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세이
[별과 나]
약속한 날 어김없이
그 자리에 있어 주어서
멀고 먼 여행길 내 곁으로
돌아와 주어서
나 가는 곳 어디든
함께 걸어 주어서
잠시 잊었다가도
내가 '나'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변함없는 체온으로 날
바라봐 주어서
나 홀로 슬플 때 가만히
말 걸어 주어서
울고 싶은 날이면 말없이
돌아 앉아 주어서
몹시 미워졌던 나를
다시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맑은 눈빛 건네주어서
내 안이 초롱하게
빛날 수 있었습니다
essay
아주 어려서 두메산골 외갓집 마당 모깃불 옆 멍석에 누워 바라본 별들이 있었다.
어찌나 많았던지 방금이라도 쏟아질 듯한 별무리 사이로 별똥별이 휙 떨어지곤 했었다.
소원을 빌어야 한다고 해서 장난감 총을 사달라고 빌다가 잠이 들었던가.
그 별밤의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까까머리 사춘기 시절 첫사랑 소녀와 함께 도서관을 나올 때 걷던 둑방길의 별들은 몹시 아름다웠다.
여자친구에게 멋지게 보이려고 별자리와 신화를 외우려고 했는데,
몇 개 외우기도 전에 진학을 하면서 짠한 추억만 남게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나의 별이 생겼다.
연애를 하면서 거닐던 새벽의 별밤도 기억한다.
그 별들 중 가장 어여쁘게 빛나던 두 개의 별이 지상으로 내려와 우리의 아이들이 되어 주었다.
지금도 환한 미소로 선하게 빛나는...
세파에 시달리다 만난 별들에게는 술에 취해 삿대질을 했던가, 원망을 늘어놓았던가.
그러다가 한동안 별을 잊고 살았다.
삶은 정신이 없었고, 도시의 밤은 하늘 보다 땅이 더 번쩍거렸고, 별들은 마음을 놓치고 사는 내가 얄미워 매캐한 밤하늘 어딘가로 숨었을 것이다.
별들도 수명이 있다는 것을 학창 시절 수업시간에 배웠다지만, 백 년을 못 사는 내가 걱정할 수명이 아니라는 것을 지리산 밤하늘 아래 깃들어 살면서 알게 되었다. 수십 년이 지나도 별들은 나를 알아보고 있는 걸까?
문명의 환한 불빛에 미명의 밤하늘로 숨어든 작은 별들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별들은 언제나 약속한 날에 제자리를 지켜 주었고, 여전히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고...
변함없는 별하늘을 보면서 나를 볼 수 있었다.
변해가는 나와, 변하지 않는 나도 볼 수 있었으니 모두 별밤이 기억했다가 돌려준 '어린 마음' 덕분이리라.
살아보니, 내 곁에 별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누군가 단 한 사람에게 만이라도 별 같은 사람인 적이 있었던가? 부끄럽기가 한이 없다.
겨울밤에는 나의 별, 오리온 세 별이 나란히 동쪽 하늘을 산책한다.
그곳이 동쪽임을 알고 나의 중심을 다시 잡아 본다.
#별 #별밤
Image,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