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재산은 오직 '자신'뿐이었으나 갈수록 막막한 고생이었다. 이제 이 '자신'이 똑바로 섰다. 한눈팔지 말고 나는 내 일을 밀고 나가자. 그 길 밖에 없다. 이 순간부터 막막한 생각이 무너지고 진실로 희망에 가득 차다. -「김환기의 뉴욕일기 」 환기미술관, 2019
수많은 점으로 빼곡히 채워진 그의 그림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압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만히 작품을 바라보는데 울컥함이 올라왔다. 왜였을까.
그의 일기에 쓰인 것처럼, 자신을 향한 의심 속에서도 수없이 스스로를 믿으려 노력하고, 본인만의 길을 가려고 부단히 다짐했던 모습이 눈에 그려져서일까. '세계적이려면 민족적이어야 한다'라고 믿으며, 점을 찍는 과정이 그에게는 하나의 수련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꿈은 무한하고 세월은 모자라고
'곧 쓰러질 것만 같다. 어찌하여 이렇게 빨리 노쇠하는 것일까.'
《김환기의 뉴욕일기》 후반부엔 '간신히', '고단하다'와 같은 말이 많이 나온다. 간신히 집에 들어오다. 간신히 끝내다. 건강이 말을 안 듣는다.
어떠한 상황이어도 그는 그림을 그렸다. 심지어 예상치 못한 죽음을 앞두고도. 평생 어떤 하나에 몸과 마음을 바치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상상이 가질 않는다.
#김향안의 존재
사람 '김향안'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이상의 아내', '김환기의 아내'로 많이 불리고 있는데, 그렇게 축소하기엔 너무나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서.
에드워드 호퍼에게 조세핀이 그러하였듯이, 김환기의 작품을 널리 알리는 데 김향안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예술이란 '나만이 할 수 있는 세계'를 창조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과정에서 사랑이 없다면 너무나도 고독한 일일 것이다. '사랑'은 하나의 역할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역할로 변모할 수 있다. 친구로, 동지로, 지지자로, 매니저로. 갈수록 사랑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 전시 기간 : - 2023.09.10.
- 장소 : 호암미술관
- 예약 방법 : 온라인 예약
- 비용 : 14,000원
* 전시를 보기 전 혹은 보고 난 후에 《김환기의 뉴욕일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책을 읽으면 더 풍부하게 전시를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