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름의 기준이란 게 뭡니까? 그 기준은 내가 판단하는 건가요? 아니면 옆 법정의 판사가 판단하는 걸까요? 그래서 법이라는 게 존재하는 겁니다, 형사님. 무고한 사람들을 법으로 보호하려면 가끔 범죄자들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밖에 없어요.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249p
살인 예고 - 희생자 추측 - 살인 발생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루트인데, 대여섯 번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살인 예고에 쓰이는 카드라는 소재와 스토리 내 개성 강한 캐릭터 설정이라고 본다. 희생자에게 남겨진 카드를 통해 다음 희생자를 특정하고, 주인공인 딜런과 엘리자베스는 그 카드를 통해 다음 희생자를 예상해 살인을 막아야 한다. 거듭되는 살인마다 희생자 예측에 가까워지고 결국은 살인을 막게 되는 그 과정이 마치 RPG 게임 속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처럼 성과가 느껴졌다. 또한 그 와중에 강한 주인공의 개성들이 스토리 전체에 잘 녹아 있을 뿐만 아니라 사건의 해결에 가까워짐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요즘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주목해야 할 점은 모름지기 살인의 동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 역시 동기에서 메세지를 찾을 수 있다. 법의 판결에 있어서 그 애매모호함을 꼬집고, 법을 잘 아는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의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한 차별(?)을 말한다. 그런데 과연 이 정보 비대칭성이 줄일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정보 비대칭성을 토대로 존재할 수 있는 직업이 변호사, 검사, 판사일 것이며 그들의 실력마저도 정보 비대칭성으로 기인한 것이다. 문제제기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해결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문제이기에 찝찝한 느낌이 든다.
서평을 길게 쓸 수 있는 책이기에 짜내서 써 봤자 의미 없는 글들만 나올 것 같다. 재밌게 읽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영미소설임에도 이렇게 가독성 좋은 책은 오랜만인 것 같다. 킬링타임 용 책으로는 제격이다.