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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철학적 고찰』

나에게 있어 책이라는 존재 가치의 정점을 보여준 책

by 책 읽는 호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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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타인이 대신할 수 없는 개별적 인간의 고유한 사건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이다. 나의 삶을 타인이 대신 살아줄 수 없듯이 나의 죽음도 나의 것일 수밖에 없다. 나의 삶과 결코 별개일 수 없는 것이 나의 죽음이 아닌가. 이러한 죽음의 문제를 우리는 과연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나의 독서 이력을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죽음'이라는 개념에 대해 유난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을 것이다. 난 죽음에 강력한 매력을 느낀다. 모두가 외면하지만 필히 도래할 죽음이라는 가엾기도 하면서 역설적인 이 상황이 나는 다소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철학은 삶이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끝없는 고뇌와 고찰의 과정이다. 결국 삶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 철학인 셈인데, 삶은 결국 죽음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죽음 없는 철학은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삶을 고민하는 나에게 죽음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죽음은 도래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남일처럼 생각한다. 지인이나 아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자신의 죽음을 떠올리지 않는다. 죽음 뒤에 아무것도 없을 것이란 압도적 공포 앞에서의 본능적 외면일까? 자기 자신의 소멸이라는 상상하기도 싫은 그 순간에 대한 거부감일까? 어떻게 보면, 죽음을 경험한다는 것은 사실 입증이 불가능한 영역에 있기 때문에 이런 외면과 거부는 지극히 인간적이며 본능적인 대처라고 생각한다.



이런 알 수 없는 죽음과 그 죽음을 대하는 불가사의한 인간을 철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몇몇의 유명 철학자들의 논리를 소개한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인들조차도 정의와 의견이 다른 만큼 우리는 그들의 철학을 그대로 흡수할 필요는 없다. 단 하나만 흡수하면 된다. 죽음에 대한 인식. 자신의 죽음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이끌어갈 수 있는 시작점에 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끝은 죽음이다. 죽음 없는 삶은 결승선 없는 마라톤과 같다. 어떤 목표 의식도 없이 페이스 조절도 못하고 엉망진창으로 마라톤을 하는 것과 죽음에 대한 인식 없이 삶을 살아가는 것은 정확히 일치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반드시 죽음을 인식해야 한다.



죽음을 인식하게 되는 순간 극복의 순간이 찾아온다. 내 삶의 종결되는 그 순간이 허무로 존재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삶이 온전히 개인적인 사건의 연속인 만큼, 죽음을 대하는 태도 역시 지극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다. 몇몇 철학자들은 사랑을 죽음의 상위호환 개념으로 정의해 사랑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종교 역시 비슷하다. 죽음 뒤에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통해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다. 옳고 그름은 적절치 않다. 삶에 있어 목표 지점에 대한 인식과 극복인자는 개인화된 무엇일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극복하기 위한 것은 결국 생명의 길을 찾는 것과 같다. 어떤 힘으로 살아갈 것인가. 삶의 종점인 죽음 앞에 당신은 어떤 태도로 삶을 이끌어나갈 것인가. 인간이 영원히 가슴속에 품고 가야 할 절대적 명제임이 분명하다.



나는 죽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나, 그 극복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것 같다. 오히려, 난 죽음을 니체의 개념을 빌려와 이 순간이 영원히 반복되더라도 괜찮을, 그러니까 당장 내일 죽어도 오늘 후회하지 않을 그런 사고를 지향하고 있으며, 내 삶에 무한한 권력을 스스로에게 부여해 그 어떤 존재에게도 주도권을 주지 않으려 한다.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 내 삶을 오로지 내가 끌고 가겠다는 필사적 권력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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