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이 고골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환상의 향연

by 책 읽는 호랭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환상의 향연

니콜라이 고골의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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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작가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고골의 <외투>는 잘 알고 있었다. 워낙 그 명성이 뛰어나기도 하거니와 재미 역시 출중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외투>는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의 삶을 유머러스하면서도 극도로 비참하게 풀어낸다. 유머와 비참은 뭔가 상반되는 것 같지만, 고골은 그것들의 시너지를 너무나도 잘 활용해낸다. 그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극히 사회비판적인 이 단편에서 갑자기 유령이라니?' 과도한 사회비판 메세지에 작품이 너무 딱딱해질까를 우려해 일부러 유령이라는 존재를 작품에 투입한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속 5개의 단편을 모두 읽어 보면, <외투>에서 나온 유령의 의도를 어림짐작할 수 있다. 이 단편집은 <코>, <외투>, <광인 일기>, <초상화>, <네프스끼 거리>로 총 5편이 수록돼 있다. 8급 관리의 코가 잘려 안절부절못하는 이야기를 담은 <코>는 어떻게 보면 <외투>보다 더 환상적이다. 떨어져 나간 코가 고급 관리로 위장해 다니질 않나, 잘려나간 코가 다시 붙질 않나. 첫 작품인 이 단편을 읽고서는 고골의 작품에서 환상적 요소들이 의미하는 바를 유추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현실을 넘어선 환상의 존재를 통해 현실을 극도로 조명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코를 잃고 여자와 관계를 끊길 것 같아 조마조마하는 인물과 고급 관리로 변장한 코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는 점들을 미루어 보았을 때, 당시 러시아 시대의 관리 체계를 비판함은 확실한 것처럼 보인다.


이어지는 <광인 일기> 역시 관리의 허영을 있는 그대로 비판한다. 이 작품은 고급 관리의 딸을 향한 사랑에 실패한 하급 관리의 이야기인데, 이 역시 관리의 상하관계에 의한 우열을 비판함은 확실하고, 천대받는 하급 관리에 대한 호소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시를 당하자, 광인이 되어버린 그를 보고, 왠지 우스꽝스럽게 묘사된 그를 보고, 이걸 마냥 200년 전만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겠구나 하며 씁쓸함을 삼키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작품인 <초상화>가 유일하게 관리를 직접 비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물질을 지나치게 탐해 몰락해버린 화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질을 탐하게 되는 과정에서 여지없이 환상적 요소가 등장하지만, 중요한 것은 별로 취급받지 못하는 화가였던 이가, 부자가 되자마자 '느낌 있는' 작가로 부상하게 되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하면 낙서고, 유명인이 하면 사인 혹은 작품이 되는 모순점을 꼬집은 게 아닐까. 그림은 똑같은데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 혹은 상태에 따라 그림을 다르게 바라보게 되는 그 현상을 말이다. 이게 모순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우리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니까.


마지막 작품인 <네프스끼 거리>는 넵스키가 배경인 고골의 모든 작품을 정리하는 듯한 작품이다. 러시아의 문화 중심지라고 불리는 페테르부르크가 얼마나 허상이 가득한 도시인지, 허영만 가득한 곳인지 낱낱이 드러낸다. 온갖 계층과 계급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도시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속물들을 하나하나 꼬집는다. 그 특징들을 화가와 장교를 통해 풀어내는데, 계급을 앞세운 명예와 권력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간접 체험하게 해 준다.


고골은 <외투>라는 작품 하나만으로도 작가의 특성을 어림짐작할 수 있는 뛰어난 작가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의 작품관을 이해하기 위해선, 더 나아가 <외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작품을 여럿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에게 참 도움이 되는 책인 것 같다. <외투>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을뿐더러, 고골의 작품을 여럿 접할 수 있게 해 준 책이니까. 러시아 문학을 사랑하는 이라면 단연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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