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추월차선 완결판
각본탈출 (Unscripted) 은 배제(排除)와 파문(破門)을 통해 스스로 자유를 쟁취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미니멀리즘이나 웨이터들에게 팁도 안 주는 구두쇠짓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각본에서 탈출한 기업가들은 필요가 아닌 선택에 따라 잘 산다. '잘 (Well)'이라는 말은 당신이 원하는 것-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을 가리킨다.
놀라운 사실. 이 책을 고르는 순간부터 완독한 순간인 지금까지 나는 『부의 추월차선』을 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몇 년 전에 읽었으니, 그때 어떤 서평을 썼는지 찾아보려는데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읽질 않았으니 서평도 없는 게 당연한 것. 아마 추측건대 『백만장자 시크릿』과 약간 혼동한 게 아닌가 싶다. 따라서, 『부의 추월차선』을 읽지 않은 채로 그 완결판을 읽은 셈인데,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기대하는 수밖에.
간혹가다 우리는 사회적 성공을 거둔 몇몇의 인물들에게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인간미가 없다' 등. 역설적이게도 자타공인 성공을 이룬 대부분의 인물들은 엄청난 몽상가이며, 현실의 레일을 그 누구보다 벗어나고자 했다. 아마 '지나치게 현실적'이라는 형용사는 '현실을 직조하는 능력'을 다소 부정적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부자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의 수가 몇만 배 더 많은 이상, 현실을 초월해야 한다는 점은 꽤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보인다. 남들이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살아서 남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마음은 똑같은 일을 하면서 돈을 더 많이 받겠다는 것과 같은 부조리한 요구이며, 삶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패배자적 마인드라고 나는 정의한다.
저자는 그러한 점을 명확하고 뚜렷하게, 직설적으로 서술한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정이 담긴 말과 공감의 문장을 원한다면 이 책은 그런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따가운 채찍을 맞고 정신을 차리고 싶은 사람에게, 삶을 이끌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다.
기본적으로 기업가적 마인드를 설명하기 때문에, 개인 사업을 하고 있거나 기업가를 꿈꾸는 이에게는 더 와닿음과 동시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아직 사업을 하고 있지도 않고, 기업가를 명확히 내 꿈으로 설정하진 않았기에 가슴이 울릴 정도의 동요가 있진 않았으나, 삶이라는 보이지 않는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내 확신을 강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저자가 말하는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타기 위해 각본을 탈출하는 기업가가 되기 위한 세부 지침은 책을 읽을 미래의 독자들에게 맡겨두고, 나는 꽤 인상 깊었던 포인트들에 대한 감상을 남기고자 한다.
'선택'에 대한 저자의 관점과 서술들이 첫 번째다. 우리는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다. 우리가 오늘 저녁에 먹을 메뉴를 선택할 수 있듯, 우리는 우리 삶에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선택할 수 있다. 생각도 선택할 수 있고, 행동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선택의 결과다.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1분 1초 역시 선택의 결과들이다. 자 그러면 이렇게까지 전개할 수 있다. 결과는 선택을 한 당신이 불러일으킨 것이라는 것을. 다소 냉정하고, 스스로를 가학적으로 대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솔직해지자. 우리는 좋은 것들을 자기 선택의 결과로써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데 익숙하지만, 나쁜 것들을 자기 선택의 결과로써 해석하는 데는 결코 익숙하지 않다. 오히려 발작적 거부 증세를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책임 소재를 따지기 이전, 결과에 대한 역사를 되짚어보면 그 시작은 분명 당신의 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 인식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인식의 기반에는 내 삶에의 강력한 통제력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결과가 내 선택이라는 인식이 가능해지는 순간, 모든 순간들의 집합체인 내 인생과 삶을 송두리째 내 통제 안으로 들이는 게 가능해진다. '내 삶을 통제하고 있다'라는 명제가 얼마나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느껴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삶이 오로지 내 뜻에 의해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 삶의 주도권을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불가피한 환경에게도 전도당하고 싶지 않은 느낌. 자기 삶에의 강한 통제 욕구야말로 행복을 위한 열망과 등치되는 숨겨진 위대한 보물과 같다.
삶에 대한 통제, 그것이야말로 부를 이룩하기 이전에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이 마땅히 추구해야 하는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