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트
[슬픔으로 슬픔을]
겉옷 벗어 건네면
널 위로할 수 있을까
시린 어깨라도 덮어 보라고
간당이는 외등 하나 바람에
파랗게 얼어가는 밤
바람이 가고 나면,
아직 바람 불어도 우리
한 뼘 햇살 내린 식탁에 앉아
가진 것을 수줍게 나누어 보자
가진 것들 중에서 가장 못난 것을 꺼내
실망으로 실망해 주며
마주 손 잡고 어깨를 들썩이다
마음 풀리면
입술 아래 숨어있던 하얀 치아를 꺼내
흠뻑 젖은 꽃화분을 닦아주자
너의 떨림에 떨며
너의 결에 내 결을 얹어
물결이, 씩씩해진 우리 슬픔이
좁은 항아리 밖으로
철철 넘쳐서 흐르도록
내 슬픔 아낀 이유
네 눈물을 만나려
그리하여 미루어둔 내 아픔을
씻어 보내려
슬픔으로 슬픔을 덜어낼 수 있기에
note
너의 슬픔을 내 풍족한 마음 한 조각을 나누어 달래어 줄 수 있을까?
나의 상쾌하게 잘 마른 안온한 기쁨을 가져다가 자꾸 터져 나오는 너의 슬픈 구멍을 막아 보라고.
슬픔은 슬픈 마음으로만 덜어낼 수 있는 것.
소리굽쇠처럼 함께 울 때 너의 슬픔이 나의 슬픔의 파동을 건드리고,
공명된 나의 파동이 너의 파동과 같은 결로 흘러,
급기야 우리의 슬픔이 마음 속 작은 항아리를 넘쳐 흐를 때.
너의 슬픔을 토닥이다가 묵혀둔 나의 그것을 돌아보게 되니까.
슬퍼할 일이 많은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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