이고 차은비는 2학년이다. 주훈은 창립 부장이고, 독실한 기독교 대학교인 C대에서 WE는 여러 가지 난항을 겪고 있다. 그 와중에 수뇌부를 맡고 있던 강 은은 채플 시간에 주훈을 동아리실로 불러 WE에서 탈퇴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한다. 그는 시연과의 앙숙 관계뿐만 아니라 매번 여기저기서 방해받는 일에 지쳤다고 말하지만 진실은 따로 있다. 사랑의 큐피드 은비는 선배인 은에게 도발해 사실 은이 시연을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털어놓게 만든다. 꺄!❞


- <독실한 기독교 학교 퀴어동아리> 은은 시연의 어느 부분을 좋아하는 걸까요? 혹은 반한 순간이 있었던 걸까요?!

잘 모르겠다, 그냥 반했다! 가 답일 거예요. ‘우시연’은 다소 천방지축에 도덕적으로 틀릴 때도 많지만 매력적인 사람이고 ‘강 은’은 지식은 풍부하지만 어딘가 답답한 부분이 있는 타입입니다. 시연은 외모라든지 시원시원한 성격 때문에 어느 집단에 있든 눈에 띄고 트러블메이커가 되기도 해요. 이 동아리에서 가장 목표 지향적인 은에게는 시연의 이상한 말버릇이며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이 자꾸 마음에 걸렸을 것 같아요. 눈에 밟히고, 신경 쓰이고, 그러다가.

강 은은 네 인물(은, 주훈, 은비, 시연) 중에서 가장 올곧고 순정파이기 때문에 꺾일 것 같으면 반대로 꺾어버리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동아리 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 <독실한 기독교 학교 퀴어동아리> 속의 유머 코드들이 유쾌하고 좋았어요. 전에도 말했지만 '여자들끼리 할 말이에요. 선배는 젠더퀴어잖아요.' 여기도 정말 재미있었고... 전혀 마음이 상하지 않는 방식으로, 아는 사람들끼리 통용되는 유머 코드를 만드는 거 너무 재미있고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제가 워낙 시트콤을 좋아하기도 하고… 실없는 농담을 즐기며 살아서 <독퀴동> 쓸 때 할 말이 많았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누구든 다 웃을 수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차은비의 “여자들끼리 할 말이에요. 선배는 젠더퀴어잖아요.”는 주훈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동시에 부장의 권위를 깡그리 무시하는 게 포인트예요.


<복숭아 녹차 커튼콜> 시놉시스

이나와 승연은 헤어진 사이. 둘은 졸업식 중에 몰래 빠져나와 비밀연애의 증거가 남은 기숙사 커튼을 바꿔 달려고 한다. 그러나 커튼은 쉽게 빠지지 않고 결국 커튼레일까지 뜯어 커튼을 빼고 새로 단다. (이 모든 과정은 아무도 모르게 이루어진다) 불청객은 계속 오고 이나가 가져온 커튼은 너무 얇은 여름 천이지만 그들은 조잡하게나마 해낸다.❞


- <복숭아 녹차 커튼콜>에서 승연이 이나에게 하는 대사 중에 '나는 너 멋대로인 거 때문에 좋아했어.'가 있잖아요. 승연은 이나가 멋대로인 것 때문에 좋아했다면, 이나는 승연이 그런 말을 그런 방식으로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좋아한 거라는... 캐해석을 저는 해보았어요.

네. 맞아요. 이나는 승연이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기에 좋아했어요.


- (두 개 글 통틀어) 특별히 마음에 드는 인물이 있을까요?

주훈이요. 하찮고 귀여워가지고. 매달릴지언정 이유를 들어보려고 하고요.


- 저는 <복숭아 녹차 커튼콜> 이나가 여름용 커튼 들고 온 이유가 있다면 1. 커튼 고르는데 큰 고민을 하지 않았고 2. 겨울용 커튼은 들고 오기에 무거우니까 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런 이유들과 별개로 또 생각난 건, 여름용 커튼이면... 더 이상 그 방 쓰는 애들은 승연이랑 이나가 이용했던 것처럼 커튼 뒷면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거였어요. 이제 그 방은 증거를 남길 수 없는 공간이 된.

이나가 여름 커튼 들고 온 건 바보여서예요. 너무 좋은 속편의 단서를 생각해주셨군요! 비슷한 결의 이야기를 교수님과 나눴었어요. 교수님이 “결국 커튼 못 뗐으면 좋겠다.”라고 하셔서 이유를 물어보니 “역사가 사라지는 거고, 다음 애들이 이 사랑의 흔적을 볼 수 없어서, 어쩌면 그들이 위안받을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가니까.”라고 하셨거든요? 인상적인 말이었어요. 근데 저는 그래도 떼야 된다고 고집부렸어요. 아무튼.

여름 커튼, 그것도 테이프로 대충 붙인 커튼으로 바꿔치기해 두었지만 기숙사 안에서 또 감정이 피어나겠죠? 증거를 못 남길 뿐이지…


- <복숭아 녹차 커튼콜> 승연과 이나는 증거를 지우러 온 것이었는데, 글을 읽으면서 증거란 늘 남게 되는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복숭아 녹차 그냥 매점 아줌마한테 우연히 받은 거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우연히 만난 것들까지도 다 그 순간의 증거가 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복숭아 녹차가 이 날의 증거로 남는 것 같은.

그러게요! 승연이 호의로 건넨 복숭아 녹차는 둘의 마지막을 지켜본 증거물로 남아버렸어요. 복숭아 녹차가 목격자네요. <복숭아 녹차 목격자>로 할 걸 그랬나 후회되네요.


- <복숭아 녹차 커튼콜> 공연 때 승연은 빈티지 백을 패션으로 소비하고 그렇게까지 물건에 과거에 엮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앞 질문에 이어서 특정한 물건이나 사건이 의미를 갖게 되는 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궁금한 것이 있는데 파인이 요즘 가장 좋아하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가벼운 이유여도 좋아요.)

사실 승연이 빈티지 백 소비 등 과거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건 연출님의 해석이라서, 제 생각은 좀 달라요. 승연은 과거를 좋아해요. 낭만화하고. 하지만 발걸음을 쉽게 떼는 사람이에요. 뒷맛이 안 남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이나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 하나도 버리지 않고 나중에 꺼내보고 씩 웃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래서 이나의 마음을 더 헤집는 사람.

요즘 제가 좋아하는 것은 제 애플워치3? 기종까지 말하는 이유는 훗날에 이 인터뷰 보고 추억되라고 그러는 거예요. 그냥… 손목에 차면 조금 멋있는 사람이 되는 기분에 빠집니다. 정말 착각일 뿐인 그 기분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