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생각과 감동을 동시에 주는 책
깊은 생각과 감동을 동시에 주는 책
채사장의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죽음 가까이에 도달한 먼 미래의 나의 목소리에, 최후의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는 나의 목소리에.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주어진 인생 전체를 충분히 경험하고 마지막에 이르러 비로소 지혜로워진 입으로, 지금 젊음에 휘둘리고 있는 나에게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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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생각하고는 한다. 내가 죽기 바로 직전에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내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한치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상상하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바라고 싶다. 죽기 직전 내 인생을 곱씹어 보는 그 순간에, 결코 부끄럽거나 후회스러운 인생이 아니기를. 후회스러운 일은 있어도 그런 인생은 아니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후회되지 않는 인생을 사는 건 어떻게 보면 모든 이들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라고 볼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사적인 느낌이 드는 걸까? 나만이 사유할 수 있는 것 같은 벅차오름의 근원은 어디일까? 아마도, 죽기 직전에 결정지어지게 되는 '인생의 품질'이 온전히 나만이 알 수 있고, 나만이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내 인생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인물들이 존재하겠지만 결국에 살아가는 건 나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가지는 감정이지만 절대적으로 혼자만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죽기 직전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할까? 나는 이 질문을 개인적 소망에 기댈 수밖에 없다.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것'을 상상할 수밖에 없다. 그럼 결국 그 질문의 답을 구하는 것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가 아닐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나에게 행복을 주는지, 미래의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인지. 본인이 지금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죽기 직전의 나는 지금 사는 방식대로 살라고 조언해줄 것임이 틀림없다. 너무나도 행복한 지금의 나에게 미래의 내가 그 행복을 져버리고 다른 길을 가르쳐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계의 선후 관계를 상정하고 마음을 놓는다. 나와 독립해서 홀로 존재하는 세계는 나에게 경험되지 않는다. 세계는 자아와 독립된 실체가 아니다. 세계는 언제나 자아라는 그릇에 담긴다.
238page
우리는 결코 세계에 잡아먹힐 필요가 없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만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결코 세계에 뒤지지 않는다. 우리가 존재하기에 세계라는 개념도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없다면 세계도 없다. 우리는 흔히 세계에 내던져졌다고 말하고 나도 그렇게 말해왔지만, 이 책을 읽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와 '나의 그릇' 위에 담기는 세계는 다르다. 내가 바라보는 세계는 그릇 위에 담긴 '나의 세계'다. 그러니 세계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내 그릇 위에 담길 세계를 두려워한다는 건 내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 전반을 두려워한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두려워하지 않으려 한다.
관계에 대한 좋은 글도 이 책에는 다수 있다. 게 중에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헤어짐'에 대한 글이었다. 이는 인생 전반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헤어짐에 대한 글이다. 우리는 인생 속에서 헤어지길 원치 않는 관계를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이별을 두려워하며 슬퍼한다. 하지만 저자는 헤어짐은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왜냐, 우리는 떨어져 있어도 내 안에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두려워하고 있는 헤어짐은 육체적으로는 이별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같이 있는 것 아닐까? 우리가 그토록 헤어짐을 두려워하고 슬퍼하는 관계라면, 우리는 결코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인생과 관계들 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하나의 길을 제시한 책이다.
헤어짐을 두려워하는 나의 모든 관계들은 내 가슴속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며, 언젠가 만나게 될 것이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