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싱어 『실천윤리학』

윤리적 사고의 확장과 그 실천의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끼다

by 책 읽는 호랭이
KakaoTalk_20221224_123815861.jpg



윤리가 보편적인 관점을 취한다는 말의 의미는 윤리적인 판단을 할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좋음과 나쁨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윤리적 관점에서 볼 때, 사기를 쳐서 이익을 얻는 자가 나이고 잃는 자가 너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윤리는 '나'와 '너'를 넘어서서 보편적인 법칙, 보편화 가능한 판단, 불편부당한 관망자 혹은 이상적인 관찰자의 입장, 그것을 무엇이라 부르든 간에, 그러한 관점으로 나아갈 것을 요구한다.




윤리학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로는 '인간의 행위에 대한 도덕적인 가치판단과 규범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자고로 학문이란, 모든 이들로 하여금 보편타당한 요소가 있어야 그것이 학문으로 널리 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윤리라는 개념을 골똘히 생각해 보면, 보편의 측면보다는 개인화/주관적 측면에 많이 치우쳐져 '보편타당한 윤리'보다는 '개인의 윤리'로 많이 삶에 녹여져 있다.



윤리적 판단과 그 실천이라는 것에 있어서, 학문이란 개념을 붙이는 것이 보는 것처럼 쉬워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피터 싱어는 윤리라는 뻘에서 보편성이라는 바늘을 찾고자 노력한다. 수억 명에게 존재하는 수억 가지의 윤리 속에서 보편성을 찾으려는 것이다.



동물, 수정란, 태아, 인간에 대한 살생의 윤리적 문제와 빈부, 기후, 환경 등 각각의 윤리적 핵심 카테고리에 대한 본인의 주장을 피력한다. 이 주장을 피력하는 과정은 대중들이 해당 주제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거론한 뒤, 조목조목 반박해 자신의 관점을 주장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인식의 반박이라는 과정 속에서 미시적인 예시들을 거론해 반박해 주장을 정당화하는 과정이 다소 설득력 있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대중이 가진 윤리적이지 않은 일반적 보편 인식을 윤리적 보편 인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대중으로 하여금 결코 일반적 보편 인식이 쉽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피터 싱어의 주장을 전혀 흡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훌륭한 독서 시간이 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읽는 것도 고역에 가까웠다. 하지만, 윤리적 시각의 확장에 있어서는 확실히 소득이 있는 독서였다. 내가 비록 그 (저자로 하여금) 보편타당한 윤리적 시각을 내 개인적 윤리의 자리로 들이지 않더라도, 그런 시각 자체를 접했다는 것만으로도 모종의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철학보다 어려운 게 윤리가 아닐까 싶다. 사실, 그 둘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으나, 삶 그 자체에 몰입하면 되는 철학에 비해 윤리란 무언가 더 디테일하고 촘촘한 느낌이 들고, 일종의 행동 강령 같아서 다소 받아들이기 거북하다.



윤리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에 이견이 없음에도, 뭔가 윤리라는 개념을 나는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나는 매우 이기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타인을 향하고 있는 윤리라는 개념이 내 삶의 기조와는 방향이 달라 난 굳이 윤리적인 사람일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읽고도 크게 그 생각이 바뀌진 않았다.



나는 이 책으로 하여금 '왜 윤리적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결코 얻지 못했다. 다음에 읽었을 때는 그 답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야모토 테루 『환상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