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정류장]
꽁꽁 언 손 끼워 넣은
야윈 허벅지 사이로
지팡이만도 제 구실 못하는
허리춤으로도
허하게 찬바람 들락이는데
가방도 아닌 보따리엔
무엇이 들었기에
애써 묶은 매듭
풀러 내고 들여다 보고
다시 묶고, 해지도록
다시 풀고 묶고
구부려 앉은 고목 등
낡은 겉옷 보풀에
차마 떨쳐내지 못한
마른 잎이,
물기 빠진 인연들이
매달려 있다
이 바람은
어디로부터 불어와
흙먼지를 안고
또 어디로 가는 것일까
* * *
얼마나 오래 기다린 걸까
버스는 오지 않고
버스는 빨리 오지 않고
뉘엿뉘엿한 기억 속으로
어두운 바람은 우우 우는데
막차 놓칠세라 노심초사
지팡이는 저 홀로 서 있는데
note
해가 저물어 가는데 할머니 한 분이 버스를 기다리신다.
며칠 사이 기온이 뚝 떨어져 산그늘 아랫길은 오싹 춥고,
세찬 바람에 마른 낙엽이 이리저리 쓸려 다니고 있었다.
이 시간에 마실을 나갈 일은 없을 테고, 아들집에 왔다가 귀가하시는 건지...
버스 시간은 맞추어 기다리고 계신 건지, 빈 버스가 휭 지나쳐 가지는 않을지,
낡은 카디건이 허술해 보인다.
저만치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
할머니가 떠나시고 난 빈 정거장이 쓸쓸하다.
쓸쓸한데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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