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詩

시&노트

by 여상

[어려운 詩]

- A 詩人에게

저기 동구 밖 재 너머에
반달이 뜨고
반달 그릇에서 쏟아진 별들이
어지러이 흔들립니다
밤이 깊어 갈수록
별은 더 쏟아져 내리고
근심이 많아진 나는 오락가락
마당을 서성입니다

A 선생,
오늘 밤은 출출해서
시를 한 사발이나 먹었습니다
한 사발 먹은 시가
이빨에 끼이기도 해서
습습거리다 보니
입안이 쓰고
잇몸이 곪아 갑니다

어제 먹은 것까지 올려
소처럼 되새김질 해보아도
좀체 소화가 되지 않는 말들은,
부러지지 않는 문장들은 뱉어
그대로 처마 밑에
매달아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처마 밑에는 무청 시래기가 말라 가고
꾸덕해진 코다리가 서너 마리 걸려 있고
매달아 둔 문장들은 오래 두어도
당최 익지를 않습니다


달은 중천으로 멀어지는데
다리를 떨고 앉았다가
속이 허전해지기 전에 그만
머리를 눕히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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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알쏭달쏭 오리무중 어려운 시집을 읽는다.


문장 하나하나를 꼭꼭 씹어 먹는다고 詩人이 남긴 뜻을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떤 행간은 별하늘만큼이나 까마득하다.


말로 별을 지어 하얀 종이 위에 뿌리고 나면,

이제 그 하늘과 별들은 詩人만의 것도 아니니 마음껏 항해를 해도 좋겠다.

헤매다가 만난 별들에 이름표를 달아주는 것은 방랑자의 몫이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씹히지 않는 문장은 굳이 삼키려 하지 말고 장항아리 뚜껑처럼 덮어두어도 좋을 것이다.

분해되지 않는 문장은 그 형상으로 남아 있어야 할 필연이 있을 것이니, 모양 그대로, 소리 그대로 놓아둔다.

혹시나 어느 날 문득 눈치가 일어 다시 열어 보면, 덮어두었던 문장이 잘 익어 제맛이 들어 있을 수도 있겠다.

詩人이 짓궂게도 뜻을 하나로 정해 놓지 않았다면, 숙성된 맛은 각자의 입맛이어도 좋을 것이다.


난해한 시집을 탈탈 털어 읽은 날은 더부룩 소화가 안 된다.

소화가 안 되는데도 속이 허전하다.

허전하게 부른 배를 안고 잠자리에 누워, 주렁주렁 문장이 걸린 천정을 헤아리다가

어느새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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